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준익 감독의 시대극 '박열'(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이 누적 관객수 150만명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한동안 극장가에는 애국 '감성팔이'를 내세운 정통 시대극, 정통 사극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관객에게 피로감을 안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애국심'을 강조하는 사극 영화가 빛을 받지 못하게 됐고 열풍도 사그라들었다. 이때 등장한 '박열'의 선전은 실로 대단한 저력을 발휘한 것. '감성팔이' 대신 팩트를 기반으로 한 '진정성'을 내세운 결과다.
'박열'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탄탄한 스토리뿐만이 아니다. '박열'은 '황산벌'(03) '왕의 남자'(05) '평양성'(11) '사도'(15) '동주'(16)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배경, 시대적 인물을 그리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사극 킹' 이준익 감독에 대한 남다른 신뢰가 '박열'까지 작용됐고 여기에 이제훈, 최희서란 '신흥 연기파'까지 가세하면서 흥행에 불을 지폈다. 특히 최희서는 '박열'에서 이제훈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관객들 역시 '박열'을 관람한 후 최희서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변화를 이끌었다. 기성 배우의 독식으로 새로움이 없었던 충무로에 세대교체 바람이 분 것이다.
그리고 '박열'의 손익분기점 돌파가 진짜 대견한 이유는 바로 20억, 30억대로 제작되는, 일명 허리급 영화들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100억원 혹은 그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충무로 블록버스터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허리급 영화들의 설자리가 점차 없어지던 상황. 대규모 투자·배급사가 아니면 제아무리 좋은 시나리오, 좋은 연출자라도 개봉은커녕 제작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런 현실 속 '박열'의 행보는 영화계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초호화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지 않아도 작품성, 연기력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었다.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박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