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2R②] 한석규 내공, 서현진 변신, 유연석 재발견

기사입력 2016-12-12 14:4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배우들의 명연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에서 펼쳐지는 김사부(한석규),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의 고군분투를 그린 메디컬 드라마다. 작품은 빠르면서도 디테일한 연출, 짜임새 있고 주제 의식이 확실한 대본,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절묘한 배합 등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명연기다. 한마디로 말해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한석규는 명배우의 클래스가 영원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한석규는 출신이나 배경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진짜 의사' 김사부를 연기한다. 강간법 때문에 인질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자신을 압박하던 감사팀 직원의 딸이 응급 환자로 실려왔을 때도 흔들림 없이 환자 치료에 매진한다. 어떠한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김사부의 모습은 현 시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더욱이 한석규는 과장되지도, 지나치게 절제되지도 않은 담백한 연기로 캐릭터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돌담병원을 진두지휘하다가도 한번씩 보여주는 너스레는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칫 오버스러워 보일 수 있는 강동주, 윤서정 캐릭터가 튀어보이지 않는 것 또한 김사부 캐릭터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못나게 살진 맙시다", "네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 구역에선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다른 건 그냥 다 엿 많이 잡수시라고 그래라", "서전은 실전이야"라는 등 다소 오글거리고 너무나 당연한 대사도 한석규의 내공에 힘입어 생생하게 살아났다.


서현진의 과감한 변신도 돋보인다. 서현진은 MBC '신들의 만찬', '불의 여신 정이' 등에서 차진 악녀 연기를 펼쳤다. 그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을 때쯤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으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tvN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로코퀸'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서현진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 거머쥔 '로코퀸' 타이틀에 안착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메디컬 장르를 선택했다. 첫 메디컬 장르 도전이자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었던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윤서정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틈날 때마다 수술 동작을 익히고, 전문 의학 용어들을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본 연구를 했다.

덕분에 윤서정 캐릭터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검지 손가락으로 출혈 부위를 막은 전설의 레지던트가 됐을 때도, 후배 교육에 열 올리는 열혈 닥터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전혀 위화감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항상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서현진답게 이번에도 절정의 감성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의 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약혼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런가하면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해 이를 악 무는 모습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연기로 호소하면서도 유연석과의 깨알 연애를 할 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로코퀸'으로 돌아오는 등 시시각각 바뀌는 캐릭터의 얼굴에 시청자들도 대책없이 빠져드는 중이다.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분위기다. '응답하라 1994'에서 순정남 칠봉이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그는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이미 '종합병원'으로 한차례 메디컬 장르를 경험해봤던 유연석의 경력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한석규 서현진의 호흡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유연석은 차진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흙수저 출신이라는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캐릭터의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김사부와 호흡을 맞출 때다. 강동주는 처음 상식밖의 행동을 하는 김사부에게 크게 반발했다. 그리고 전국 수석 출신인 자신을 무시하는 김사부에게 "이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든 건 다 당신들 같은 곤대들이잖아! 나같이 쥐뿔도 가진 거 없는 놈들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뭣도 될 수 없게끔 만들어 놓고 우리보고만 겁쟁이다, 멍청이다. 눈 내리깔고 비난만 하면 답니까? 제대로사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제대로 살라고 가르치려들지 마세요. 역겨우니까"라고 반발했다.

이 신은 전국 흙수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한석규의 카리스마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울분을 토해내는 유연석의 연기에 시청자들도 함께 놀랐다. 반면 서현진과의 멜로 연기 합을 맞출 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듬직하다. 반말마저 설레게 만드는 연하남의 돌직구 로맨스를 선보이며 '틈새 연애 장인'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유연석의 재발견'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2막에서는 거대병원에 맞서는 김사부 일파의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물오른 연기력으로 찰떡 케미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들이 또 어떤 연기로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들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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