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영화감독 장항준이 9년간의 연출 공백기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기억의 밤'(비에이엔터테인먼트·미디어메이커 제작)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라이터를 켜라'(2002) 연출, '끝까지 간다'(2013) 각색, SBS 드라마 '싸인'(2010 연출과 각본 등을 맡으며 데뷔 직후부터 충무로의 천재 스토리텔러로 불린 장항준 감독. 매번 신선한 소재와 긴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아내는 스토리 구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이번에 자신의 장기를 여실히 반영한 9년만의 영화 연출작 '기억의 밤'으로 관객을 찾는다.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그린 영화 '기억의 밤'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가열한 서스펜스로 관객을 시종일관 몰아붙인다. 뿐만 아니라 꿈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미쳐가는 동생 진석을 연기한 강하늘과 납치당한 후 모든 기억을 일호 낯설게 변해버린 형 유석 역을 맡은 김무열이 연기 또한 훌륭하다.
이날 장항준 감독은 9년이라는 영화 연출 공백에 대해 "초조함도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초조함 있었죠. 사실 9년이라는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 사이에 드라마를 세 편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 극본), SBS '싸인'(2011, 연출 극본), SBS '드라마의 제왕'(2012, 극본)) 했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후딱 가거든요. 하지만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고 나니까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영화감독으로서의 장항준은 끝났나 싶기도 하고요.
어느 순간 내려놓는 마음도 들었는데, 그러다가 결국 '기억의 밤'을 할 수 있게 됐고 기뻐요. 9년간의 영화 연출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사실 신인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생각해요. 전 스릴러 장르에 꽂혀 있는데 대중이 가진 장항준에 대한 코믹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도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 '기억의 밤' 시나리오를 돌릴 때 제작사 대표에게 필명으로 돌리자고 제안하기도 했죠. 대표가 반대 했지만요.(웃음)"
영화 연출 데뷔작은 코미디 영화인 '라이터를 켜라' 였던 장항준 감독. 그가 9년만에 들고 나온 영화는 코미디가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 '기억의 밤'. 그는 현재 자신은 '스릴러 장르에 꽂혀 있다'며 가장 큰 계기는 본인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SBS 드라마 '싸인'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는 코미디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 스릴러가 좋아지더라고요. 사람의 심리를 쪼이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드라마 '싸인'의 극본과 연출을 맡게 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코미디를 할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싸인'으로 스릴러의 맛을 좀 알게 됐는데, '싸인' 하나 만으로는 해갈이 안됐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싸인'은 수사극이지 정통 스릴러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화로 스릴러를 하고 싶었죠. 지금도 코미디를 좋아하긴 해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히치콕의 후예' 아니면 '채플린의 후예' 라고 생각해요. 어느 쪽에 더 가깝냐, 어느 쪽을 더 선호하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등단 이후 충무로의 '천재 스토리텔러' '천재 악동'이라고 불리고 있는 장항준 감독. 그는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천재는 무슨"이라고 쑥쓰러운 듯 웃었다. "그냥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성향 때문에 그런 말이 붙은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제가 보고 싶은 작품을 쓰고 만들어요. (웃음) 제 첫 시나리오였던 '박봉곤 가출 사건'(1996, 김태균 감독)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내레이션이 나오는 작품이었는데, 사실 그 전 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 그렇게 내레이션이 나오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리고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었던 '라이터를 켜라'(2002)에서는 그냥 웃기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로 우리 사회를 표현하고자 했죠. 드라마 '싸인'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싸인'이 편성 받기 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싸인' 전 까지는 이런 장르의 드라마가 없었거든요. 드라마국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이 드라마를 엄청 낯설어 했어요. 법의학자를 다루는 드라마였는데, 시체 해부하는 장면의 심의 기준 자체도 없었거든요. 어렵게 편성을 받고 방송이 됐는데, 예상외로 드라마가 정말 잘됐어요. 시청률 1위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 다음부터 이런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하고 방송사에서도 이런 드라마에 편성을 내주기 시작했어요."
'라이터를 켜라'에 이어 '기억의 밤' 역시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자신이 쓴 작품만 연출한다는 원칙이라도 있냐"는 질문에 "그런 원칙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향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꽂혀서 연출을 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좋아서 쓴 작품에 연출 욕심이 나기 마련이더라고요. 꼭 내가 쓴 작품만 연출하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쓴 각본이라도 제가 꽂히면 연출 욕심이 나겠죠."
반대로 그는 자신이 연출하려고 쓴 시나리오를 다른 거장 감독이 연출하고 싶어한다면 어떨것 같냐는 질문에 깊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물론 엄청 고심하겠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연출하는 것 보다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게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면 연출을 맡기겠죠. 사실 주변에서는 연출하지말고 그냥 작가만 하라는 분들이 많아요. 작가에 집중해서 글만 열심히 쓰면 돈도 많이 벌꺼라고. 그런데 뭐, 우리 와이프가 돈 잘 버는데 저도 막 그렇게 벌 필요가 있나요,(웃음) 사실 글을 쓰는 것 보다 연출이 더 재미있어요. 글 쓰는 작업은 굉장히 고통스럽거든요. 활자는 죽은 거잖아요. 반면에 연출은 그 죽어있는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어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거잖아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래서 불안정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거죠."
한편, 장항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을 맡은 '기억의 밤'에는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등이 출연한다. 11월 29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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