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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그낙 2017 S/S, 디그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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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기자] 패션위크, 패션쇼는 언제 시작된걸까.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1997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시작된 서울패션위크는 20년에 걸쳐 한류 패션의 중심인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패션 위크엔 공연, 행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득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패션 쇼다. 패션 위크 기간 동안 디자이너들은 패션 쇼를 통해 자신이 생각한 트렌드, 메세지를 담은 의상을 모델들에 입혀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의상, 조명, 음악, 무대 등 다양한 요소가 조합된 종합 예술인 패션 쇼. 패션 위크의 꽃인 패션 쇼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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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찰스 프레드릭 워스,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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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쇼의 기원은 19세기 파리의 쿠튀리에, 재봉사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로 부터 시작한다.
영국인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직물상 가즐랭 & 오피게즈(Gagelin & Opigez)의 판매원이었다. 여성복 판매를 담당하던 그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판매 보조를 해 주던 여성에게 판매될 옷을 입혔고, 이것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판매될 옷을 모델에게 입혀보는 방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찰스 프레드릭 워스는 주도적으로 의상을 제작하는 디자이너의 개념을 개척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당시 고객의 주문에 맞춰 단순히 옷을 제작하던 수준의 의복 산업을 디자이너 고유의 예술적 작품을 생산해내는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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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코 샤넬, 샤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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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크리스티앙 디오르, Gussisaurio at en.commons.wikimedi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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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프레드릭 워스로 인해 파리에는 의상 디자이너라는 직군, 그리고 오트 쿠튀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때 생겨난 오트 쿠튀르로 인해 크리스챤 디올, 코코 샤넬, 이브 생 로랑 등 패션 디자이너의 하우스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패션 모델과 쇼가 등장하는 것의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오트 쿠튀르는 대중이 입을 수 있는 의상이라기 보단 예술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패션 쇼의 성격이 강했다. 오트 쿠튀르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엄격했고 등장하는 의상의 가격과 디자인 역시 극히 일부의 사회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
특히 오트 쿠튀르는 오직 파리에서만 진행된다는 점이 세계 각국, 특히 미국의 디자이너들에게 장애가 되었다. 그러던 중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했고 전쟁 중인 프랑스를 아무나 방문할 수 없는 것을 계기로 미국의 패션 홍보 담당자 엘리노어 램버트(Eleanor Lambert)가 기자와 패션 관계자를 모아 프레스 위크(Prees Week)라는 이름의 패션 쇼, 패션 위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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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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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예술적이고, 비싸고, 폐쇄적인 오트 쿠튀르를 주도했다면 미국은 보다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패션을 지향해왔다. 즉 오트 쿠튀르와 대조되는 프레타 포르테, 레디 투 웨어의 패션 쇼를 이끌어 온 것이다.
앞서 말한 프레스 위크 전에도 미국에선 현대적인 의미의 패션쇼가 개최되고 있었다. 뉴욕에 있는 상점 브라더스(Ehrich Brothers)에서 시작된 미국의 패션 쇼는 미국의 대형 백화점 위주로 발전해 나갔고 주로 점심시간이나 티 타임에 상점 내 레스토랑에서 개최되었다.
예술적이고 폐쇄적인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 그리고 보다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미국의 레디 투 웨어는 시간이 흐르며 패션 쇼를 나누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의 패션쇼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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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 폴 고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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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트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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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패션 쇼는 프레타포르테, 레디 투 웨어에 가깝다. 패션 쇼, 디자이너 산업을 연 것은 찰스 프레드릭 워스와 오트 쿠튀르이지만 패션 산업을 대중화되고 패션 쇼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끈 것은 기성복, 프레타포르테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패션 쇼의 시작, 발전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귀족의 주문에 따라 단순히 기능적으로 옷을 만들던 패션 산업을 찰스 프레드릭 워스가 디자이너 중심의 시장으로 바꾸었고, 또 반대로 미국과 기성복 시장은 디자이너 중심의 오트 쿠튀르를 소비자 중심의 프레타포르테로 바꾸었다. 즉 패션 쇼는 소비자-디자이너-소비자로 초점이 바뀌어가며 발전해 온 것이다.
한 세계를 창조하려면 기존의 세계를 파괴해야한다는 말처럼 패션 쇼, 패션 산업은 파괴외 창조를 거듭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화려하고 재밌게만 보였던 패션 쇼의 이런 치열한 이면을 알고 본다면, 평소엔 볼 수 없던 무언가를 이번 패션 위크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over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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