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순 휠체어 기증 봉사활동 12년째 "육신을 불태워 사랑탑 쌓기"

최종수정 2013-08-04 11:15

황기순이 장애인휠체어 기증을 위한 길거리 모금활동에 나선뒤 자건거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당시 모습.



"아들이 벌써 46개월입니다. 이제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재롱을 떱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 갑자기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남들 보다 많이 늦은 만큼 자식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죠. "

황기순은 나이 50에 4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화려했던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재혼을 하고 뒤늦게 늦둥이를 본 탓이다.

스타 개그맨으로 한창 잘나가던 그는 예상치 못한 일로 이혼했다. 도박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이 또한 전처와의 불행한 인연이 빌미가 됐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세상 사람들로부터 '일시적이나마' 버림을 받았다. 13년전인 지난 2000년 필리핀에서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을 때 그는 연예인으로서 재기는 커녕 질시와 좌절감에 생사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아내도 가족도 돈도 다 잃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빈털터리 신세였다.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보란듯이 우뚝 섰다. 착한 심성에다 누구보다 성실함을 타고난 그는 한때 잘나가던 7080 개그맨 중 오히려 생명력이 긴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고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며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느 무대든 마다 않고 ?아다녔다. 개런티를 따지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을 잊지 않고 불러주는게 고마워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이혼, 도박, 필리핀 도망자 등 자신의 아픈 과거가 낱낱이 파헤지는 프로그램에도 거부하지 않고 출연했다. 단지 자신을 무대 위에, 마이크 앞에 불러주는게 고마워서.

덕분에 지금은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어느정도는 회복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되찾았다. 재기하는 과정에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물론 부채였다. 그는 힘든 여건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이 모아지는대로 부채를 갚았다.

그의 성실함과 신의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이 났고, 차츰 외면하던 시선도 거둬들여졌다. 아니,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빚을 탕감해주는 고마운 지인도 생겨났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완벽하게 거듭났다.


지난 10여년간 황기순은 자신의 생계가 힘든 가운데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랑 더하기 사이클 대행진' 행사다. 순수하게 이웃사랑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이다. 처음 시작은 자신이 주변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주기 위함이었다.

해마다 광복절을 전후해 그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연중 가장 뜨거운 여름날 그는 자신의 육신을 불살랐다. 길거리 모금활동을 위해 전국 대도시를 자전거로 횡단한 뒤 그 수익금을 사랑의 열매에 기증했다.


황기순이 싸이클 행진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4살짜리 아들이 머지않아 아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감없이 바라볼 날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기증한 돈은 전액 장애인 휠체어를 구입해 사랑의 열매에 기증함으로써 장애인들의 손발이 돼줬다.그 활동기간이 어느덧 12년째다.

"처음엔 이웃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건거를 탔는데 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됐습니다.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과 기쁨은 저의 아픈 과거를 하나씩 묻어가는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황기순은 올해도 어김없이 자건거를 탄다. 8월 14일부터 8월 27일까지 12일간 길거리 모금에 나선다. 서울을 출발해 수원 천안 대전 대구를 거쳐 부산을 찍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첫 해였던 2000년에는 80여일간을 혼자 외롭게 휠체어를 탔다. 육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의 힘든 속내를 직접 체험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휠체어로 국토를 종단하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렇게 모인 성금으로 구입한 휠체어 52대를 전달하는 순간 처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고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경험했다.

이때의 보람과 감동, 희열의 기쁨은 이 일을 도중에 중단할 수 없게 했다. 해마다 동참해주는 동료연예인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올 행사에는 가수 박상민, 이은하, 조항조, 최백호, 배일호, 한혜진, 소명 등이 모금행사를 지원한다. 동료 선후배 개그맨인 이용식, 이휘재, 정준하, 김정렬 등의 지원도 큰 힘이다.

"모금운동에 동참하는 남녀노소, 동료연예인, 일반 봉사자수가 늘어나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이젠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닌 가슴이 뜨거운 모든이의 사랑 결실로 커졌습니다."

황기순은 올해부터 우리보다 어려운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물질적 혜택이 전혀 없는 동남아 등 내전국가에 사랑의 열매를 통해 휠체어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의 순수하고도 변함없는 오랜 이같은 선행활동은 한 두번의 봉사활동을 한 뒤 필요 이상으로 주변에 까발리는 숱한 '가짜 천사들'에게 경종을 울릴 한하다. 황기순은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추천에 따라 2005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회봉사상'을 받은 바 있다.

"제 나이 지천명입니다. 조선시대 같으면 원로중의 원로 할아버지 나이에 4살짜리 아들을 뒀습니다. 앞으로 20년 30년, 제 건강과 체력이 유지되는 한 계속할 생각입니다. 머지 않아 아들이 인터넷을 시작하게 되면 저의 과거와 현재, 궂은일과 슬픈일, 좌절과 희망, 보람과 성취 등 '아빠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테지요."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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