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100-2] 'SWBD' 하동호, K-패션 리더의 힘을 말하다

기사입력 2016-11-08 14:18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 ·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6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K-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소윙바운더리스(SWBD) 하동호 디자이너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주인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신세계를 경험한 듯 기뻤다." 브랜드 론칭 4년도 안되어 런던 컬렉션 맨즈(LCM) 페어에 두 번이나 참가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K-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소윙바운더리스 하동호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길옴므(G.I.L. HOMME), 강동준(D.GNAK By KANG.D) 등 주요 컬렉션들의 서브 디자이너로 일하며 오로지 본인만의 쇼를 위해 달려왔다. 수많은 청년들 역시 하동호처럼 옷이 좋아서, 나만의 단독 컬렉션을 바라며 노력과 꿈을 그려내고 있을 것이다. 그토록 힘들다는 한국 패션계를 뛰어넘고 글로벌한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소윙바운더리스 하동호가 추구하는 트렌드는 어떤 것이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을까.


2017 S/S 룩북과 런던 LCM 현장의 하동호 디자이너의 모습이다.
'SWBD 하동호'의 트렌드① "특수성을 일상화하다"

지난 6월 2017 S/S 런던 컬렉션 멘즈(LCM)에서 공개한 특수원단이 현지 관심을 높게 받았다고 들었다. 소윙바운더리스에서 직접 개발한 새로운 소재가 궁금하다.

소재에 앞서 컬렉션 콘셉트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소윙바운더리스 2017 S/S 컬렉션 테마가 '비가 온 뒤의 정원'이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한다. (인터뷰 날도 비가 올 것처럼 흐렸다. 걱정을 했더니 하동호는 비가 기다려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항상 젖어있는 도시 런던, 특히 그곳 정원의 색채에 끌렸다. 물기가 스며들어 있는 런던 어느 정원을 밟으면서 이번 쇼를 기획하게 되었다. 비온 뒤 덩굴들이 얽혀있는 이슬 맺힌 정원이란 고요하고 서정적인 풍경이 주가 되다 보니,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꾸며보면 재미있겠다 싶더라.


(쇼룸에 전시된 컬렉션 의상을 보여주며) 본래 소방복으로 쓰이던 원단인데 데님 가공을 입혔다. 일반 나일론이라 데님보다 훨씬 가볍고 활동성 또한 좋다.

불에 타지 않는, 데님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스토리와 새로움이 함께 있기에 재밌다. 확실히 가볍기에 데님을(데님이 아니지만) 좀 더 쉽게 입기 좋겠다.

아버지가 대구에서 원단 제작을 하신다. 소윙바운더리스와는 특성이 달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서 접해서인지 원단 개발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LCM에서 발광소재도 큰 호응을 얻었다던데) 레인코트. 빛을 가하면 안 보이던 체크무늬가 살아난다. 본래 발광소재란 유리사로 짜여 두껍게 나와 가방이나 특수용도로만 쓰이고 있었다. 얇게 만들어 레인코트의 소재로 활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원단 업체와 함께 개발하게 되었다. 특수성은 지녔지만 기성복에 쓰기 힘든 원단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소스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이 즐겁다.



'SWBD 하동호'의 트렌드② "K-패션의 프라이드"

한국-중국-영국을 오가며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각국에 따라 패션에 대한 분위기가 다를 듯한데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어떤 점이 있나.


옷을 보는 관점 자체가 세 나라에 있어 다르다. 한국은 컬렉션을 보고 즐기는 데서 끝나 아쉽다. 반면 런던은 소재 개발에 있어 신선함을 인정해 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중국은 확실히 한류의 영향이 크다. (한류의 덕을 봤나?) 엑소 카이가 콘서트에서 SWBD 핑크색 스웨트 셔츠를 착용했다. 중국 팬들이 공동구매를 좀 많이 했다. 엑소가 최고다(웃음).


(왼쪽부터)KBS2 '함부로 애틋하게'의 배우 김우빈, 고척돔 콘서트에서 EXO 카이가 소윙바운더리스 제품을 입은 모습이다.
그렇게 한류가 K-패션까지 이어지고 있나 보다. 하동호가 생각하는 K-패션 고유의 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얼마 전 일본의 젊은 친구들이 일본은 왜 한국 브랜드처럼 옷을 만들지 못하냐고 묻더라. 어릴 적 패션 공부를 하며 거의 환상으로 생각했던 것은 일본의 하이패션 문화였는데 말이다. 한국 패션이 대단하다며 그들이 꼽는 브랜드는 거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빠르고 색감이 강한. 한국은 이런 특유의 시장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는 조금 의심할 필요도 있다. 한국의 신진 브랜드가 해외에서 값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다 보면 가격대를 계속 죽여나가는 건데. 물론 똑똑하게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진행하는 점도 훌륭하긴 하지만 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나중에는 그 친구들보다 더 싼 외국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니까. 이런 현상을 과연 무엇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브랜드 고유의 프라이드를 확실히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SWBD 하동호'의 트렌드③ "본인만의 확실한 시그너처를 믿어라"


소윙바운더리스의 지난 컬렉션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보이는 몇몇의 요소가 있다. 액티브한 컬러, 스트라이프 그리고 롱(long) 핏으로 보이는 프로포션 플레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진행하면서 아이덴티티로 가져가고 싶었던 것이 바로 넉넉한 핏이다. 기본 실루엣을 좀 과장시켜 길거나 넓게 보여준다. 이런 부분은 한국의 전통 의복인 한복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소윙바운더리스를 아껴주시는 분들은 핏을 특히나 좋아해 주기에 감사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아직은 좀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다. 인터넷에 보면 욕도 참 많다. 걸리버 브랜드. 작은 사람들 무시하는 브랜드라고 하면서(웃음). 사실 오버 핏을 즐기는 사람들의 신체조건을 살펴보면 참 다양하게 보인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문제겠지만, 소윙의 핏을 컬렉션에 차곡차곡 쌓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낄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2016-17 FW 컬렉션에서도 역시 롱 핏이 많이 보이더라. 매니시한 남성 재킷을 여자가 입는 앤드로지너스룩도 눈에 띄었다. 이번 시즌 소윙바운더리스의 스타일 활용법을 알려달라.


롱 코트, 롱 셔츠, 롱 카디건.. 소윙은 롱이 많다. 애매한 기장이 아닌, 확실히 길어준다면 맨즈웨어로 디자인되더라도 성별 구분 없이 다 잘 어울린다. 여자가 남자의 옷을 오버핏으로 소화해낼 때, 가장 섹시한 무드가 연출되는 것 같다.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그것이 바로 남성복의 숨겨진 매력이 아닐까 한다.


(왼쪽부터)모델 차수민, 인스타일 매거진 속 배우 조윤희,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된 가수 헤이즈의 모습이다. 모두 소윙바운더리스의 2016-17 FW의 동일한 제품이다.
(특히 메탈릭 테일러드 재킷이 멋졌다.) FW 컬렉션의 키 아이템이다. 화려한 패턴을 사용할 때는 조잡해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소재의 몫이 크게 작용한다. 강한 사선 스트라이프에 100프로 실크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녹여냈다. 매거진에서 베스트 아이템으로 뽑히기도 해 기분이 좋다.

'SWBD 하동호'가 생각하는 트렌드 선도자는 누구?

친구들 사이에서 패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분이 있다. 바로 매거진 'W 코리아' 정환욱 패션 에디터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면서도 트렌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분이다. 지난 2016 FW 비욘드 클로젯 런웨이에 오른적이 있을 만큼 패셔너블하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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