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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경규, 이토록 한결같고도 변화무쌍한 예능인이 또 있을까.
이 때문인지 '마리텔'은 그간 쟁쟁한 예능인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굴욕을 당한 일이 적지 않다. 박명수는 특기인 디제잉을 무기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이후 '웃음 사냥꾼'이 아닌 '웃음사망꾼'이란 오명 속에 장기간 후유증을 겪었다. '무한도전' 방송의 일환으로 출연하게 된 정준하는 철저한 준비 속에 1위에 오르긴 했으나, 긴장감과 어색함이 가득했던 방송은 어딘가 아쉬움을 남겼다.
'마리텔'은 이 같이 예능인 보다는 독특한 콘텐츠를 보유한 전문가나 기존 방송에서 보여준 적 없는 색다른 취미와 특기를 지닌 연예인들이 주로 출연해 왔다. 특히 이은결(마술), 김영만(종이접기), 차홍(헤어 스타일링), 정샘물(메이크업) 등 노하우를 지닌 출연자들이 주도해 왔다.
많은 예능인들이 방송용 콘텐츠에 골몰한 것과 달리, 이경규는 반려견과의 일상을 방송으로 끌고 들어왔다. '안녕 경규'라는 제목으로 방을 신설한 이경규는 본인에게 익숙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 네티즌과 소통에 중점을 뒀다. 자칫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 방송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낸 아이템 선정이었다.
이경규는 방송에서 최근 반려견이 낳은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소개했다. 강아지들을 돌보다 힘이 들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치 이경규의 일상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방송을 보는 동안 네티즌은 강아지의 귀여움에 반했고, 이경규는 여섯 마리 중 한 마리를 분양 받을 네티즌을 선발하기 위해 영상통화로 면접을 펼쳐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이는 평소 솔직한 매력을 어필했던 이경규 특유의 캐릭터와 시너지를 냈다. 앞서 '무한도전'에서 '나이가 들더라도 누워서 하는 방송을 하면 된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던 그가 실제로 누워서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절묘하게 '언행일치'가 되면서 웃음을 유발했다. 호기로운 방송 스타일은 실시간으로 의견을 다는 네티즌 앞에서도 그대로였다.
이경규의 한결 같은 캐릭터와 방송 스타일 그러면서도 변화무쌍하고 유연한 적응력은 이번에도 시청자를 감탄케 했다. 이번 '마리텔'은 이경규의 끊임없는 진화와 강인한 생존력을 다시금 입증한 방송이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모양은 달라질지 언정, 물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듯이. 이경규 또한 물 같은 한결같음과 변화무쌍함으로 '예능 대부'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네티즌은 이날 자연스러운 이경규의 '마리텔' 방송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이경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낚시 방송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경규는 "다음 방송에서는 저수지에서 붕어 낚시를 하겠다. 방송을 시작할 때 몇 마리를 잡겠다고 예고를 해놓고 못 잡으면 물에 뛰어들겠다"라며 "지금 붕어들이 줄을 서서 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낚시를 통해 또 한 번 자연스러운 일상을 고유함과 동시에 미션과 벌칙이라는 하이라이트까지 제시한, 꽤 흥미를 자극하는 기획안이다. 이경규가 낚시마저 예능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인터넷 생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