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민영은 데뷔와 동시에 쭉 꽃길을 걸었던 배우다.
"처음 시작할 땐 스무살이었으니까 27세에 결혼하고 32세는 생각을 안했다. 내가 연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지 몰랐다. 나는 운 좋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왠지 내 능력보다 많은 걸 선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20대 초반에는 간절함이 부족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만큼 충격이 크고 좌절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캔디 역할에 국한되다 보니까 내 연기도 도태되는 것 같았다. 캔디 이미지가 박혀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많이 찾아주시기도 했지만 나는 연기하는 사람으로 도전의식이 조금씩 없어졌다. 그래서 좀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롤은 한정적이다. 특히 젊고 예쁜 20대 여배우들에게는 주로 외로워도 슬퍼도 괴로워도 울지 않고 일어나는 캔디 캐릭터 외의 역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박민영도 마찬가지였고, 그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자기복제가 반복되면 그렇다. 연기적인 칭찬 받을 때가 가장 좋고 비난 받을 때가 가장 힘들다. 그런데 나 역시 그런 마음이 들면 보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좌절했다. 배우로서의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았다. 시청률도 크레딧 순서도 상관없다. 그래서 '리멤버' 끝나고 2년 여를 쉬었다. 그슌 내 연기에 대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고 방향성을 다시 한번 잡고 싶었다. 그런 시간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됐지만 이렇게까지 연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는 느낌은 아니었을 거다. 내가 얻는 게 분명 있으니까. 사랑받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한 것도 있는데 30대가 되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연기를 가장 재밌어 하고 사랑하게 됐다."
"'7일의 왕비'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정말 극심했을 때 만난 작품이다. 캔디 말고, 웃고 괜찮다고 하는 연기 말고도 잘할 수 있다고 외치고 싶을 때, 신문고라도 두드리고 싶을 때 만난 작품이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나를 깨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준 작품이다.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은 부분을 채워줬다. 이번 작품을 통해 힘을 많이 얻었다. 해낼 수 있는 힘도 생기고 많이 떨어졌던 배우로서의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다. 지금 정말 재미를 느낀다. 연기ㅡㄹㄹ 더 하고 싶다. 32세의 나는 연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기다.지금 현재의 이 좋은 마음을 가져가고 싶다."
박민영은 최대한 빨리 차기작을 선택할 계획이다. 지금 느낀 연기자로서의 행복감을 이대로 쭉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평생 치열하게 연기하며 살면 너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나를 깨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많이 울었으니까 마음껏 웃는 연기를 하고 싶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내 자신을 비우고 확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느끼고 싶다. 코미디도 좋고 한번도 안해본 로코 연기도 좋다. 영화도 작은 역할도 좋다고 회사에 얘기해놨다. 이번에 '대체불가 배우', '믿고보는배우'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대중의 기호가 빠르게 변한다는 걸 안다. 내가 한번 삐끗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는 걸 안다.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내 길을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하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열심히 해서 그렇게 대체불가한 여배우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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