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기사입력 2013-05-14 14:50


그 나라에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사랑 말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심장 하나만 주세요.

<산타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중에서

온몸이 나사가 되면 아찔하게 회전할 수 있겠지.

끌어안고 절대로 풀 수 없다고 힘을 줄 수 있겠지.

그러나 천천히 되돌며 풀려나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슬픔도 오래도록 지속되겠지.

<불안한 사랑> 중에서

눈으로 지나치는 일상이 사진이 되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그 순간이 삶으로 들어앉는다. 넘치지도 않고 고스란히. 사진이 시인과 공명했듯, 눈이 마음과 공명했듯, 이제 독자와의 깊은 공명을 준비한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푸른 영토)는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랑도 연애산업의 전단지로 유통되고, 대책 없는 긍정주의가 치료시기를 늦추게만 했으니 상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겨레신문 탁기형 기자의 감성적 사진들과 전영관 시인의 문장이 공명하는 책이다.

현역 대기업 현장소장인 전영관 시인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라 말한다. 힐링프로그램이 감기약처럼 팔려나가는 세태를 걱정한다. 누군가의 덕담 몇 마디로, 안온한 문장으로 치유될 거라면 그건 상처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가 동아리 선배처럼 친근하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 낸 상처는 어떤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상처란 치료제의 효능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스미어 나오는 콜라겐의 힘으로 메워지는 자리다. 정신과 육체가 살아 있으니 상처가 나는 것이다. 생생함의 증거고 달라질 수 있다는 예감이다. 힐링프로그램을 찾을 시간이 있다면 고요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완곡함에 신뢰가 간다.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접경 지역을 저공비행하는 문장들의 격납고다. 문학을 꿈꾸는 독자라면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야 할 백과사전이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아련도 묻어난다. 그리고 이별의 눈물도 묻어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비뚤어진 우리에게 웃으라고, 울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작게 조근거린다. 그런데 그 작은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왜일까.

소설가 최옥정은 "종이 위에 심은 한 그루 미루나무 같은 글이 읽는 눈 속으로 깊이 스민다.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 반짝이는 눈과 웅숭깊으나 거침없는 시선은 분명 청년의 것이다. 그의 다음 문장을 기다린다"고 했다. 또 '마흔으로 산다는 것'의 저자 전경일은 "전영관의 글에는 삶의 내음이 풀풀 나는 현장이 있다. 그건 시인이 밥을 해결하는 장소이자 삶의 치열함에서 빗겨난, 사유와 성찰의 또 다른 현장이다. 난해함 없이 이만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그리움을 먹고 산다. 그리고 또 그만큼 외로움을 먹고 산다. 그러면서 나를 맹목적으로 안고 보듬어줄 내 몫의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그런 우리의 거울 속 모습이다. 내가 아니지만, 나인 것만 같은, 그래서 외면할 수 없는, 아리고도 정겨운 또 다른 나다.

전영관 시인은 "나는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며 견딘다. 삶이 그런 거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인다. 사람 하나 일어선 자리에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채집했다. 나의 이야기이고 그대들의 사랑이고 누군가의 추억이며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는 안색이다"라고 소개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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