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성한 웹젠 김병관 의장, 어떤 출사표 내던졌나?

기사입력 2016-02-01 14:31



"게임업계 대표는 아니지만, 게임과 IT 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보겠다."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은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 그다지 목소리를 높이지 못해 왔다. 업계 1세대인 넥슨이 이제 창업 2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산업 발달단계에선 아직 '청년기'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가장 비중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오픈마켓에서도 가장 많은 매출과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기에 세계 유수 게임과 IT기업들이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는 강력한 사회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온라인게임을 개발, 2000년대 중후반까지 세계 게임산업을 주도했지만 국내에서 강력한 규제의 벽에 막히고, 사회적 책임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며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는 사이 기존 게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에도 크게 밀리면서 어느새 주도자의 위치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스마트폰이 창출한 오픈마켓 생태계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이제는 전형적인 '후발주자'로서의 위치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생존과 매출 극대화라는 각자의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외부로부터 숱한 위협 요소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단합해 한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나 정치권에 의해 휘둘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병헌 김광진 의원 등이 18~19대 국회에서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진흥을 위한 정책을 내는 등 노력을 하는 가운데 이를 더 힘있게 뒷받침하고 나아가 주도할 수 있는 게임업계 종사자의 정관계 진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1세대 게임사인 웹젠 김병관 이사회 의장(43)이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에 외부 영입인사로 입당한다는 소식에 많은 게임 관계자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입당 후 선거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돼 예비 정치인으로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김 의장은 1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처음으로 게임기자들과 만났다.

김 의장은 "과분하게 많은 일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지만, 게임업계만을 대표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이 아니기에 만남이 늦어진 것도 있다"고 입을 뗐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KAIST 산업경영학과 석사 출신인 김 의장은 1세대 게임 개발자 가운데 한 명으로 NHN게임스와 웹젠 대표를 역임한 후 2011년부터는 웹젠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선 공식적으로 물러나 있지만 전반적으로 회사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더민주의 지지자였다는 김 의장은 "영입제의도 있었지만, 지지하는 당을 돕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기에 회사를 경영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만약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고 말했다.

2000년에 IT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었고, 게임사에도 10년 이상 있었으니 우선 두 분야에서의 관심사를 꺼내든 김 의장은 "모두 아시다시피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인식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협회나 재단 등을 통해 사회공헌과 어필을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게임업계는 피동적, 수동적 입장에서 대응을 해왔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액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도박 밖에 없는데, 게임도 이 부류에 속해있다. 웹보드 게임은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지만, 모바일게임이나 해외 웹게임 등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 국내업체에만 규제의 타깃이 맞춰진다면 글로벌 차원에서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것이다.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스타트업이나 청년창업 등에 집중된 현재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의장은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모바일게임도 대형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진흥도 한계가 있다. 또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는데 좋은 의미이지만 실체가 없어지고 애매모호하게 변질된 느낌이다. 단순히 공간만 준다고 해서 '창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시행정이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아직 김 의장이 어떤 방식으로 국회에 진출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 비례대표가 될지, 아니면 출신지인 전북 정읍에서 전략공천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김 의장은 "거취는 당이 결정할 것이다. 아직 국회의원이 된 것도 아니기에 어떤 상임위원회에 들어갈지, 어떤 분들과 연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김 의장은 "기업인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말씀드린 게임이나 IT뿐 아니라 고용, 비정규직 문제, 기업의 금융정책 등 많은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바꿔나가고 싶다"면서도 "물론 모두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사회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한 인력들이 게임업계에 예전만큼 들어오지 않는 것도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라며 "여러 분들과 함께 힘든 길을 걸어나가보겠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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