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스플릿' 어수선한 시국, 짜릿한 스트라이크 선사할까?

기사입력 2016-10-31 13:26


영화 '스플릿'의 언론시사회가 31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유지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플릿'은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 물 간 볼링스타 '철종'과 통제불능 볼링천재 '영훈'이 펼치는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린 영화다. 11월 10일 개봉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3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어수선하고 우울한 시국, 관객에게 짜릿한 스트라이크를 선사할 영화가 탄생했다.

과거 볼링계 전설이었지만 불운의 사고를 겪은 뒤 도박 볼링판 선수로 뛰게 된 남자가 볼링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을 만난 후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스포츠 영화 '스플릿'(최국희 감독, 오퍼스픽쳐스 제작). 3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스플릿'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포문을 열었다.

각종 갬블링부터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한국영화 속 단골 소재로 등장했던 도박 스토리. 앞서 '타짜'(06, 최동훈 감독), '신의 한수'(14, 조범구 감독)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등장 인물들 간의 암투를 도박으로 쫄깃하게 그려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그 차기 주자로 '스플릿'이 등장했다.

스플릿은 볼링에서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상황을 말한다. 스플릿이 나면 보통 큰 실수를 범했다고 여겨지며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 한 핀만 선택해 볼을 던져야 한다. '스플릿'은 친숙한 스포츠인 볼링을 도박 영화 트랜드에 접목,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을 찾을 예정. 한국영화 최초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로 볼링에 인생이 엮인 4인과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도박세계를 액션과 드라마로 버무린 작품이다.

이날 행사에는 볼링으로 망친 인생, 볼링으로 뒤집으려는, 볼링도박판의 국가대표 철종 역의 유지태를 주축으로 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의 이정현, 에버리지 250을 기록하는, 순수한 볼링천재 영훈 역의 이다윗, 돈 앞에서 정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비열한 승부사 두꺼비 역의 정성화, 그리고 최국희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최국희 감독은 '스플릿'을 기획하게 된 이유로 "볼링 소재 영화를 계획한 건 우연이었다. 볼링장에 갔는데 자폐를 가진 남자분이 볼링을 즐겁게 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이 영화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도박 영화 시나리오 제안을 몇 차례 받아봤다. 그런데 모두 재미없고 진부하더라. 그런데 '스플릿'은 재미있고 도전해볼 만 했다"며 "다른 영화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동안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고 보면서 기시감을 느끼는 작품들이 많았다.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 중 명작도 많고 흥행작도 많지만 계속 반복되는 스토리가 진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플릿'은 달랐다. 기존의 도박 영화와 다른 미장센, 스토리, 캐릭터들이 있다. 우리 영화만의 장점이다"고 전했다.

그는 "철종은 내 인생 최고의 밑바닥 연기다. 밑바닥 캐릭터를 잘 소화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밑바닥 인생을 연기할 때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싶었다. 보통 루저인 느낌을 강하게 어필하는 편인데 나는 희화화하고 빈틈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표정까지 어렵다고 드러내는 사람은 없더라. 그런 캐릭터의 사람을 영화에 녹여보고 싶었다. 볼링 영화이기 때문에 프로 볼러 수준으로 실력을 올리고 싶어 4개월간 피나는 노력을 했다. 영화를 찍을 때 가짜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 실제 프로 볼러를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어 프로 도전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철종이란 캐릭터는 다리 장애도 있고 마음속 트라우마도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긍정적으로 연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이게 스크린을 통해 잘 표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다윗 역시 '스플릿'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폐 성향이 드러나는 캐릭터다. 선배들과 볼링 연습을 할 때도 볼을 굴리지 않고 자세만 연습했다. 자세히 보면 영훈에게 습관이 있다. 눈을 깜빡인다든지 손동작을 크게 한다든지 등의 습관이 있는데 이런 걸 계속 신경 쓰고 연기해야 해서 힘들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어려웠다.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 쉬는 것도 힘들더라. 내가 너무 부담을 가지니 최국희 감독이 '아무것도 보지 마라' '새롭게 만들어 보자'라고 다독여줘서 많은 힘이 됐다. 실제로 정신과 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많이 구했다. 조심스럽게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가볍게 그려지고 싶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머리가 많이 아프기도 했다. 약 두 달간 집이나 밖에서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영훈처럼 생활하려고 했다. 문제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아 난감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훈의 캐릭터를 쉽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는 이다윗의 소신. 이에 유지태는 "이다윗은 연기 열정이 뛰어난 배우다. 연기 열정이 살아있는 배우이기도 하는데 연기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스플릿'의 배우들은 어지러운 시국, 관객에게 영화를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마음을 전했다. 유지태는 "어려운 마음, 어지러운 세상에 위로가 되는 큰 한방을 안겨줬으면 좋겠다"며 이정현은 "우울할 텐데 극장에 와서 좋은 위로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다윗은 "나 역시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시원시원함이 느껴지더라. 소통이 안 되는 친구를 보면서 이런 감정이 쌓일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쌓여있는 게 느껴지더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정성화는 "철종과 영훈의 관계가 쌓여가는 걸 보면서 볼링과 인간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 같다. 극장 와서 많이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스플릿'은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 등이 가세했고 최국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1월 1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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