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01-13 09:17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의 주인공 정우성이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우성, 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 영화로 오는 7일 개봉된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1.05/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다시, 멜로다. 사랑에 대해 얘기할 때, 눈빛부터 달라지는 이 남자. 몽환적인 목소리와 엷은 미소까지도 멜로다.

배우 정우성의 멜로 연기. 참 오랜만이다. 한동안 멜로에서 멀어졌던 그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만든 영화는 '나를 잊지 말아요'다. 잊혀진 기억과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정우성의 한층 깊어진 감성이 소리 없는 기척으로 다가온다.

정우성이 연기한 남자주인공 석원은 교통사고로 10년간의 기억을 잃는다. 그 앞에 나타난 의문투성이 여자 진영(김하늘). 감당하기 힘든 비밀이 감춰져 있는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석원의 공허한 눈빛은 진영을 만난 후 생기로 충만해진다. 매료될 수밖에 없는 눈빛이다. 정우성은 "40대는 멜로 하기 좋은 나이"라고 했다. "나이가 많다고 사랑을 잘 아는 건 아니에요. 어떤 사랑이건 매 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제가 사랑에 대해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나이인 것은 틀림없어요."

이 영화에서 정우성이 전하고 싶은 건, 사랑을 꿈꾸는 '용기'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잊지 말아요'는 여주인공 김하늘의 영화라고 단언했다. "후회를 만회하려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 바로 진영이에요. 석원은 기억 상실이라는 장치가 있지만, 진영은 현실에 맞닥뜨리는 인물이죠. 누구에게나 사랑은 판타지예요. 그래서 현실적 갈등이 생겼을 때 괴로워하는 것이고요.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 영화가 품은 미스터리가 관객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이 영화가 정통 멜로가 빠지기 쉬운 진부함에서 벗어난 건, 퍼즐 맞추기 같은 독특한 구성 덕분이다. 정우성은 시나리오의 신선한 전개에 끌렸다. 그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는 것을 넘어 제작에까지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제작사에선 시나리오의 수정을 원했지만, 정우성은 원안을 지키고 싶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때 스크립터로 일했던 이윤정 감독과의 인연보다, 선배 영화인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영화인들이 세대차를 넘어 소통하고 교류할 때 영화가 새로운 영상언어로 발전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건 선배의 의무입니다. 후배들은 선망하는 선배를 장식장 밖으로 꺼낼 용기를 못 내더군요.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거죠. 그러니 선배들이 먼저 다가가야 해요. 이윤정 감독도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하면서 출연해달라고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저를 자극했어요."

제작자로 바라본 현장에서 영화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더 선명해졌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양극화된 영화 생태계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웠다. 천만 영화보다 200~300만 영화가 많아야 영화계가 건전하게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정우성의 진단이다. "영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메이저 시장과 마이너 시장이 나뉘어야 합니다. 마이너가 없다 보니 영화 새내기들이 메이저에서 일하게 되고, 결국 실력과 경험이 부족해 도태되곤 합니다. 새내기들이 위험성이 적은 중저예산 영화로 실력을 닦은 후에 메이저로 올라오는 구조가 마련돼야 하죠. 그런 질서를 잡아주는 게 선배의 역할입니다."


정우성이 이번 영화의 엄청난 흥행을 바라지는 않지만, 실패만큼은 막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전과 시도의 의미마저 퇴색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정우성이 후배를 데리고 괜한 짓을 했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겁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다행히도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한시름 놨어요. 앞으로도 후배들이 자신만의 영화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계속 제작을 할 겁니다."

정우성은 스스로 "마이너 인생에서 출발해 영화판 안에서 성공한 인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그 행복을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그가 계속 영화를 꿈꾸고 도전하는 이유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죠. 안주하면 안 돼요. 계속 꿈꿔야 합니다. 또 제가 어린아이처럼 철딱서니 없고 오지랖이 넓기도 하죠.(웃음)"

미국의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꿈을 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나무처럼 매일 매일 성장하고 가지를 뻗어 나간다.' 정우성이 꼭 그랬다. suzak@sportschosun.com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의 주인공 정우성이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우성, 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 영화로 오는 7일 개봉된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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