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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15년 차, 어느덧 노련한 중견 배우가 된 배우 이청아(33)의 연기 내공이 심리 스릴러 영화 '해빙'(이수연 감독, 위더스필름 제작)을 통해 만개했다. 데뷔 이래 가장 완벽하고 섬세한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고 해도 좋을 만큼 칭찬해주고 싶은 열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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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의를 고사한 뒤 1년간 재정비 시간을 가진 이청아는 200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를 통해 복귀했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14회 만에 조기 종영됐다. 밝고 명량한, 청춘 로맨스 이미지에 갇혀버린 이청아의 한계인듯 싶었다. 특히 안방극장에서는 계속된 이미지 반복으로 소비될 뿐이었고 '늑대의 유혹'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청아는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계속해서 변신을 시도했고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여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한정적인 드라마를 떠나 영화 '썬데이 서울'(06, 박성훈 감독)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07, 지길웅·김호정 감독)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08, 김지운 감독) '첫사랑 열전'(10, 박범훈 감독) '김종욱 찾기'(10, 정유정 감독) '멋진 하루'(10, 이윤기 감독) '더 파이브'(13, 정연식 감독) '연평해전'(15, 김학순 감독)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쌓아뒀던 내공을 드러낼 수작 '해빙'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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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과정에서 이청아는 고심에 고심을 더한 캐릭터 분석으로 '해빙'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캐스팅 초반 '해빙'의 이수연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설전을 쏟아냈다고 하더니 그 열정을 영락없이 연기로 승화했다. 이청아는 영화 속 승훈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밀도 높은 애드리브를 펼쳤고 덕분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늑대의 유혹' 이후 이청아가 얼마나 많은 내공을 쌓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청아는 "미연이 갖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꼭 과거의 내 모습과도 같았다.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그저 내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런 지점이 미연을 이해하게 됐고 그래서 더욱 진실되게 연기하고 싶었다"며 "'해빙'을 하면서 정확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숙제를 품었던 것 같다. 그간 화장기 없는 순수한 소녀 같은 정직한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이런 내 이미지가 미연을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고정된 이미지로 인해 관객이 미연에 대해 의심을 가질 것이라 여겼다. 나는 그러한 의심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자 노력했다. 백의의 천사라는 불량한 간호사로 콘셉트로 맞서고 싶었다. 이런 시도를 통해 관객의 의심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다. 처음부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변신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한 꺼풀씩 천천히 벗겨지는 양파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 갇힌 껍질을 벗겨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13년간 '늑대의 유혹' 정한경으로 불렸던 이청아. 이제부터는 '해빙'의 이청아로 불릴 전망. 마침내 인생작을 경신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해빙' '늑대의 유혹'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