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주인공이 헬기를 타는 장면이 담긴 드라마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헬기탄 왕자님=신드롬'이라는 공식이라도 만들어낼 분위기다.
원조 헬기남은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였다. 송중기가 연기한 유시진은 특전사 대위임에도 자가용처럼 헬기를 부린다. 해외 급파 상황이 생기자 헬기가 출동해 도심 옥상에서 유시진을 픽업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장면은 역시 알파팀의 침투 작전. 우르크 지진으로 의료진들과 피해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헬기에서 라펠을 타고 내려오는 유시진의 모습은 여심을 제대로 저격한 장면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혜교조차 "유시진 대위가 강모연을 찾는 눈빛을 보고 떨렸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을 정도다.
이처럼 근두운처럼 자유자재로 헬기를 부리는 송중기의 스케일에 여심은 손쉽게 함락됐다. 송중기와 김은숙 작가가 만들어낸 지독한 판타지에 대중은 열광했고 '태양의 후예'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작으로 남았다.
송중기의 계보는 SBS 월화극 '닥터스'의 김래원이 이었다. 고교 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났던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13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또다시 헬기가 등장했다. 비행기에서 쓰러진 응급환자를 태우고 헬기에서 내린 홍지홍은 유혜정에게 "결혼했니? 애인은 있고?"라고 묻는다. 유혜정은 "없는데요"라고 답했고 홍지홍은 "그럼 됐다"며 돌아섰다. 수많은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캐릭터의 현재 마음과 이제까지 가져왔던 감정선을 보여준 신이었다. 이런 로맨스에 힘입어 '닥터스' 역시 2016년 월화극 최초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다음은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 조정석이다. 5일 방송된 '질투의 화신'에서는 이화신(조정석)이 표나리(공효진)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나리는 경력직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지만 위기를 맞았다. 고정원(고경표)의 모친이 시험 시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아침 뉴스를 진행해야 하는 표나리가 테스트 시간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고정원은 시험 당일 아침 엄마의 차를 막아서며 시간을 벌었고, 헬기를 타고 취재에 나섰던 이화신은 표나리를 향해 헬기를 돌렸다.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헬기를 돌리는 박력에 시청자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설렘 포인트를 정확하게 가격하는 클래스에는 반해주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날 방송된 '질투의 화신'은 시청률 11.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 수목극 정상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