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가을=발라드..임창정 독주로 본 가요계 '계절학개론'

기사입력 2016-09-08 13:50


임창정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화려한 춤바람이 잠시 멈춘 자리에 발라드를 찾게 되는 요즘 가요계다. 얇은 옷에서 두터운 외투를 걸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리에 발라드가 울려퍼질 때 비로소 가을이 다가왔음을 체감한다. 계절감을 제대로 터득한 노래만큼 더한 공감은 없다. 시즌 송은 추억을 함께 소환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노래와 계절의 기억이 맞물렸을 때 추억의 힘은 몇 배로 상승한다.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줄 제철음악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기록 '역주행'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계절감을 머금은 단어 하나하나가 멜로디와 만났을 때 감정을 되살아난다. 계절의 색이 바뀔 때 느끼는 감정의 변화, 곧 스테디셀러가 되는 순간이다.

현재 음원차트를 장악한 임창정의 신곡 '내가 저지른 사랑'은 그가 작정하고 만든 가을 시즌송이다. 히트곡 '소주 한잔' '이미 나에게로' '슬픈 혼잣말' '또 다시 사랑' 등 기존 임창정표 발라드와 맥을 같이 하는 곡이다. 사실 임창정의 발라드에는 자극이 없다. 귀를 사로잡는 자극적인 후렴구나 화려한 편곡, 킬링파트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노래다. 하지만 이번 곡은 직접 따라부르기엔 무리수가 있다. 임창정이 라이브를 거부하겠다고 눙칠 만큼, 고음의 발라드. 화제가 된 이 곡은 네티즌들 사이 '내가 저지른 고음'이란 애칭이 생길 정도다.


한동근
가슴 먹먹하게 하는 감성과 폭발적인 고음이 이 곡의 히트요인이다. 여기에 임창정이란 브랜드와 가을이란 계절은 많은 가요 팬들이 이 노래를 찾아듣게 했다. 익숙한 전개와 멜로디가 친숙함을 주고, 후렴에서 내지르는 정통 발라드의 공식을 따랐다. 너도 나도 자극적인 편곡으로 계산적인 작법을 추구하는 요즘, 오히려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임창정은 이번 앨범의 목표를 차트 1위로 꼽았다. 1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한 임창정은 '내가 저지른 사랑' 외에 수록곡 10곡이 차트를 점령했다. 또 스테디셀러 '또 다시 사랑'까지 정주행을 기록하며 히트 중이다.

앞서 한동근 역시 발라드로 예상치 못한 차트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전인 지난 2014년 발표한 데뷔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로 역주행을 거듭한 끝에 차트 올킬을 기록했고 지난달 발표한 신곡 '그대라는 사치'도 큰인기를 끌며 발라드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비단 임창정과 한동근 뿐만 아니라 에일리 'If you'와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와 스탠딩에그의 '여름밤에 우린'은 3개월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OST도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극대화 시키는 발라드로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또 양다일과 효린의 듀엣 발라드 '그리워'도 차트 장기집권 중이다.


거미
특별할 것 없는 계절 마케팅은 오래된 흥행공식이다. 계절을 타는 건 트렌드에 민감한 가요계도 마찬가지. 특정 계절이 되면 다시 사랑받는 곡, 시즌송의 인기는 여전히 되풀이 된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의 거리에는 '벚꽃엔딩'이 울려퍼지고 여름이 되면 듀스의 '여름 안에서' 쿨의 '해변의 여인,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발라드가 쏟아진다. 온도가 차가 극명한 만큼 '여름=댄스, 가을=발라드'란 공식은 앞으로도 절대 깨지지 않을 패턴일 것이다.

다만 계절의 이미지를 온전히 음악을 옮겨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편안한 방식으로. 단순히 흥행패턴을 노렸다가는 짧은 감성팔이에 그치기 쉽다. 최근 몇년 간 봄에 발표된 수많은 곡들이 '제2의 벚꽃엔딩'의 아류쯤으로 분류되고 처참히 외면당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튀어야 사는 일반 대중가요에 비해 시즌송은 '누구나의' 감성을 어떻게 담담하게 그렸느냐가 중요하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감성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어렵다.


죽음 같은 사랑을 노래하듯 '소몰이 창법'도, 눈물 쏟아지는 신파극 가사도 필요없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발라드가 갖는 위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가요계의 오랜 히트공식, '가을=발라드'가 재현된 요즘 차트가 반갑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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