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인터뷰③] '라스' CG팀 "우리 CG? 한마디로 B급 병맛"

기사입력 2016-11-08 09:19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박현택 기자] 게스트는 신선한 재료다. 4MC는 그들을 요리한다. 제작진은 요리를 그릇에 담는다.

수많은 단골 손님을 거느린 맛집, '라디오스타'는 마지막으로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으로 더 먹음직스럽게 '업그레이드' 한다. 바로 CG(컴퓨터 그래픽)팀의 역할이다.

비중 없이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순간도 CG가 살려내기도 하고, 웃음이 없었던 장면에서 웃음을 창조하기도 한다. 야외 버라이어티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수려한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매 특허가 된 '폭탄', '장대 비', '코스튬'과 같은 CG는 물론, '라스'가 만들어낸 다양한 기법들은 이제 예능가에서는 바이블로 여겨지기도 한다. PD들 사이에서는 마치 미용실을 찾은 고객처럼 "'라스'처럼 해주세요"라고 의뢰하는 경우도 다반사.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지만, 방송 500회를 맞이한 '라디오스타'의 주인공은 역시 스타들 또는 PD들이다. 좁은 책상 위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며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내심 서운한점도 있다며 웃는 '라스' CG팀과 만났다. 팀장을 비롯한 CG팀 4인과 조연출이 포진한 연출팀 3인 사이에서 진행된 인터뷰. '구현하는 이'와 '의뢰하는 이' 사이의 정겨운 긴장감까지 흘렀던 현장을 조명한다.

- 어느덧 '라스'도 500회, 기분이 어떠신가요.

(류재원 CG팀장) 처음에는 '무릎팍 도사'가 훨씬 큰 비중이었고, '라스'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일 뿐이었는데, 점점 위상이 커지면서 CG도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CG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업계에서 ''라스'처럼 해주세요'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는 것 같고요.

(CG팀 김보라) 타 방송국에 계신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PD들께서 ''라스'에 나왔던 이 CG, 우리도 해주세요'라고 의뢰하시는 경우도 있데요. 그럴때마다 '힘들어요'라고 한데요. 하하.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 CG를 만들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죠.


- '라스' CG는 000 다


(CG팀 김보라) 타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실사적인걸 선호하는데, '라스'는 만화적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CG팀 김지수) 대놓고 CG티가 나는걸 선호해요. CG인지 알아볼 수 없는 CG보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B급 CG'를 추구하고 있죠.

(류재원 CG팀장) 그런데 B급이라고 하지만, 실력이 별로라는 뜻은 아닌듯해요. '라스'의 일러스트들은 꽤 정제되어 있고, 수준이 있는 편입니다

(CG팀 김보라) MBC의 예능 CG팀 중에 '라스'를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라스'에서 잘해야, 다른 프로그램 가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편이죠.

- '라스'CG와 함께 '마리텔'의 CG도 관심을 받는것 같아요.

(CG팀 김보라) '라스'의 CG가 B급이라면, '마리텔'CG는 C급이죠, '병맛'코드를 최대한 살려야 해요 (웃음)

- 나 '라스' CG팀 출신이야, 라고 하면 다들 '고생 좀 했겠구나' 하면서 실력을 인정해 주겠군요.

(CG팀 김보라) 네, 하지만 일반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해도 알아주지 못하죠. 하하 컴퓨터 그래픽이 어떤 작업인지 그 과정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니까요. 부모님께 제가 1주일 걸려서 만든 작업을 보여드려도, 방송 중에는 거의 1초만에 지나가니까, "겨우 저걸 만드는데 왜 밤을 새?"라고 하세요.(웃음) 서운하죠.

- 워낙 익숙해서 유난히 쉬운 CG도 있을것 같아요.

(CG팀 김보라) 사실 CG팀은 연출자의 의도를 구현 시켜주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해당 부분의 방송 중) 멘트가 웃기면 자연히 CG도 재밌어지고, 멘트가 재미없으면 아무래도 CG도 재미 없어져요. 저희는 양념을 치는 역할이지, 맛 전체를 좌우할수는 없다고 봐요.

