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 신드롬'은 이미 시작됐다

최종수정 2015-07-07 07:36

사진제공=MBC

"20주 동안 가면을 벗지 않는 출연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MBC '일밤-복면가왕'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자 민철기 PD가 경연 룰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막연한 희망처럼 덧붙인 얘기다. 그런데 이 말이 그저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고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복면가수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는 4, 5, 6대 가왕에 오른 데 이어 5일 방송에서 또 다시 7대 가왕에 등극했다. 8주째 가면을 벗지 못했다. 다음 경연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8대 가왕 결정전이 2주에 걸쳐 방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클레오파트라는 최소 9주(8대 가왕 실패시), 혹은 10주 이상(8대 가왕 성공시) 가면을 벗지 못하게 된다. 민철기 PD의 '예언 아닌 예언'이 절반 가량 적중한 셈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장기집권이 계속되면서 복면가수 8인의 도전기와 이에 맞서는 클레오파트라의 타이틀 방어전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은 클레오파트라의 감동 무대를 즐기며 그의 독주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낼 실력파 복면가수의 등장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일부에선 '복면가왕'이 '편견 없는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클레오파트라를 이겨라'라는 미션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폭발적이다. 그의 인기는 점점 '신드롬'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방송 당일뿐만 아니라 수시로 그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그의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5일 방송 직후 공개된 클레오파트라의 음원 4곡 모두 6일 오후 3시 현재 벅스뮤직 실시간 차트 10위권에 들었다. 7대 가왕곡 '사랑할수록'은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이보다 2주 앞서 공개된 '사랑…그놈'도 13위에 올라 있다. 2012년 발표된 노을 전우성의 '만약에 말야'는 실시간 차트 40위에 이름을 올렸다. 클레오파트라로 인해 원곡까지 재조명받게 된 것이다.

소리바다에선 '사랑할수록', '가질 수 없는 너', '만약에 말야', '이 밤이 지나면'이 1~4위를 휩쓸었고, 멜론과 지니뮤직에서도 '사랑할수록' 등이 20위권에 안착했다. 음원사이트를 뒤흔드는 클레오파트라의 영향력은 신드롬을 방불케 한다.

시청자들은 몇 가지 근거를 들어 그를 김연우라고 추측했고 점점 확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엔 김연우를 거론하는 댓글이 무수하다. 전국투어 콘서트를 앞둔 김연우의 SNS 게시물에도 김연우가 아닌 클레오파트라를 응원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를 꽁꽁 감춰야 할 MBC는 김연우의 음성과 클레오파트라의 음성을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한 기사를 보도자료로 첨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누구인가는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연예인 판정단으로 활약 중인 작곡가 김형석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클레오파트라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다. 노래를 워낙 잘하니까 그가 누군지는 덜 중요하다. 다음주에 또 듣고 싶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복면을 벗기는 것보다 그의 무대를 보는 것이 더 즐거운 볼거리가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 클레오파트라는 도전자들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슷한 무대를 계속 보여줘서는 더 이상 놀라움과 새로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5일 방송에서 7대 가왕에 오른 후 "그동안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그의 다짐과 각오가 반갑게 들린다.


매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새로운 복면가수의 등장과 함께 '클레오파트라 신드롬'은 '복면가왕'의 상승세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복면가왕'은 5일 방송에서 시청률 1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3주 연속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동시간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14.1%)를 1%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날 또 다른 시청률조사기관 TNMS가 집계한 분당 최고 시청률은 21%(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바로 클레오파트라가 가왕 즉위식을 하는 장면이었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숫자다.

연출자 민철기 PD는 제작발표회에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시청률 20%를 넘기면 복면을 벗겠다"고 공언했다. 당시엔 "20%를 얘기한 건 건 안 벗겠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7~8%만 나와도 만족할 것 같다"고 했지만, 이룰 수 없는 꿈 같던 이 소망도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다. 꿈의 시청률 20%까지는 7%밖에 남지 않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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