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2007년 '9회말 2아웃'을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 맨' '사랑비' '총리와 나' 'THE K2'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소녀시대 멤버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언제나 그의 연기에는 호평과 악평이 공존했다. 예상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칭찬하는 쪽도 있었지만 언제나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거나 주연을 맡을 만한 연기력은 아니라는 혹평도 따라왔다.
그러나 이번 MBC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윤아는 자신을 향한 혹평을 잠재웠다. '왕은 사랑한다'는 매혹적인 아름다움 이면에 뜨거운 욕망과 정복욕을 품은 세자 왕원(임시완)과 강직한 품성, 사랑의 열정을 지닌 왕족 왕린(홍종현)의 브로맨스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은산(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윤아는 극중 은산 역을 맡았다. 은산은 고려 최고의 거부 은영백의 외동딸이었지만 공녀 차출을 피하기 위해 몸종과 신분을 바꿔 살다 정체를 들켰다. 왕원의 세자빈이 되면 공녀 차출을 피한 죄를 벗을 수 있었지만, 왕린의 누이 왕단(박환희)이 세자빈이 되지 못하면 공녀로 차출될 위기에 놓이자 왕린을 위해 세자빈이 되길 거부한다. 결국 은영백마저 죽음을 맞고 은산은 왕원과 왕린의 사랑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왕은 사랑한다'는 윤아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국내 사극이었던 만큼,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따라왔다. 하지만 윤아는 캐릭터의 기구한 운명과 복잡 다난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삼각멜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어떤 커플이 성사될지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가는 것이다. 러브라인의 키를 여주인공이 잡고 있는 만큼, 그의 매력도에 따라 삼각관계의 설득력도 달라진다. 여주인공의 비주얼, 캐릭터 소화력,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따라 삼각관계에 대한 시청자 몰입도가 크게 움직인다는 얘기다.
윤아는 이 지점에서 시청자를 크게 만족시켰다. 그는 원수 집안의 남자 왕린을 사랑하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과 자신이 다칠 걸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왕원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폭발적인 감정 연기와 액션 연기는 은산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고,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은산에게 감정이입하게 됐다. 첫 사극 드라마였지만 대사 톤이나 발성, 표정 연기 또한 흠잡을 곳 없었다. 임시완과 홍종현과의 케미도 좋았던데다 물오른 미모까지 더해지니 흡입력과 화면 장악력까지 갖게 됐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 모두 20대 여배우 가뭄 현상에 시달리는 추세다.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20대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왕은 사랑한다'에서 보여준 윤아의 10년 연기 내공은 이런 여배우 기근 현상을 끝낼 재목을 발견했다고 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윤아가 보여줄 연기에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