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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안고 뒹굴고 싶어 병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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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처럼 순간순간 스치는 미래의 그림자는 그에게 어쩌면 '지도'같은 것이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말을 아끼고 마음을 아끼던 자신을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다. 같은 상황이 닥칠 때마다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를 실수가 오버랩된다. 현실 세계에서 그는 그대로 하지 않았다.
길에서 마주친 오해영이 "아는 척하지 말랬잖아"라며 차갑게 대하는 순간, 꿈에선 "이제 아는 척 안할게" 버럭 했던 도경이 또다시 진심을 말한다. "신발 바꿔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 말 한마디에 세상이 조금씩 바뀐다. 예지몽에서 태진과 손을 맞잡았던 오해영은 태진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걸어간다.
또다시 우연히 마주친 병원 응급실에서 야멸차게 커튼을 치는 오해영, 도경은 "아프지마라" 다섯글자로 돌아서는 대신 ""반갑다! 나만 아프면 억울할 뻔했는데 너도 아파서 반갑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똑같이 네 결혼 깨버릴 거고 또 옆방으로 들어갈 거다. 미안한데, 결혼 깬 거 하나도 안미안해"라고 답답한 속내를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쏟아낸다. "미안해. 이게 본심이야. 너 안고 뒹굴고 싶은 거 참다 병났다." 드라마를 통틀어 박도경이 가장 많은 말을, 가장 빠른 속도로 한 순간이다. 절절한 속내를 드러낸 후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를 향해 깡총깡총 달려오는 오해영의 발끝. 남자의 진심이 그들의 세상을 바꿨다.
현재의 작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미래를 바꾼다는 작가의 설정은 긍정적이다. 현재의 작은 변화가 미래를 바꾼다는 것, 그래서 사랑도, 삶도, 죽음도, 운명도 바뀐다는 것, '또 오해영' 12화가 던진 따뜻한 메시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