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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싫었다가 좋아하면 답도 없다던데, 류준열은 황정음에 단단히 빠졌다. 시종일관 신경썼다. 화도 났다가 웃음도 났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에 '로봇' 제수호는 혼란스럽다.
그렇게 기다리던 심보늬의 등장에 제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안타깝게도 내가 상상력이 좋아가지고 심보늬 씨가 내 눈앞에 안 보이면 뭐 할까 신경 쓰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늘 제가 보이는 앞에 있으세요. 사표 금지. 결근도 금지. 연락 두절도 금지. 다 금지예요. 오늘은 집에 가서 자요. 그게 오늘 심보늬 씨 퀘스트입니다"라며 속마음을 고백했다. 애써 논리적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심보늬도, 시청자도 감정으로 범벅된 고백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수호는 이 마음을 애써 '버그'로 단정짓고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철저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두뇌로 인생에 별반 실패를 느끼지 못했을 그지만, 이 노력은 이제 통하지 않을듯 하다. 심지어 미신을 믿지 않던 그가 부적이 되어주겠다며 오히려 심보늬의 세계를 인정해버린 모습은 극 중반에 이르러 제수호라는 캐릭터가 확실히 변화했음을 예고했다.
류준열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그런 제수호의 감정 변화를 점차적으로 녹여냈다. 로봇같던 말투는 미묘하게 감정이 묻어났고 CEO의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가끔은 표현을 덜 배운 아기 같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런 복잡다난 제수호의 모습을 그는 섬세하게 하나씩 꺼내보이고 있다. 흐름상 2막이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인간화'된 제수호의 감정적 직진이 앞으로 '운빨로맨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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