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 영원한 '코믹보이' 최양락, 그의 컴백을 기다리며

기사입력 2016-07-20 11:14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방송인 최양락이 14년간 진행해온 MBC FM(95.9 ㎒)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이하 재미라)에서 지난 5월 하차한 것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은 최양락의 하차와 관련해 외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MBC 측에서는 "외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최양락은 '두문불출' 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최양락과 청취자들이 얼마나 '재미라'를 사랑했느냐 하는 것이지 않을까.

기자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재미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약 1년간 매주 월요일마다 '먼데이서울'이라는 연예뉴스 코너를 최양락과 함께 했다. 당시에도 최양락은 지각 한 번, 실수 한 번 하지 않은 '명품' DJ였다. 여의도 스튜디오에서 상암동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긴 날도 제작진은 난리였지만 최양락은 차분히 방송을 이어나갔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갑작스런 폭설로 기자가 방송 시작 1초 후에 스튜디오에 뛰어들어가며 '헉헉'거리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국에 퍼진 적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최양락은 전혀 흔들림 없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냈다. 코미디언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강해 늘 새로운 후배들에게 코너를 맡기며 기회를 주기도 했다. 작가들과 제작진에게는 '아저씨'로 불렸다. 옆집 아저씨처럼 늘 친근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1년간 가장 크게 느낀 것이 바로 '재미라'에 대한 최양락의 애정이었다. 기자와 첫 방송에서는 "아들이 오늘 군대에 갔다"며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때로는 아내 팽현숙에 대한 '뒷담화'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힘든 일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청취자들을 가족으로 대하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최양락은 코미디언이지만 일상에서는 말수도 많지 않은 무덤덤한 스타일이다.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는 누구보다 재미있지만 평소에는 낯도 가리는 편이다. 함께 방송한지 3개월만에 "어이 고기자, 오늘 방송 괜찮았는데, 더 망가져도 재밌을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손한서 PD에게 "오늘 아저씨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 했더니 "그정도면 완전 친해진거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말 잘 안하신다"며 웃었다.

그런 그가 방송 후 맥주 한 잔하는 '뒤풀이'에서는 늘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곤 했다. 늘 "오늘은 이렇게 한게 참 좋은 것 같다" "오늘은 이게 별로 였다" "코너를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재미라'의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코너에 대한 아이템도 작가 PD들에게 끊임없이 내놨다.

그랬던 그에게 '재미라' 하차 소식은 '청천벽력'과 다름 아니었을 수도 있다. 당시 마지막 방송에서 아쉬운 마음에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이크 앞에 놨더니 방송 후 "커피 잘 마셨어. 정말 아쉽지만 다음에 또 같이 또 하자고"라고 담담히 말하는 모습은, 자신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었다. 그의 말처럼 꼭 '재미라'가 아니더라도 라디오를 통해 영원한 '코믹보이' 최양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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