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서 인정받은 '파이널판타지14', 한국에서는?

기사입력 2015-08-19 14:07


일본 게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게이머라면 들어보았을 게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이름을 내건 14번째 작품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 어 렐름 리본 (이하 파이널판타지 14)'이 8월 14일 오전 6시 한국 게임 시장에 상륙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의 호평과 6월에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로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한편,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일본 PC 온라인 게임의 성공 사례가 적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아이덴티티모바일은 과거 한국에서 서비스를 했던 일본 게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따라가는 운영이 아닌 국내 유저의 게임 환경에 맞춘 독자적인 운영을 강조했죠.

게이머로서 저러한 자신감을 보여줬는데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죠. 파이널판타지 14가 어떤 온라인 게임인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번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이부영



저사양 컴퓨터도 OK! 깔끔한 그래픽과 강력한 최적화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가장 부담이 되었던 부분은 컴퓨터의 요구 사양이었습니다. 필자의 노트북은 약 4년이 되어가는 모델로 최근 등장하는 3D 게임을 돌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 많은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죠.

노트북으로 돌리는 것을 포기하려고 하던 찰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최소 사양이 생각보다 낮은 것을 확인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설치, 게임을 실행했습니다. 놀랍게도 3D 게임과 연이 거의 없었던 제 노트북이 렉 하나 없이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을 구동하는데 성공 해냈고, CPU의 온도도 정상 범위 내에서 머물렀습니다.


필자의 그래픽카드는 최소사양에 가까운데 렉과 발열 없이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저사양 컴퓨터로도 깔끔한 그래픽을 볼 수 있다.


깔끔함과 애매모호함이 공존하는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의 경우 장단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스킬의 쿨타임과 스테이터스, 오른쪽 하단에 표시되는 소지품의 요약 등 인터페이스 자체는 깔끔하게 잘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맵은 높낮이 구분이 어려워 초반 퀘스트 수행을 위해서 특정 장소를 찾아가거나 NPC의 위치를 찾으러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높낮이 구분이 확실하게 되어있지 않아 초반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단순한 사냥은 그만, 모험가가 되어라!

노가다, 한국의 MMORPG게임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단어죠. 아무리 방대한 퀘스트를 가지고 있어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한 자리에서 사냥하는 것이 경험치 효율이 높기에 효율을 우선시 하는 한국 게이머들의 게임 성향을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은 특이하게도 이러한 구도를 깨는데 성공한 게임입니다. 흥미로운 스토리로 엮인 각종 퀘스트들을 플레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업이 되며, 혹 퀘스트로 요구 경험치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돌발 미션, 길드 의뢰 등으로 경험치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에오르제아 대륙(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의 배경)의 이곳 저곳을 모험하는 것이 레벨업에는 더 좋습니다. 노가다의 지루함이 없으면서도 레벨이 올라가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명작으로 만들어준 모험,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의 얼굴 마담 '초코보'와 함께 모험을 떠나자!


다른 유저와 협력해서 미션을 진행하는 돌발 임무

아무리 스토리 중심의 성장 구도가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스토리와 퀘스트의 수량은 한정되어있습니다. 반복되는 퀘스트 진행에 지루함을 느끼는 유저들도 있죠. 그러한 유저들을 위해서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은 '돌발 임무', '길드 의뢰' 등의 콘텐츠를 도입하여 지루함을 덜어내고 모험의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에오르제아 대륙에서 모험을 하다 보면 '돌발 임무 발생' 문구가 중앙에 출력되며 지도에 파란색 원이 등장합니다. 해당 구역 내로 진입을 하게 되면 돌발 임무 퀘스트를 수령하게 되며, 다른 유와 협력하여 퀘스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MMORPG의 장점인 다른 유저와의 협력 플레이를 초반부터 쉽게 맛 볼 수 있으며 모험 중 가볍게 즐기고 쏠쏠한 보상을 가져갈 수 있어 많은 유저의 참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발견 가능한 돌발 임무 '밑 빠진 독 키키룬'



돌발 임무 완료 보상, 경험치가 꽤나 쏠쏠합니다.


'길드 의뢰'는 주요 지역에 위치한 모험가 길드 담당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반복 퀘스트입니다. 전투 퀘스트인 '용병업'을 비롯해 채집 퀘스트인 '채집업', '제작 퀘스트인 '제작업'으로 구분돼있습니다. 대부분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고 경험치도 짭짤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2% 아쉬운 전투 시스템

스토리도, 콘텐츠도 좋았지만 전투 시스템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쿨타임' 때문입니다. 보통은 하나의 스킬을 사용하면 그 스킬만 쿨타임이 생기지만, 글로벌 쿨타임이 적용된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하나의 스킬을 사용해도 전체 스킬의 쿨타임이 생깁니다.

스킬이 많아지는 나중에는 괜찮겠지만, 초반에는 시간될 때마다 스킬 단축키 누르기와 적 범위 공격 피하기가 전부입니다. 글로벌 쿨타임이 적용되지 않는 스킬도 있지만 대체로 버프 스킬들이고, 유저의 컨트롤에 따른 영향도 미묘합니다. 스킬을 난사해 적을 지워버리는 쾌감은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느낄 수 없죠.

타격감과 컨트롤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큰 애로사항으로 꼽힙니다. 물론 복잡한 컨트롤보다 쉽고 편한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 유저 층이 갈릴 것 같네요.

MMORPG에서도 액션을 중요시 여기는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어색한 모션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공격을 하는 동안 이동을 하면 발은 굳은 채로 이동만 되는 스케이트 모션이 대표적입니다. 2006년에 출시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에서 봤던 어색한 스케이트 모션을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임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큰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불완전한 모션에 불만을 가지는 유저도 많았습니다.


발은 움직이지 않는데 이동하는 스케이트 모션


2개의 데이터 서버와 10개의 서버, 과연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데이터 서버끼리는 임무(인스턴트 던전) 콘텐츠의 협력 플레이가 가능하며, 서버끼리는 필드를 공유하고 돌발 임무 콘텐츠를 협력해서 플레이 하게 됩니다.

많은 서버를 가지고 게임을 운영하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이 한 장소에 몰려서 발생하는 렉과 자리 싸움을 분산화 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편, 유저가 적은 비주류 서버가 생기게 되는 부작용이 있죠. 현재로서는 많은 인원이 플레이를 하고 있기에 모든 콘텐츠를 플레이 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유저가 적어지면 돌발 임무 같은 협력플레이를 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과감한 유료화, 한국 시장에서의 전망은?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본 파이널판타지 14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구도의 패키지 게임 같은 즐거움과 함께 고르게 분배된 콘텐츠와 강력한 최적화를 가진 부족함이 없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이널판타지라는 이름답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파이널판타지를 알고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다른 게임의 스토리에 비해서 강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전투 쪽은 부족한 타격감과 밋밋한 전투로 다른 온라인 게임과의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고, 노트북에서도 끊김 없이 돌아갈 정도의 최적화로 유저풀 확대를 노렸다면 정액제로 인해 부담을 주는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8월 17일 기준 포털 사이트 게임 검색어 순위 2위에 등극할 정도로 초반 인기도 좋고, 안정적인 서버 운영과 후반부로 갈수록 사용하는 스킬들이 늘어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아지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액제 게임인 만큼, 상용화 이전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를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이 보여준 자신감이 게임의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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