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종영②] 오글-카메오-PPL…3가지 아쉬움

기사입력 2016-08-24 14:1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라마는 갔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SBS 월화극 '닥터스'가 23일 종영했다. '닥터스'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며 성장하고 평생 단 한번뿐인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다. 작품은 박신혜와 김래원의 진한 멜로 케미에 힘입어 시청률 20%대를 돌파, 월화극 최강자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웰메이드 메디컬 드라마라 칭하기엔 2% 부족한 느낌이다. '닥터스'가 남긴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역시 오글거리고 현실성 떨어지는 설정일 것이다. 유혜정(박신혜) 캐릭터 설정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졌다. 학창시절 문제아가 갑자기 의사가 됐다는 인생 역전 스토리는 둘째치더라도 패싸움에서도 밀리는 법 없고, 의사가 된 뒤 조직폭력배와도 싸우는 등 '전투의 여신'처럼 묘사되는 부분은 설득력을 확 떨어트리는 악수였다. 유혜정과 홍지홍(김래원)의 러브라인 역시 두 배우의 케미가 워낙 좋아 차밍포인트로 작용했을 뿐, 빗속 댄스신과 같이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이어지며 반감을 사기도 했다.



메디컬 드라마라 볼 수 없는 반(反)리얼리티 전략도 한몫했다. 메디컬 드라마의 핵심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사들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잘 살아났냐는 것인데, '닥터스'의 의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옷차림부터 그랬다. 일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의상들이 줄이었다. 그러다 보니 박신혜가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모습까지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신혜는 "지우겠다"는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장면은 역시 5회. 정윤도(윤균상)와 유혜정이 환자 수술 내기를 벌이는 신이었다. 목숨이 달린 뇌동맥류 수술임에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펠로우를 내쫓기 위해 수술집도의를 결정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캐릭터간의 갈등을 그려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라고 한다면 기본적인 직업 윤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무게중심도 흔들렸다. '닥터스'는 분명 휴먼 메디컬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그러나 갈수록 드라마는 의학 관련 내용은 배제한채 주인공들의 연애사만 집중 조명했다. 중환자실에서도 환자 치료보다 밀당에 열을 올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


지나친 카메오 활용도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닥터스'에는 김영애 이기우 이상엽 임지연 정경순 남궁민 한혜진 조달환 지수 등 수많은 카메오 군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각자의 에피소드를 이끄는 중심이 돼 주인공들과 호흡했다. 확실히 연기력이 보장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닥터스'는 톡톡한 재미를 봤다. 시청률 상승 효과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을 그려나가는데는 소홀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덕분에 '카메오 남용으로 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역시 PPL이다. 인기 드라마와 PPL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닥터스'는 맥락있는 PPL에는 실패한 느낌이다. 우선 극중 펠로우라는 설정인 유혜정이 타는 차는 1억 원을 상회하는 2016 마세라티 기블리다. 쉽게 납득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또 박신혜와 이성경은 쉴새없이 메이크업을 고치며 실제 본인들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다. 압권은 샴푸신이었다. 유혜정이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 신이었는데 머리를 제대로 감지도 않은채 샴푸를 하고, 헤어 에센스를 바르는 모습은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아예 제품 클로즈업까지 해가며 대놓고 PPL을 돕는, 방송사고 수준의 만행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삼계탕, 떡케이크 등 상식 밖의 PPL은 계속됐다. PPL은 필요악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을 지켜줘야 한다. 그러나 '닥터스'는 그 선을 지키는데 실패했다는 평이다.


어쨌든 '닥터스'는 흥행력을 인정받으며 퇴장했다. 그러나 조금더 퀄리티에 신경을 써줬다면,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쉽게 지울 수 없다.

'닥터스' 후속으로는 이준기와 이지은(아이유)를 주연으로 내세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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