|
"행복한 봄 농구를 했다."
분명 KB스타즈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7승 3패로 무려 9할의 기록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는데, 올 시즌 12승 18패로 겨우 4할에 턱걸이를 한 것을 비교하면 분명 퇴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팀 전력의 사실상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센터 박지수의 해외 진출이라는 갑작스런 변수를 감안하면 KB의 성과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센터 김소담과 팀의 구심점 염윤아, FA로 영입한 유일한 전력 보강 선수인 나윤정까지 차례로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되며 최하위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 강이슬 허예은 등 2명의 코어 멤버에 아시아쿼터인 나가타 모에, 1년차 신예에 불과한 송윤하, 5~6년차에 접어들지만 시즌당 평균 10분 내외로 뛰며 코트보다는 벤치가 더 익숙한 이윤미 이채은 양지수 등 식스맨 3인방을 활용하는 용병술을 발휘, 신한은행을 단 1점의 상대전적 득실차로 꺾으며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어 1위 우리은행과의 PO에서 거의 매 경기 극적인 위닝샷이 오가는 짜릿한 승부를 펼치며 5차전까지 밀어 붙인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투혼',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5차전 경기 후 적장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조차 "우리보다 더 교체 멤버가 열악했던 KB가 이렇게 끝까지 뛰면서 좋은 승부를 펼쳐줘서 정말 고맙고 감동스러울 정도다. 김완수 KB 감독에게도 존경을 표한다"며 형식적인 립 서비스가 아닌 '찐'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올 시즌을 통해 확실한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완수 감독도 "누가 KB 선수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본다. 정말 많이 성장했고, 내년 시즌에는 부상 선수들이 죄다 돌아올테니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 언젠가 국내로 복귀할 박지수도 부담없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한 행복한 시즌이자 PO였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웃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을 통해 부쩍 성장한 벤치 멤버들에 더해 기존의 주전들, 여기에 박지수까지 더해진다면 KB는 '박지수 원맨팀'이라는 딱지를 확실히 떼고 또 다른 버전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의 거침없었던 '봄 농구'가 더욱 의미가 컸던 이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