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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박민영 "'리멤버' 이후 캔디 이미지 때문에 2년간 슬럼프"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16: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민영은 데뷔와 동시에 쭉 꽃길을 걸었던 배우다.

2009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유미 역을 맡아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예쁜 외모와 신인답지 않게 거침없는 연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로는 승승장구했다. '아이 엠 샘'(2007) '자명고'(2009) '런닝, 구'(2010)를 거치며 확실히 연기력을 입증했고, '성균관 스캔들'(2010)에서 남장여자 김윤희 역을 맡아 신드롬을 불러왔다. 그리고 '시티헌터'(2011) '영광의 재인'(2011) '닥터진'(2012) '개과천선'(2014) '힐러'(2014)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까지.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되는 젊은 여배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토록 화려했던 20대 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박민영이다.

"처음 시작할 땐 스무살이었으니까 27세에 결혼하고 32세는 생각을 안했다. 내가 연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지 몰랐다. 나는 운 좋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왠지 내 능력보다 많은 걸 선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20대 초반에는 간절함이 부족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만큼 충격이 크고 좌절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캔디 역할에 국한되다 보니까 내 연기도 도태되는 것 같았다. 캔디 이미지가 박혀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많이 찾아주시기도 했지만 나는 연기하는 사람으로 도전의식이 조금씩 없어졌다. 그래서 좀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롤은 한정적이다. 특히 젊고 예쁜 20대 여배우들에게는 주로 외로워도 슬퍼도 괴로워도 울지 않고 일어나는 캔디 캐릭터 외의 역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박민영도 마찬가지였고, 그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자기복제가 반복되면 그렇다. 연기적인 칭찬 받을 때가 가장 좋고 비난 받을 때가 가장 힘들다. 그런데 나 역시 그런 마음이 들면 보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좌절했다. 배우로서의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았다. 시청률도 크레딧 순서도 상관없다. 그래서 '리멤버' 끝나고 2년 여를 쉬었다. 그Œ 내 연기에 대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고 방향성을 다시 한번 잡고 싶었다. 그런 시간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됐지만 이렇게까지 연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는 느낌은 아니었을 거다. 내가 얻는 게 분명 있으니까. 사랑받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한 것도 있는데 30대가 되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연기를 가장 재밌어 하고 사랑하게 됐다."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는 2년 여의 슬럼프로 힘들어하고 있던 박민영에게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갇혀있던 캔디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박민영은 행복했다.

"'7일의 왕비'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정말 극심했을 때 만난 작품이다. 캔디 말고, 웃고 괜찮다고 하는 연기 말고도 잘할 수 있다고 외치고 싶을 때, 신문고라도 두드리고 싶을 때 만난 작품이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나를 깨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준 작품이다.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은 부분을 채워줬다. 이번 작품을 통해 힘을 많이 얻었다. 해낼 수 있는 힘도 생기고 많이 떨어졌던 배우로서의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다. 지금 정말 재미를 느낀다. 연기ㅡㄹㄹ 더 하고 싶다. 32세의 나는 연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기다.지금 현재의 이 좋은 마음을 가져가고 싶다."

박민영은 최대한 빨리 차기작을 선택할 계획이다. 지금 느낀 연기자로서의 행복감을 이대로 쭉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평생 치열하게 연기하며 살면 너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나를 깨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많이 울었으니까 마음껏 웃는 연기를 하고 싶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내 자신을 비우고 확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느끼고 싶다. 코미디도 좋고 한번도 안해본 로코 연기도 좋다. 영화도 작은 역할도 좋다고 회사에 얘기해놨다. 이번에 '대체불가 배우', '믿고보는배우'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대중의 기호가 빠르게 변한다는 걸 안다. 내가 한번 삐끗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는 걸 안다.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내 길을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하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열심히 해서 그렇게 대체불가한 여배우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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