(류재원 CG팀장) 맞아요. CG가 들어가기 전의 편집본이 재밌어야 CG도 재밌어 집니다. 그래서 CG팀이 작업할때를 보면 시청률을 대략 예상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면서 무표정하고 시무룩하면 '이번주는 재미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일이 많거나 어려운 CG임에도 웃음 소리가 들려오면 '이번주는 잘되겠구나'라고 생각해요.

- 어떻게보면 '라스'를 가장 즐겨보는 애청자들이신 듯해요. 매주 치밀하게 보실테니.

(CG팀 김보라) 저는 '라스' CG작업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계속 스포를 당하다 보니, 한 사람의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쉽죠.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하는데 다 알면서 보는 거니까요.

(류재원 CG팀장) 사실 본방을 봐도, '이게 재밌는건가'라고 생각이 들어요.(웃음) 워낙 재밌는 부분을 먼저, 지속적으로 보니까요.

(CG팀 김지수) 그런데 저는 제가 작업한 것임에도 본방이 재밌고 팬이에요. 다음날 다시 보기도 하고요.(웃음)

(CG팀 김보라) 지수씨는 가끔 일러주기도 해요 '언니가 작업한 CG 본방에 안 나왔어요'라고요.(웃음)


- CG도 편집당하는 경우가 있겠군요.

(류재원 CG팀장) 있죠. 어렵고 힘들게 작업 했는데,누락되면 매우 아쉽죠.

(CG팀 김보라) 그럴땐 가끔 PD님께 말씀 드리기도 해요 "윤집PD님, 제 작업 안나왔던데요" 이러면서요. (웃음)

(류재원 CG팀장) 그런데 CG를 떠나서 장면 자체가 구성 상 통편집되면 뭐라고 할 수 없죠.

- 500회 즈음에 터진 김국진 강수지의 열애설, 기분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김윤집 PD) 무엇보다 업무적으로는 김국진 씨에게 '발그레'라는 하나의 캐릭터가 더 생겼다는 것이 크죠. 프로그램에 하나의 축이 생기고 스토리텔링도 생기니까요.

- 너무 사무적인 반응 아니십니까. (웃음) CG은 열애소식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CG팀 김보라) 저희는 사무직이라서. (웃음) 그냥 다른 분들 느끼시는 것과 똑같아요. 물론 축하드리지만, CG팀의 일원으로서는 열애소식을 들으면 '어떤 CG를 준비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죠. 사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처럼 종방연같은 것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CG팀의 경우에는 연예인분들, MC분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 '라스' CG팀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김혜성 PD) 아무래도 김구라 씨가 독한 이미지이다보니, 시청자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을 봐도 비판을 가장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애정이 가장 많으신 분이 김구라 씨 거든요. 재미를 위해서 하는 건데, 악성댓글을 받고, 공격의 대상이 되니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만 더 알아주셨으면 해요.

(김윤집 PD) 김구라씨는 실제 자기 생활을 방송에 담아서 하는 분이잖아요. 가정사까지도 스토리에 담아내는 분이니까, 게스트를 향해서 첨언할 때나, 토크에도 다양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4MC를 보면, 그 분들이 각각 하고 계시는 다른 예능보다도, '라스'를 가장 중시하고 계신건 느껴져요. 규현만 해도 어떻게 보면 아이돌이고, 가수로서 예능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해도 될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라스' 와서 정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 마지막 애청자들에게 한마디

(김윤집 PD)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현장도 중요하지만, 편집을 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라스'의 경우는 토크 방송이다 보니 이미 촬영본안에 있는 스토리가 강하죠. 그래서 '라스'의 편집 작업은 '어떻게하면 이 탄탄 스토리를 증폭시킬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CG팀의 역할이 상당히 큰데, '서운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니 안쓰럽습니다.(웃음) 앞으로 시청자들께서 CG팀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류재원 CG팀장) '라스'는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 효율이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4MC와 게스트에게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하지만,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도 가끔씩 봐주셨으면 합니다.

ran613@sportschosun.com, ssalek@, 사진=정재근 기자 c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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