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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황당한 결말이었다. 시청자들도 이해시키지 못했던 OCN '블랙'의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8회, 끊임없이 촘촘한 극본으로 달려왔던 '블랙'의 결말은 왜 옥에 티가 된 걸까.
12일 김홍선 PD는 스포츠조선에 "결말은 작가님이 억울하게 되셨다. 뒷 부분을 많이 잘라낸 것이 맞다"며 "시간 제한이 많았다. 이 부분은 다 표현을 못 할 것 같아서 잘라낸 부분도 많다 작가님이 세세하게 잘 풀어주셨지만 급하게 마무리 된 부분도 있다. 연출의 문제지 작가님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작가의 대본 상 빠진 부분을 돌아 보면, 강하람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이 새로운 인생을 사는 부분이 들어 있지만 이 부분이 모두 빠지며 개연성에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던 것. 특히 강하람의 새로운 인생 또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며 '급한 마무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 대다수 시청자들의 의견이었다.
또 결말 부분에서는 '새드엔딩'이 '해피엔딩'으로 바뀌는 일도 발생했다. 대본 상에서는 강하람만이 등장하는 결말이었지만, 현장에서의 결정으로 강하람과 블랙이 모두 등장하며 마무리됐다. 대본과는 달랐던 이 부분의 경우 '두 사람 모두 고생한 것'이라는 연출부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말에서 블랙과 강하람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마지막이었는데, 그게 사실은 강하람의 환상으로 마무리됐어야 맞는 거였거든요. 근데 현장에서는 '왜 두 사람이 함께 고생을 했는데 한 명만 마무리를 하냐'며 두 사람을 함께 마무리하도록 만들었어요. 둘 다 고생을 했으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고아라의 할머니 분장도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든 포인트가 됐다. 어색한 할머니 분장 때문에 정극이었던 '블랙'이 한순간에 시트콤으로 변한 듯한 착각이 일어난 것. 특히 이 부분의 경우 드라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미리 작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역 배우가 아닌, 실제 배우가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대본상 할머니였고 할머니 분장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저희가 대역을 섭외할 수도 있었지만 18부를 고아라 씨가 고생을 했는데 본인이 마무리를 안 하면 누가 하냐 이런 생각도 있었죠. 분장은 티가 날 수 밖에 없었고 저희는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분장했어요. 마무리는 작가님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사과를 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시간이 부족했고 많이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상황에서 작가님과 제대로 상의가 안 됐던 거 같아요."
한편, 블랙은 지난 10일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블랙(송승헌)이 자신의 존재를 걸고 중대한 결심을 한 뒤 소멸의 길을 택했고 강하람(고아라)가 마지막으로 그를 기억해내는 방향으로 극이 마무리됐다. 후속작으로는 '나쁜녀석들2'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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