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PD'의 예능, '작가'의 드라마

기사입력 2016-06-23 11:0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출연자를 보고 TV를 보는 시대는 갔다.

과거 시청자들이 TV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출연자였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론칭할 때 "누가 나오냐"가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제작진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 최근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선택·시청할 때 "누가 만든 작품이냐"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메인 PD를, 드라마를 선택할 때는 작가를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는 편집과 연출에서,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매력 요소는 스토리이기 때문. "누구 나와"가 아니라 "누가 만들었냐" "누가 썼냐"를 가장 궁금해 하는, '스타 PD'와 '스타 작가'의 시대가 온 것이다.

대표적인 스타 예능 PD는 나영석이다. 나영석 PD가 새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프로그램 출연자는 물론이고 컨셉트와 포맷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오직 '나영석'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낳는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역시 대표적인 스타 PD다.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의 메인 연출자인 그는 '갓태호'라고 불릴 만큼 시청자의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이 '우주특집' '봅슬레이 특집' 등 당시 상황에서는 도저히 불가능 해보이는 특집을 선보이겠다고 천명했을 때도 시청자는 '김태호라서 가능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지웠다.

이들 뿐 아니다. MBC '무릎팍 도사'부터 JTBC '아는 형님'까지 히트시킨 여운혁, KBS '1박2일'의 제2 전성기의 문을 연 유호진, 인터넷 방송을 TV로 도입시킨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진경, '해피투게더' '크라임씬' '슈가맨'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연출자 윤현준까지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연출자'로 인식돼 있다.

한 방송 관계자들은 "스타 PD들은 예능 PD들은 연출 능력 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갖췄다. 이제 PD들에게도 '스타성'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예능 PD의 이적 소식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만봐도 PD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은 단연 작가다. 연예인에게만 있는 '팬덤'까지 존재한다. 특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등을 집필한 김은숙과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를 쓴 박지은은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스타 작가다. 이들이 새 작품 집필에 들어갔다는 소식만 나와도 팬들의 기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던 한국형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는 올해 초 종영한 '시그널'로 믿고 보는 작가 명단에 이름을 확실히 세겼고 노희경 작가는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작품에서 깊이있는 내용과 특유의 감성으로 노희경 마니아들을 이끌고 있다.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스타 작가의 작품은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올 거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최근 방송사들도 드라마를 론칭할 때 배우보다 작가 확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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