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14일'이 22일 종영했다. 결국 범인의 배후에 영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건이 흥미로웠다는 긍정적 반응과 동시에 뽑기식 범인 찾기의 최후를 보는 것 같다는 비판도 많다. 미드식 장르 드라마가 한국 시청자들에게 던진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봤다.
지키지 못한 초반 흡입력...갈수록 헛발질
방송 첫 회에서 흡입력은 남달랐다. 범인에게 납치된 아이를 생방송 전화 연결을 통해 들은 엄마 김수현(이보영)은 절규했다. 긴박한 전개와 호소력있는 스토리,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 눈을 뗄 수 없었다. '신의 선물'을 집필한 최란 작가는 서스펜스 장르 드라마의 공식을 알차게 활용했다. 가족의 위협, 비범한 조력자와의 만남, 어두운 등잔 밑, 첫 번째 범인의 공범 등의 요소들을 무리없이 녹여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헛발질'로 시청자들을 실망케했다. 한 캐릭터를 범인인 것처럼 몰아가다가, 뚜껑을 열어봤더니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란 식의 방식을 남용하진 말았어야 한다. 이런 구성이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범인 찾기'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갔다.
지나치게 기동찬(조승우) 캐릭터에 의지한 것도 문제였다. 김수현(이보영)의 도발, 위기, 기동찬의 구원으로 이뤄지는 반복된 소구성이 결국 이보영을 '민폐녀'로 만들기까지 했다. 이는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 전개의 부실함으로 이어졌고, 결말에서 급하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결말에 일말의 '찜찜함'이 남았던 이유다.
미니시리즈는 최소 16부? 생방 방불케 하는 시스템 상의 한계
갈수록 무리한 전개가 들어가는 이유는 시스템의 영향도 크다. 국내 미니시리즈는 16부작에서 24부작 정도다. 이후는 중편 드라마, 장편 드라마로 불린다. 이름은 미니시리즈지만 적어도 16부작 이상은 돼야 팔린다. 드라마 관계자는 "16부작으로 시스템화 돼 있다. 드라마를 한 편 제작하기 위해서 배우들의 출연료부터 들어가는 제작비가 적지않다. 적어도 16부작 이상은 만들어야 제작사나 방송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설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의 선물'은 종영일이던 22일 오후 5시까지 촬영을 진행했다. 이쯤 되면 거의 생방송이라 볼 수 있다. 서스펜스 장르 드라마에서 규모가 큰 촬영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촬영 시간과 한정된 공간. 그 안에 작가의 상상력을 모두 때려넣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배우들의 호연은 빛났다
'신의 선물'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개성 있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호연을 펼치며 극을 이끌고 갔다. 아이를 잃기 전 14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려는 엄마 김수현, 함께 돌아간 전직 형사 기동찬, 거기에 수현의 남편이자 인권변호사 한지훈(김태우) 등 주연배우들을 물론 기동찬 형으로 나왔던 기동호(정은표), 기동찬의 형사 동료였던 나호국(안세하), 거기에 아역배우 한샛별 역을 맡은 김유빈까지 제 자리에서 충실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아이돌 출신 B1A4의 바로와 시크릿의 한선화가 튀지 않고 잘 녹아든 연기를 소화한 점도 칭찬받을만하다. 그 뿐 아니다. 살인범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강성진과 오태경도 잊을 수 없다. 아쉬운 결말이었지만 출연 배우들의 빼어난 호연 덕분에 '신의 선물'은 '넥스트'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