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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시청자를 1392년, 개경 선죽교로 초대한 '육룡이 나르샤'. 천년간 회자할 명장면이 탄생됐다.
이방원은 심복 조영규(민성욱)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는 정몽주를 막아서며 "날이 밝으면 삼봉(정도전) 스승님과 저의 인사들을 처형하실 겁니까? 도저히 이 나라 포기가 안 되십니까?"라며 마지막으로 정몽주를 설득했다. 이에 정몽주는 "내가 나고 자란 나라다. 나와 내 가족과 내 동문들을 길러낸 땅을, 사직을 등진다면 어찌 유자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방원의 '하여가'를 곱씹는 정몽주는 "백성이라, 생생지락이라. 잘 듣게나 유자는 백성을 쫓는 것이 아니네. 백성을 품고 오직 이끌어야 하는 것이야. 품기 위하여 사직이 필요한 것이고 그를 향한 유자의 마음을 충이라 부른다네. 그 충을 버린다면 마음 안에 백성도 사라지는 것이야"라며 "이보게, 이성계 장군과 삼봉, 자네들이 어찌한다 해도 단지 얻을 수 있는 것은 고려와 100근 조금 넘는 이 몸뚱어리 뿐이라네. 나를 죽이고 죽여 일백 번을 죽여 보시게. 백골이 다 썩어 나가고 몸뚱어리가 흙이 되어 먼지가 된다 한들 이 몸 안에 있었던 한 조각 충을 향한 붉은 마음은 일편단심 가지지 못할 것이네"라며 '단심가'로 자신의 대답을 대신했다.
대쪽같은 대나무 그 자체인 정몽주의 심정에 이방원은 "그 마음 가상하십니다. 뜻 알겠습니다. 스승님"이라며 한탄의 눈물을 흘렸고 이때 정몽주는 "자네가 가질 것이 하나가 있긴 하네. 천년의 악명. 자네는 이 정몽주라는 이름과 내일 아침부터 천년 동안 얽혀 기록되고 회자될 것이야. 잘 감내해 보시게"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천년의 악명'이란 저주를 퍼부은 정몽주를 향해 섬뜩한 살기를 띤 이방원은 "그리하지요. 선생과 현생에 얽힐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기나긴 역사에 천년만년 선생과 얽혀 누려 보겠습니다"라며 조영규(민성욱)에게 정몽주의 피살을 지시했다.
모든 걸 내려놓은 정몽주는 '삼봉 자네 말대로 됐군. 고려의 천년대길을 위해 이 목숨을 바치려 했건만 이 나라는 끝이 나고 내가 천년을 살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인가'라는 속마음을 건네며 선죽교 위에 피 칠갑이 돼 쓰러졌다.
역사적 사건인 선죽교의 비극은 유아인, 김의성에 의해 새롭게 그려졌다. 순도 100% 감정을 대사에 녹여낸 유아인의 '하여가', 김의성의 '단심가'는 그 어떤 사극에서도 본 적 없는 진기한 명장면을 만들었다.
이방원과 정몽주의 두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피 칠갑이 돼 선죽교 위에서 쓰러진 정몽주, 그리고 두 눈을 질끈 감는 이방원까지. 약 10분간 펼쳐진 선죽교의 비극은 소름을 넘어 전율을 감돌게 했다. 마치 1939년 선죽교의 이방원과 정몽주를 그대로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 전율의 10분. 천 년간 회자 되도 모자랄, 사극 사상 최고의 해석을 펼쳐낸 '육룡이 나르샤' 선죽교의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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