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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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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하는 이유로 공영방송으로의 사명감을 꼽았다. KBS는 지난달 23일 "최근 제작비가 치솟고 광고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한데다 케이블, 종편, 외주사 등으로 KBS 핵심 인재들이 빠져나가 공영방송 제작기반이 붕괴될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KBS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방송 산업 발전에 일조하고 국가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해외향 대작 한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자 한다. 사전제작 등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 중심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5일에는 "해외 자본이 밀려와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이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은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을 피폐화 시킬 것이고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 자본이 가져갈 것이다. 국내 유능한 제작인력도 중국으로 이미 대량 유출됐다. 반면 국내 제작환경은 리소스 부족 등으로 제작비가 폭등, 킬러콘텐츠 제작은 엄두를 못내는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즉 대한민국 방송문화산업 발전을 꾀하기 위한 글로벌 한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해외 자본의 잠식 위기에서 국내 방송 시장을 지켜내고자 제작사를 만들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주제작단체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KBS의 제작사 설립이야 말로 국내 방송 환경의 균형을 깨는 행위로 공영방송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독립제작사협회 회장이자 (주)코엔미디어 안인배 대표는 안인배 대표는 "공영 방송사인 KBS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외주제작시장 자체가 사라질 위험성이 있다. 수신료를 받고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사에서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생존을 꾀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굉장히 심각한 사태가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국독립PD협회 송규학 회장은 "KBS는 공영방송이다. 그런데 수신료를 받아 국민의 볼 권리를 향상시키는데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공영성 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KBS마저도 다큐멘터리 슬롯이 너무 많이 없어졌다. 공영성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더 수익을 내겠다는 처사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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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하면서 "KBS는 외주제작사들과의 상생을 통해 끊임없이 방송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태양의 후예'와 같은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제작, 편성해 국내외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류 재점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KBS의 외주 편성 비율이 타 지상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아려진 바 있다"며 "KBS는 외주젝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개발 및 제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의 입장에 대한 외주제작단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안인배 대표는 "그렇다면 왜 자회사가 아닌 KBS와는 공생할 수 없는건가. 그리고 이제까지는 왜 공생하지 않았나. KBS와 외주제작단체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무엇이 진정한 공생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에 따르면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 편성 제도가 축소되면서 방송사들의 자회사 편성 비중이 높아졌고 외주는 종전 45%에서 30%까지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자체 제작사까지 설립한 마당에 갑자기 외주 제작 비중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애기다.
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공정성 논란도 꺼내들었다. 현재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대부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공동제작 형태로 꾸려지지만 저작권은 방송사에 귀속된다. 제작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형태로는 더이상 방송 환경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는 곳으로 저작권이 귀속되어야 책임감 있고 질 좋은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고, 이는 결국 한류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는 중국 대자본을 투자받아 (주)NEW에서 사전제작한 드라마로, KBS에서는 방영권만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NEW는 '태양의 후예' 방송 이후에도 해외 판권 수익, OST 수익 등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안인배 대표는 "우리는 지금 편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그런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면 어떻겠나. 내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좀더 좋은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콘텐츠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도 시도를 계속해왔다. 제작비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권리를 요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태양의 후예'나 '심폐소생송'과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그렇게 조금씩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시켜나가고 있는 찰나 KBS와 같은 거대 기업이 제작사를 만든다는 것은 외주제작사를 없애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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