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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스물셋의 청춘영화 '수지학개론'..소녀에서 숙녀로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1-24 09:28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날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이 두려워 / 나를 얘기하는 말들이 무서워'('행복한 척') '도대체 내 맘이 뭔지 다신 너를 안 보려 해도 또 너에게 가고 있어'('Yes No Maybe') '우리 사이를 말할 단어는 없어 / 난로 마냥 거리를 두려 하니까' ('난로 마냥') 수지의 첫 앨범은 그 나이의 불확실함에 대해 노래한다.

스무셋 나이는 혼란스럽다. 소녀의 앳된 모습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선 더욱 조심스럽다. 과도기에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도 분명 존재하지만,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지도 똑같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인간관계도, 사랑도, 우정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스물셋의 얘기다.

수지는 24일 6곡이 실린 미니앨범 'Yes? No?'를 발표했다. 2010년 미쓰에이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6년 만에 내는 첫 솔로 앨범이다. 10대에 이미 가수이자 배우로 '톱스타' 타이틀을 얻은 수지가 자신의 현재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은 일기장 같은 음반이기도 하다. 다양한 주제로 화려했지만 외로운 청춘의 혼란을 말하고자 했다.


수지는 2곡의 작사에 참여했지만, 모든 곡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이 바탕이 된 이야기를 토대로 움직인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 그 모습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얻고자 한 시도다. 타이틀곡 '예스 노 메이비'는 JYP엔터테인먼트(JYP)의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수지와 와인 잔을 기울이다 기획한 노래다. 둘은 새 앨범의 주제 및 방향에 대해 고민을 나눴고, 대화 속에 오간 말에서 박진영은 이 곡의 힌트를 얻었다.

'예스 노 메이비'란 제목이 풍기듯 이 곡은 사랑의 불확실함을 노래했다. 20대 여성이 사랑의 아픔에 눈을 뜬 뒤 혼란스러워하는 내용을 담았고, 격렬한 안무 대신 분위기에 맞춰 모든 포인트를 '감정'에 올인했다. 그래서 댄스곡이면서도 쓸쓸함을 가득 풍긴다. 또 영화 '중경삼림'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 테마도 몽환적인 인상을 전달한다.

여전히 맑은 소녀의 얼굴이지만 언뜻 드러나는 고혹적인 모습, 예쁜 척 하지 않아서 예쁜, 순수한데 도발적인 수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곡. 아이러니한 주제와 음악, 안무로 역설적인 스물셋을 설명한 노래다.

이렇게 박진영은 '국민첫사랑'으로 기억되는 수지에 또 다른 판타지를 심어놓았다. 그동안 박지윤을 비롯해 엄정화·아이비·선미 등 여성 솔로 가수들을 섹시 디바로 탄생시켰던 박진영은 소녀에서 숙녀가 된 수지의 이미지를 새로 찾았다. 무대는 과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내추럴한 여성미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이외에도 발라드는 수지의 스물셋 감성의 또 다른 축을 맡는다. 가수 윤상이 작곡한 '취향'과 에피톤프로젝트가 만든 '꽃마리', 조현아와 함께 한 '난로 마냥' 등의 차분한 곡들은 자연스럽고 쓸쓸한 감성을 담아냈다.


이로써 수지는 첫 솔로앨범에서 댄스와 발라드 등 장르를 두루 소화하며 자신의 역량을 뽐내게 됐다. 그간 보여준 청순 이미지와는 확연히 선을 긋겠단 각오다. 이 앨범을 통해 뮤지션으로의 성장과 욕심을 압축해 전달할 전망이다.

이미 가요, 영화, 드라마 전 분야를 섭렵하며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해온 수지의 첫 음반은 미쓰에이 멤버가 아닌, 솔로 수지의 새로운 출사표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오랜 기간 음반에 공을 들여온 수지는 그간 송라이팅에도 관심을 보이며 자작곡 작업에 열을 올렸다. 꾸준히 뮤지션으로의 욕심을 내비쳐온 그가 능력을 보여줄 차례다.

수지의 첫 앨범은 자신의 성장사와 연결돼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배우·CF스타 아닌 가수, '제3의 수지'가 전달한 또 다른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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