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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의도치 않았던 '엽기적인' 사건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게 된 신인배우 김주현(29).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에겐 약이 된 한 해이기도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좀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2016년이다.
김주현은 극 중 부모도, 형제도 없이 혈혈단신 외롭게 자랐지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한 인물 연주를 완벽히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은 당찬 패기로 소화해낸 김주현. 마지막까지 재혁의 가족을 지키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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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가 꽤 길었어요. 솔직하게 작품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죠(웃음). 처음 데뷔했을 때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한 상태라 욕심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뒤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어요. 또 제 연기가 얼마나 부족한지 곱씹게 됐고요. 하하. 초반에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절망감에 빠졌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연기 열정이 커진 경우인데 이걸 풀 수 있는 돌파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판도라'까지 오게 됐고요. '판도라'는 어떻게든 잡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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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난 뒤 박정우 감독과 미팅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때 제가 느끼기에도 마음에 안 드신 눈치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제가 연주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책임감이나 내면적으로 강인한 면모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고 캐스팅해주신 것 같아요. 늘 전작과 반대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판도라'의 연주로 소원 풀었죠. 하하. 이렇게 개봉을 하고 나니 박정우 감독에게 제일 감사해요. 신인이라는 리스크를 안고서 절 믿어주신 거니까요. 정말 많이 배웠고 경험했던 작품이었어요.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청순가련한 이미지와 정반대였던 김주현.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매력을 가진 그는 연주와 많이 닮아있었다. 게다가 흔들리지 않는 연기 소신까지 갖춘 당찬 여배우다. 예민할 수 있는 원전 소재의 영화, 무능력한 정부를 그린 영화를 선택한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판도라'에 참여한 배우로서 한 번도 겁이 났다거나 두려웠던 적은 없어요. 영화 속 이야기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빗댄 것보다 인간의 이기심과 그 이기심의 합리화를 꼬집으니까요. 오히려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해요. 굳이 지금의 현실과 엮어서 생각한다기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닥칠 수 있는 위기,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물론 당연히 바로 개봉될 줄 알았던 영화가 계속해서 개봉 지연이 되면서 걱정도 되고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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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에 입을 뗀 김주현은 "당연히 논란이 불거질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 논란을 피하고 싶어 인터넷을 보지 않았다. 나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보는 걸 보는 것도 불편했고 이런 날 응원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만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연기하는 배우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었다. 내가 준비된 배우, 연기력으로 문제없을 배우였다면 이런 문제도 안 생겼을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게 조심스럽다. 혹여 또 이런 심경으로 방송을 앞둔 '엽기적인 그녀'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 당시 불거진 논란은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시련을 극복했다기보다는 다음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 내가 노력하고 성장하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많이 배웠던 시기였고 좋은 약이 됐다"고 훌훌 털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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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한가인' 수식어가 아닌 배우 김주현으로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판도라'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부분이고 제일 감사한 점이죠. 물론 '리틀 한가인'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분에 넘치는 행복이지만 배우로서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행복이 더 크잖아요. 그리고 한가인 선배에게 대적할만한 외모도 아니고요. 과장된 수식어였어요. 하하. 이렇게 한 발 한 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나중엔 진짜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때까지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려고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영화 '판도라'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