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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역대급 혼전,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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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예상을 보자. SK와 LG, KT, KCC가 '강자'로 꼽혔다. 정관장, 가스공사, 소노, DB는 '다크호스', 현대모비스, 삼성이 '약체'로 분류됐다. '4강4중2약'이었다. 4강 중 KCC는 매우 흥미로웠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적인 팀이다. 각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렸다. 허훈을 영입한 KCC는 허웅 최준용 송교창, 그리고 1옵션 숀 롱 등 슈퍼스타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부상 이슈가 있었고,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팀 케미스트리가 약점으로 꼽혔다. KCC에 대해 '압도적 팀'이라는 평가와 '의외로 부상 이슈에 취약해 고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반전에 반전이 있었다. KCC는 허훈이 종아리 부상으로 아직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최준용도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시즌 두번째 경기였던 KT전에서 67대85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KCC의 약점이 초반에 고스란히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허웅과 송교창, 숀 롱을 주축으로 최진광 장재석 김동현 등 백업진이 힘을 내면서 3연승을 달렸다. 경기력은 아직 완전치 않지만, 약점인 팀 케미스트리가 가장 좋은 팀이다.
SK는 LG와 KT에 승리할 때만 해도 너무 강력해보였다. 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자밀 워니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이후 4연패를 했다. 워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독이 됐다. 새롭게 영입한 김낙현, 지난 시즌 MVP 안영준과의 조화도 기대에 못 미친다. KT는 3점슛 약점이 뚜렷하다. 문정현 문성곤 하윤기 등 최상급 높이를 자랑하고, 김선형이 돌격대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곽 지원이 부실하다. 접전이 이어지고 있고, 경기별 기복이 있다. 즉, 4강으로 꼽힌 4팀 중 3팀이 여전히 변수가 많다. LG가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정관장에 완패하면서 백업 약점을 노출했다. 즉, 기존 4강은 불안하다.
하위권으로 전망했던 현대모비스는 조직력을 앞세워 가스공사, SK를 모두 잡아내면서 3승3패. 삼성 역시 예상 외의 수비 조직력으로 2승3패로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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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은 지난 2024~2025시즌 몸싸움에 관대한 소위 '하드콜' 기조를 정립했다. 올 시즌도 속공 파울에 엄격해지긴 했지만,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강력한 몸싸움과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로테이션 자원이 매우 중요해졌다. 강력한 슈퍼스타 1~2명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팀 수비 조직력과 로테이션 변수가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득점대는 약간 떨어지면서 기복이 심해졌다. 10개팀 대부분이 수비를 강화했다. 결국 탄탄한 수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트랜지션(속공)이 중요해졌다. 단, 수비에서 체력을 많이 쓰기 때문에 세트오펜스에서 공격 효율은 떨어진 상황이다. 속도전을 치르면 의외의 고득점이 나오는 경기들이 간혹 터진다. 백업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객관적 전력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자밀 워니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SK가 고전하는 점, 강력한 수비를 지녔지만, 공격의 힘이 부족한 가스공사의 부진, 슈퍼스타 2명(허훈, 최준용)이 없지만, 백업진의 힘으로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내는 KCC, 조직적 힘을 극대화하고 있는 정관장, 현대모비스, 삼성의 선전 등이 대표적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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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리그를 지배한 자밀 워니와 아셈 마레이(LG)는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시즌 초반 경기 지배력은 다소 떨어져 있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소노의 네이선 나이트다. NBA 출신인 그는 공수를 겸비한 빅맨이다. 스피드와 외곽슛 능력까지 겸비했다. 특히, SK와의 경기에서 자밀 워니를 공수에서 앞서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약간의 다혈질이지만,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노 나이트의 존재감을 감안한 승패 예측이 필요하다. 특히 워니와 마레이 등 정통 빅맨들과의 맞대결에서는 유독 강한 측면이 있다.
DB 엘런슨도 주목해야 한다. 2m10의 큰 키에 가드같은 볼 핸들링을 지니고 있다. 트랜지션 능력이 뛰어나고, 외곽에서 미드 점퍼, 돌파가 날카롭다. 게다가 알바노와의 호흡이 매우 좋다. DB가 초반 선전하는 핵심 이유다. 정관장 오브라이언트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LG와의 경기에서 마레이를 압도하면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내외곽 공격력이 뛰어나고 기술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다.
반면, 가스공사는 1옵션 만콕 마티앙이 발목부상 후유증으로 부진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KCC 허웅이 확실히 눈에 띈다. 그는 클러치 상황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인다. DB전에서 4쿼터 막판 스텝 백 3점포는 압권이었다. LG는 양준석 유기상 듀오, KT의 김선형도 승부처를 책임질 수 있다. 아시아쿼터에서는 DB 알바노, LG 칼 타마요와 함께 정관장 렌즈 아반도가 2경기 연속 득점을 폭발시키면서 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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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계 한 전문가는 "가스공사가 부진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팀은 아니다. 결국 역대급 혼전의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개팀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KCC는 허훈과 최준용이 가세하면 더욱 강해질 수 있지만,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LG는 백업 자원의 약점, SK는 워니의 의존도, KT는 3점슛, DB는 골밑 수비의 약점, 정관장은 정립되지 않은 코어, 소노는 빅3(나이트, 이정현, 켐바오)의 시너지 효과 미비, 현대모비스와 삼성은 객관적 전력의 약점, 가스공사는 외국인 선수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 부분이 메워지거나, 장점으로 변환될 때 팀의 전력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각 팀의 매치업 상성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나이트와 오브라이언트가 있는 소노와 정관장은 SK와 LG에 일격을 가할 수 있다. 스케줄도 매우 중요하다. 경기당 체력적 소모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백투백이나 퐁당퐁당 게임에서는 그 팀의 전력 마이너스 요소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득점대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 저득점 양상인데, 특히 KT와 가스공사의 경우는 주목해야 한다. KT는 트랜지션을 강조하지만, 3점슛 부재로 득점대가 떨어진다. 가스공사 역시 세트 오펜스에서 공격 효율이 떨어진다. 확실한 공격 루트가 없다. 두 팀과 맞붙는 상대는 끈적한 저득점대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두 팀이 맞붙은 18일 경기에서는 68대65, 초저득점 경기가 나오면서 KT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부상 변수에도 민감해야 한다. 치열한 순위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 전력보다 스케줄과 매치업 상성에 따른 이변 가능성이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공산이 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