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①] 백종원, 논란에 답하다 #설탕#골목상권#금수저

기사입력 2016-06-15 10:30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이번 주 출장토크의 주인공은 눈높이 레시피로 쿡방 신드롬을 주도한 '혼밥족들의 영원한 스승' 백종원입니다.


백종원은 방송에서 보는 것 그대로 달변가였다. 그는 손짓을 섞어가며 삼촌처럼 친근한 인상과 조근조근한 말투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06
[스포츠조선 이재훈·최보란 기자] 백종원과의 만남은 뜻밖에, 또 갑자기 성사됐다. 사업과 방송으로 짬을 낼 수 없는데다 매체가 워낙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음식 프로그램 이외 예능은 출연하지 않는 것처럼 그는 방송인 자격의 인터뷰도 스스로 사양해왔다.

"언론과는 과거 사업 홍보차원 외엔 인터뷰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근데 이젠 시간을 내서 슬슬 하려구요. 가만히 있으니까 자꾸 다른 말들이 나오는 거 같아서..."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백종원은 배우 소유진과 결혼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후 직접 TV에 등장해 쿡방 열풍을 이끌면서 소유진을 '백종원의 아내'로 만들만큼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유명세엔 크고 작은 논란이 따른다. 백종원의 인기가 치솟자,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을 중심으로 간이 센 백종원식 집밥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때마침 설탕 소비 증가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면서 백종원은 갑자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되는 홍역을 치렀다.

"예전엔 기사 댓글을 아내 거까지 챙겨봤는데 한동안 말이 많은 뒤부턴 댓글을 안 보게 됐어요. 방송은 신나서 해야 하잖아요. 근데 댓글을 보면 의욕이 확 꺾여요. 정신 건강에도 안 좋고요. 오히려 '3대 천왕'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오프라인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들을 때 힘을 얻죠."

백종원은 수긍할 만한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플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한창 논란일 때 해명을 해봤자 언론 플레이로 치부될 것이 뻔했고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그는 우선 설탕 논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세계보건기구 발표로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설탕 소비량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최근 급격히 올라가는 건 맞아요. 그리고 그 주범은 음료수죠. 콜라 하나에 각설탕 7개 반이 들어가는데 제가 만드는 양념장 40~50인분에 들어갈 분량이죠. 이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도 '설탕이 건강에 안 좋기 때문에 줄입시다'라는 캠페인에 상징적으로 저를 끌어들인 건 맞지 않다고 봐요."


백종원은 "어쩌다 내가 피해자가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질문할 틈도 없이 그의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프로 방송인답게 그대로 받아 적으면 글이 될 정도로 논리 정연했다.


"한식 식단은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서양식과 달리 당 함유량이 어떤 날엔 높고 어떤 날엔 낮아요. 떡볶이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만 떡볶이를 매일 먹진 안잖아요. 제가 프로그램에서 설탕 레시피를 썼다고 '저 슈가맨처럼 설탕을 많이 넣어선 안된다'고 손가락질 하는 건 계도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억울하긴 해요"

백종원은 '백종원이 소개하는 집밥은 식당음식과 같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누누이 말했지만 집밥은 엄마의 손맛이 아니라 집에서 해먹는 밥이에요. '집밥 백선생'은 밥을 안 해먹던 사람에게 한번 해먹어 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의도죠. 그런데 방송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게 왜 집밥이야 식당밥이지'라고 지적하는 건 이해가 안돼요."

백종원은 자신의 레시피가 '적당히 짜고 달고 맵고, 그래서 무엇이든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절반만 동의했다.

"100명을 모아놓고 설렁탕에 소금을 넣으라고 하면 취향에 따라 소금량이 마름모꼴을 그려요. 아주 싱겁게 먹거나 아주 짜게 먹는 사람은 적고 그 중간은 많겠죠. 음식 프로그램에서는 누구한테 맞춰야 할까요. 저는 일단 간은 세게 해요. 일반적으로 간이 세면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데 초보자 입장에서 맛의 포인트를 알기 쉽죠. 음식을 처음부터 싱겁게 만들도록 유도하면 시청자는 직접 따라하면서도 자기 요리가 맛을 없다고 느낄 확률이 높죠. 그래서 '좀 짜고 맵지만 밖에서 먹는 음식이랑 비슷한 맛이 나오네'라고 느끼게끔 자신감을 심어주죠. 그 다음엔 알아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간을 조절하지 않겠어요? 누가 제 입맛에 짜고 맵고 단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하겠어요?"

백종원은 현재 tvN '집밥백선생2'와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만큼 책임감도 크다. 전자는 자신이 직접 요리를 펼치고, 후자는 명인들의 요리를 중계하는 방식이지만 목표는 같다. 시청자들에게 '흔히 먹는 음식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다'는 원리를 알려주고 직접 앞치마를 두르게 함으로써 식당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손님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외식업 수준도 따라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얘기는 자연스럽게 본업(?)인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넘어갔다. 잘 알려졌다시피 백종원은 방송인 이전에 수많은 외식 브랜드를 개발한 기업인이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요즘엔 어떻게 싼 가격에 좋은 음식을 낼까를 고민해요. 저는 외식업 지형이 끼니를 떼우기 위한 식당과 음식을 즐기기 위한 식당으로 나뉘어야 한다고 봐요. 지금은 그리고 끼니를 떼우기 위한 식당의 식단은 가능한 한 싸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근데 이게 '저 놈은 음식 가격대를 너무 낮춰서 다 죽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 가격이어도 충분히 살아남는데 안하는 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길이죠."

백종원은 한 편의점과 제휴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도시락을 판매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파는 싸고 퀄리티 높은 도시락 문화가 부러웠다"면서 "마진을 최소한 줄이자는 제안을 회사 측이 받아들였고 제가 OK하지 않으면 언제든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백종원의 사업 수완은 연세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잘 발휘됐다. 호프집을 인수해 대박을 터뜨리고 카페와 음식점 경영으로 십수 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지면서 집안이 배경이 됐다는 오해도 많이 들었다.

"집이 넉넉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업에 있어서 제가 금수저란 말은 억울해요. 초기엔 친구들하고 소액을 모아 시작했고 그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손해도 많이 봤어요. 그 과정에서 아버지나 조부모께선 훈장집 아들인 제가 장사하는 것을 반대했어요. 조부모께서는 몇 년 전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외식사업을 하는 저를 용서하셨죠."

다시 방송 얘기로 돌아와, '집밥백선생' '3대천왕' 외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다시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백종원은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인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마리텔은 하차 이후 의리 때문에 단발로 출연한 적이 있지만 계속 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꾸준히 출연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안 그래도 기존 프로그램이 재방송을 많이 해서 너무 많이 TV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어요(웃음). 그 때문에 사업 때문에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구요. 물론 방송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제가 방송을 제 사업 잘되자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방송 덕택에 사업 잘 된다는 인식이 정말 싫어요."

'집밥백선생2'의 고민구 PD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백종원이 여러 논란 때문에 간혹 주눅 든 태도를 보여 안쓰럽다고 밝힌 바 있다. 백종원은 "PD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예전엔 자신있게 '이만큼 넣으세요' 했는데 요즘엔 오해가 심해서 그냥 '입에 맞추세요'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백종원은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2시간 넘게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조금이나마 진심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지금은 제 이슈가 많이 가라앉았죠? 악플 달던 사람들도 이제 '그러려니' 할거에요. 그렇게 편안한 시기가 온 것 같아요."

sisyphe@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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