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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누구하나 행복할 수 없었던 파국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돼버린 아치아라의 최후. 입 안이 텁텁해지고 목구멍이 따끔거려 견딜 수 없다. 쓰디 쓴 소주 한잔이 간절해지는, 마지막 밤이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마을'의 마지막 트릭이었던 윤지숙은 김혜진을 죽인 장본인이 아니었다. 최종화에서 드러난 진짜 살인범은 대광목재 남수만(김수현)의 부인(신영진)이었던 것.
죽은 김혜진의 비밀이 풀리자 곧바로 경기동북부 연쇄범의 존재가 성큼 다가왔다. 여러 차례 힌트를 통해 '아가씨' 강필성(최재웅)이 살인범이었음을 알려준 '마을'. 이번에는 그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언니의 죽음으로 고통받은 한소윤(문근영)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강필성은 "행복해지고 싶지 않으냐?"며 죽음에 이르게 할 약물을 투입하려 했고 한소윤은 박우재(육성재) 순경과 한준성(김민재) 경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체포된 강필성은 "김혜진이 정말 엄마를 미워만 했을까? 아이가 어떻게 엄마를 미워만 하냐.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데. 나도, 김해진도…"라고 고백했다. 가슴 저릿해지는 순간이다.
죽기 전 윤지숙을 찾은 김혜진은 말했다. "당신에게 기대하는 건 처음부터 없었다. 엄마를 찾고 싶었던 이유는 핏줄 때문도 아니고 살아야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너무 외로웠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숨을 쉬고 있는 기분. 그게 너무 서러워서 엄마를 보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상처 입은 마음을 드러냈다.
"미안해요. 당신한테 태어나서, 당신한테 괴물이라서. 안녕, 엄마."
한 맺힌 설움은 윤지숙 심연에 있는 모성애를 끄집어냈고 괴물 같았던 김혜진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고 싶었다.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걸로 처음이자 마지막 책임을 다하겠다 마음먹었다. 받아줄 수는 없어도 살려줄 수는 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괴물이 이미 모든 것을 앗아간 뒤였다.
괴물이 돼버린 나와 너, 우리 세상의 비참한 최후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비극에 취하고 절망에 울어야 했다.
한편, '마을'은 암매장되었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화가 깨진 마을인 아치아라의 비밀을 그린 드라마다. 문근영, 육성재, 신은경, 온주완, 장희진, 정성모, 김민재, 이열음, 안서현 등이 가세했고 MBC '케세라세라'의 도현정 작가가 극본을, SBS '대풍수' '일지매'의 이용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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