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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끝까지 간다'로 큰 호평을 받았던 김성훈 감독이 톱배우 하정우와 손 잡고 다시 돌아왔다. 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영화다.
'터널'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인물이 예기치 못한 재난에 처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정수의 구조를 둘러싼 터널 밖의 상황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마치 우리의 현실을 투영하는 듯하다. 현실 세태를 리얼하게 풍자한 스크린 속 모습은 씁쓸한 웃음과 답답함을 자아내는 것. 또 제대로 된 대처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터널 밖 사람들의 모습은 터널 안에서 1년 같은 1분을 견디며 생사를 다투고 있는 정수와 극명하게 대조되며 보는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재난 영화는 대부분 기존 참사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중점을 두기 마련이다. 하지만 '터널'은 터널 안과 밖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상황을 보여주며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정수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꼬집어냈다.
이에 대해 김성훈 감독은 "현실감은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하는 이유다. 내가 현재까지 영화를 하면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 현실에 발을 디디고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며 "풍자와 해?은 어느사회에서나 있고 영화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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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특히 하정우와 배두나, 오달수의 연기가 눈에 띈다. 하정우는 터널에 갇혔지만 가족의 품으로 살아 돌아가려는 남자의 치열한 생존기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아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하정우의 연기는 뛰어난 순간의 집중력, 그리고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즉흥성, 유연성이 결합되어 엄청난 것이 나온다. 매번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그의 연기를 치켜세웠다.
배두나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고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강인한 아내의 모습을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감정이 과장되거나 가공돼 보이는 것을 가장 경계한 배두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내의 상황과 심경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배두나의 연기에 대해 오달수는 "어떻게 민낯으로 그런 표정과 얼굴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말 대범하고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또 하정우 역시 "리딩 때보고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원시원하고 꾸밈이 없고 멋있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첫 인상이 너무 좋았고. 클래식한 면도 있더라"며 "자기 촬영 분량이 없는데도 간식을 바리바리 싸서 촬영장에 온다"며 "스태프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친근하게 하는 것을 보고 내 자신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또 "라디오 방송국 복도를 걸어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조본부 대장 대경으로 변신한 오달수는 '천만요정' 답게 보편적인 영웅 이미지보다는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 같은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오달수는 "사실 촬영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가 감독님이다. 나는 추위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밖에 안난다"고 웃었다. 하지만 '암살'에 이어 또 다시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만나는 신이 별로 없어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이심전심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호흡이 빛나는 '터널'이 관객에게도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