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서경덕,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확장

기사입력 2016-02-01 09:07


사람은 주변에 의해 행복해지고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가꿔나간다. 모델이자 배우로 20대를 살다 서른 중반에 이른 지금 영화 감독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MC로 음악인으로 부지런히 지평을 넓혀나가는 이영진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도전을 했으나 하나 하나의 성취에 연연해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한 이영진의 인생 철학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1을 통해 그녀 주변의 모델, 디자이너 등 다양한 패션계 인사들을 소개해준 이영진은 자신의 인생을 그려온 궤적들을 채워준 패션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을 이 자리에 초대할 계획이다.


이영진(왼)과 서경덕. 사진=이종현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2 여섯 번째 주인공은 모델 서경덕이다. 묘한 마스크의 소유자인 서경덕은 2012년 데뷔했다. 한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일을 하던 그는 "모델 김원중이 우리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다 모델이 됐다는데 너도 한 번 모델 해보는게 어떠냐"라는 동료 직원의 말을 들은 다음 날, 영화처럼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이후 데뷔 4년차에 들어선 2016년의 그는 서울 컬렉션의 굵직한 무대에 서왔고 뮤직 비디오에도 출연했으며 또 지난 해에는 선배 모델 이영진과 손을 잡고 경덕과 대환, 게이 커플과 그를 관찰하는 영진, 세 사람의 관계를 다룬 단편 영화 '어떤 질투'에 출연해 첫 연기의 맛을 느껴보기도 했다.

올해는 인생의 새 장을 연 중대한 결심까지 한 서경덕.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영진(이하 이)- 우선 '어떤 질투'이야기를 해볼까요? 처음 연기를 하게 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서경덕(이하 서) : 엄청 떨리기도 하고 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어..뭐지?' 싶은 마음도 있었죠.

이-모델 민준기 씨의 추천을 받고 사진을 봤는데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인데 급하게 보이스톡을 했었죠. 사실 감독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으면 걱정이 많이 될 수박에 없었을 거예요.

서: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제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 두려운 마음이 컸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연기여서 피해를 드릴까 걱정이 됐죠.

이- 시나리오 보고 나서 캐릭터 준비를 따로 한 것은 없었나요?

서: 사실 처음에는 제가 맡은 캐릭터가 게이라 좀 더 여성성 있는 느낌으로 해석을 했었어요. 그런데 누나에게 물어보니 '여성성이 있다기보다 착하게 살아오고 바르게 산 긍정적인 남자아이'라고 설명해주셨죠.

이-맞아요. 그 질문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나요. 전 사실 이번 영화에서 보통 게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그런 편견을 그리기보다 그냥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죠. 겉으로 보면 대환 캐릭터가 더 남자 같을 수 있겠지만 전 오히려 경덕이 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책임감도 강한 그런 남자요.

서: 처음 리허설을 하고 제 역할에 실제 모델이 된 분을 만났어요. 만났을 때 받은 느낌은 차분하고 선하고 바르게 자란 느낌이었죠. 정말 누나가 말한 그 느낌 그대로. 그 때 더 어려워졌죠, 하하. 전 전혀 안 차분한 편인데.

이-하하하. 맞아요. 캐스팅 하고 보니 눈에 장난기가 많더라고요.

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이-첫 영화 경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서: 처음에 제가 딱 나오는데 '샤랄라라' 하는 느낌으로 웃더라고요. 보자마자 바로 꺼버렸어요. 영화관에서 볼 때는 너무 창피했고요. 집에 가면서 '아,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라며 후회에 휩싸였죠.

이-본인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정말 칭찬을 많이 했었고요. 또 다음에는 분명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화보 촬영도 연기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더 깊어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거예요.

서: 제 생각에도 정말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또 사실 현장에서 대사를 까먹기도 해서 더 긴장했는데, 누나와 강진아 감독님이 편하게 해줘서 감사했어요.

이-연기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요?

서: 제가 그 역할이 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생각으로는 돼도 몸이 안따라가니 그래서 더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평소 좋아했던 배우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요.

서: 김윤석, 유아인, 한효주, 배두나를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여고괴담'의 이영진 배우님입니다, 하하.

이-엎드려 절받기인가요, 하하. 참, 모델일 처음 할 때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 역시 처음 데뷔할 때는 카메라가 다가와서 클로즈업 찍는 것이 싫었어요. 렌즈에 제 자신이 비치는데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서: 맞아요. 그래서 이번에 영화 찍을 때 처음 모델일 할 때가 생각났어요. 확실히 비슷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이-참, 모델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옷 가게에서 캐스팅 됐다던데

서: 원래는 옷을 좋아해서 의류 쪽 일을 여하튼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양말 사업도 해봤어요. 망했죠, 하하. 그러다 동창이 일하던 브랜드의 매장에서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캐스팅이 됐죠.

이- 모델 서경덕의 장점을 직접 소개해준다면요.

서: 열심히 하는 점이요.

이-그건 저도 보장해요. 이번에 영화 촬영하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본인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점이 있다고 촬영 전날까지도 저를 붙잡고 연습을 했었으니까요. 거의 새벽 2시 넘어서까지 했었죠.

서: 좀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어요. 모델일 하면서 느낀 것은 결과물이 중요한데 제 스스로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싫어요. 쪽팔리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정말 싫어요.

이-가장 영향을 많이 받거나 좋아하는 패션계 인물이 있나요?

서: (민)준기나 (김)도진이에 확실히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좋아하는 디자이너는요?

서: 반달리스트 양희민이요 너무 좋아요.

이-서경덕이 생각하는 패션의 정의는요?

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옷이요. 옷을 입었을 때 딱 자기 옷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게 패션이죠.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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