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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케이팝의 중심이 퍼포먼스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렌디한 팝 음악에 군무를 선보이고 노래하는 장르란 인식이 컸던 케이팝은 이제 콘셉트에 기반을 둔 스토리텔링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케이팝 신드롬이 지난 뒤, 장르 문화로만 인식되던 한류가 또 다른 가능성을 열고 있단 평가다.
아이돌에 있어 '콘셉트'란 노래의 얼굴이자, 메시지다. 음악과 무대를 아우르는 이 명확한 주제는 구체적이고 표현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시리즈 앨범은 전편과 연결시켜 연속성을, 수수께끼같은 전략으로 대중에 흥미와 재미를, 친숙한 이미지와 변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중의 공감과 이해도를 높이는 상승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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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요즘의 케이팝은 단순히 세련된 팝 음악에 짜여진 군무를 추는 데서 열풍의 이유를 찾지 않는다. 여러 케이팝 그룹들이 스토리텔링, 즉 콘텐츠 기획에 집중하는 것은 글로벌 팬들과의 소통 때문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콘셉트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문화적 기반이 다르더라도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직관적인 콘텐츠란 얘기다. 또 수수께끼처럼 숨어있는 콘텐츠를 해석하게끔 여지를 두는 것도 글로벌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앨범마다 열린 해석의 힌트를 심어둔 기획력의 승리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태국, 홍콩,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 9개 도시 19회에 걸쳐 열리는 월드투어의 총 19만 5천 석을 매진시켰다. 동서양의 문화가 다른데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주된 정서는 비판의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젊은이들의 성장과 청춘, 그리고 비뚤어진 것에 대한 비판의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는 평이다. 학교, 청춘 등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콘셉트 앨범은 또래 팬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아이돌 콘텐츠의 기획력과 다양성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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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콘셉트와 스토리를 찾기 위한 가요 기획사들의 노력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스태프의 노력도 상당하다. 기존 음악과 패션에만 한정 짓던 이 '콘셉트 잡기'는 이제 영상, 뮤직비디오로 확장돼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게끔 한다. 단 3~4분 안에 모든 걸 쏟아야 하기에 CF같은 간결한 메시지 또한 필수. 단 번에 귀를 사로잡고 따라 부를 수 있게 유도하는 '킬링파트'에 재미있는 노랫말의 '펀치라인', 여기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도 등장한다. 이처럼 요즘 아이돌 가수에게 '콘셉트'란 단순히 음악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음악과 퍼포먼스, 영화 같은 스토리가 결합된,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다.
케이팝의 새 활로를 찾기 위한 가수들의 노력은 점차 치열해 지고 있다. 작사, 작곡,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 등 프로덕션이 일관성을 갖추면서도 세밀하게 조합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한 차례 위기를 겪었던 케이팝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인정하는 하나의 장르음악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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