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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배우 한예리를 떠올리면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영화 '코리아' 속 탁구에 목숨걸던 북한소녀 순복, '해무'의 욕망 속 홀로 피었던 홍매, 그리고 '극적인 하룻밤'에서 상큼하게 사랑을 노래하던 시후까지, 그 어느 것 하나 같은게 없었다.
양순은 우연히 산속으로 들어갔다 기성(안성기)와 함께 엽사 무리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엉뚱항 행동을 일삼지만 끈기와 집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래보다 지능이 낮고 사리 분별에 어두워도 정의가 뭔지는 안다. 또 한없이 순수하지만 그 안에 강단을 감추기도 했다. 한예리는 그런 양순이의 장점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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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쓴 그 역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산속'이라는 환경이었다. 한예리는 "너무 추우니까 도복 안에 비옷과 수트를 함께 입었다. 옷 한번 입고 벗고가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근데 심지어 화장실이 멀기까지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비옷을 찢은 적도 있다(웃음) 정말 쉽지가 않더라. 현장에서 뭐 먹기가 무서웠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한예리가 '사냥'에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배우 안성기다. 한예리는 "안성기 선배는 한국 영화의 역사다. 또 한국 영화계의 최전방에서 애쓰신 분이다. 160편을 찍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분이 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후배 배우로서 함께 하는 게 너무 영광이다"라고 안성기에 대해 설명한다.
"스태프분들이나 감독님이나 영화를 찍으며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있잖아요. 그런데 안성기 선배님은 이미 그 답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그 사람이 과정을 겪고 결과를 얻는 시간까지를 기다려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하는게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끔 시간적인 여유를 주시는 게 대단했어요. 그렇게 인내하고 매순간 참고 견뎌내는 분이세요."
한예리는 이 영화로 '필름시대사랑(2015)' 이후 안성기와 두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사실 단편 때는 거의 하루정도 뵌 거라서 아쉽다 싶었는데 '사냥'에서 만나 너무 좋았죠. '사냥'에서 남성미 넘치는 모습을 보다가 수염을 예쁘게 밀고 오셨는데 그 모습이 아쉽더라고요. 너무 깨끗한 '맥심'으로 돌아간 듯한 이미지?(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수염을 기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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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매번 다르게 보이는 무쌍의 말간 얼굴은 연기력과 더불어 시너지를 낸다. "그렇게 봐주시니 마냥 좋아요. 어쨌건 그 캐릭터로 봐주시는 거니까 기쁘죠. 척사광으로는 카리스마 있게, 또 양순이는 또 산에서 뛰어노는 아이처럼 나오고 또 곧 개봉할 '최악의 여자'에서는 여성스럽게 나와요. 그렇게 스위치가 많이 바뀔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온 한예리, 그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작품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본인이 그렇게밖에 연기를 못하더라도 '내 연기는 이런 식이야' 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 배우는 그걸 규정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관객들이 붙여주는 수식어다"라며 차분하지만 강단 있는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노력하는 배우 한예리가 대중들에게 실제 듣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일까. 역시 대답은 '안성기'다. "좋은 배우요. '좋은'이라는 뜻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나요? 그만큼 좋은 사람의 기준은 상대적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좋다는 것들의 범주에 들어가고 싶어요. 한국에 많은 사람이 있고 좋은 배우 열 명만 뽑으라면 안성기 선배님이 들어가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하는 것 같아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