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③] 신구 "노희경, 어쩜 노인 마음을 콕콕 짚는지 신통해"

기사입력 2016-06-01 10:20


'디어마이프렌즈'에 출연 중인 신구가 집 앞에서 출장토크 초대장을 받아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조선 김겨울 기자·백지은 기자] '디마프'가 화제를 모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노희경 작가 때문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담담한 고찰을 담아 매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폐부를 찌르는 대사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강점이 있다. 노 작가가 '디마프'가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것은 이 때문이다. 대본을 직접 연기하는 입장은 어떨까.

신구는 "노희경 작가와는 처음 작품을 하는 건데, 직접 해보니까 왜 이렇게 노희경 작가 작품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회자되는지 알겠더라"라고 높이 평가했다.


신구가 '디어마이프렌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장미 꽃 한 송이를 들고 미소짓고있다. 사진=스포츠조선 DB
신구는 "작가들이 직접 경험한 것 만으로 대사를 쓰는 건 아닐텐데 노인들 마음이나 분위기를 그렇게 콕콕 짚어 표현해 주는지 신통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라고 구체적으로 노 작가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리곤 "노 작가가 나처럼 나이도 많이 먹지도 않았던데…. 그 작가 아직 젊은데도 세월을 보는 깊이가 있어"라며 한참을 칭찬했다.

실제로 '디마프'는 황혼 청춘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그리고 있어 호평받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된 것 자체가 어찌보면 모험이었다. 노 작가는 노인들을 말이 통하지않는 뒷방 늙은이로 치부하는 이 사회에 꼰대들의 마음도 뜨겁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랑 앞에서 이기적이고, 과거사를 돌이키며 끝내 머리 끄덩이를 잡는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기엔 긴 세월을 함께 버틴 그들만의 역사와 의리도 담겨있다. 이런 통찰력은 웰메이드 드라마, 힐링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담기 충분한 것이다.

"노희경 작가와도 처음부터 얘기했어. 나를 섭외하려고 했을 때 요새 말하는 권위적이고 타성적인 노인의 관념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더라고. 노인이라고 행동이 어눌하거나 하지 않고 젊은이들과 똑같이 대화하고 그런 내용으로 썼다고 했어."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하지만 '노인' 혹은 '꼰대'에 대한 고정관념은 분명히 있다. 꽉 막히고 말도 안 통하고 행동과 말이 어눌하며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옛날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다.

하지만 '디마프' 속 배우들은 이런 고정관념을 기분좋게 날려버렸다. 심지어 꼰대들의 속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마저 만들어줬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안 늙으니까 너무 힘들다'라는 대사가 대표적인 예다. '그들도 우리와 같다'라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노희경 작가가 전체적으로 포인트를 짚고 가는 대사들이 많아. 한마디 한마디가 다 주옥같아. 촬영 전에 6권인가 대본이 나왔으면서 준비했고, 지금도 대본도 다 써놨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좋은 거야. 배우들이 작품에 충실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지. 쪽대본이 없었어."

신구는 칭찬을 이어갔다.

"'태양의 후예'도 사전제작을 하니까 충분히 검토하고 미리 보완할 수 있었잖아. 작품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사전제작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일찍 갔어야 해."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기를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연기자의 가장 큰 덕목은 누가 뭐래도 성실함이라고 생각해. 성실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 크거나 안크거나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그렇게 연기하다 보면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거지. 그리고 배우도 결국 자기가 경험한 것 안에서 연기라는 게 나온다고 생각하거든. 사람이니까. 그 말은 배우가 자신의 인생을 걷다보면 또 그만큼 연기 폭이 넓어진다는 거지. 그러니까 연기자로서도 한 사람으로서 인생에서도 충실하게 살다보면 되는 거지 뭐."

시크하게 말하는 그의 말이 여운이 남는다. '디마프'에서 보여지는 불통의 아이콘 석균, 오늘 인터뷰 한 신구,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가 어쩌면 같은 꼰대가 아니었을까. 결국 자신의 상황과 세월에 충실한 꼰대들. 우리가 지금 이 세상을 누리고 있는 것도 저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winter@sportschosun.com, silk781220@,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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