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안톤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단편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기사입력 2013-01-11 19:19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는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 등의 희곡으로 현대 사실주의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극작가이면서 프랑스의 모파상, 미국의 오 헨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위대한 소설가다.

무려 600여편에 이르는 체호프의 단편에서 일관되게 포착되는 주제는 바로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다. 그의 작품에는 농민, 하급 관리, 가난한 예술가, 마부 등 '작은 사람들'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로 가득하다. 모두 당대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의 웃음과 눈물, 탄식과 희망, 권태와 일탈을 바라보는 체호프의 관조적이고 풍자적인 태도는 삶의 평범한 진실과 맞닿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사랑과 행복,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을 다룬 40여편의 에로티시즘 단편들은 체호프의 예술 세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체호프의 여자들'은 이상적이고 순결하며 고결한 품성을 지닌 '투르게네프의 처녀들'이나 이기적이고 열정적이며 탐욕적인 '도스토옙스키의 여자들'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최근 출간된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은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단편 중에서 16편을 골라 담은 책이다. '사랑에 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외에는 모두 국내 초역이다. 발표 연도순으로 실린 작품을 읽다 보면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이 바뀌어가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몸을 파는 여자들, 욕망하는 여자들, 버림받은 여자들, 부정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바다에서'란 작품에서는 신혼부부를 위한 선실에서 신랑이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그 모습을 벽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몰래 지켜보는 선원들이 나온다. '마녀'의 주인공인 교회지기의 아내 라이사는 눈보라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젊은 우편배달부를 유혹하며 그와의 정사를 꿈꾼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는 스무살 남짓 된 유부녀 안나가 휴양지에서 만난 마흔살 은행원 구로프와 밀회를 즐기면서 참사랑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 내용이 그려진다. 그러나 체호프는 여자들의 욕망과 불륜을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따스한 시선이 도드라진다.

1860년 러시아 남부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난 체호프는 1879년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고, 이듬해인 1880년 첫 단편을 발표했다. 그 즈음부터 1883년까지 사창가 마을 부근에서 살았다. 그가 여자들의 매춘과 불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체호프는 "여자 없는 이야기는 증기 없는 기관차와 같다. 내게는 여자들이 있지만 아내와 정부(情婦)는 없다. 나는 여자 없이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체호프의 단편선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을 읽으면서, 그가 만난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작품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는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줄 듯하다. (안톤 체호프 지음 /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1만3500원)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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