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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한 배역보다는 이왕이면 시원시원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쪽이 낫다는 배우들도 있다. 그리고 또 최근에는 악역이 하나의 매력적인 연기 장르로 떠오르며 관객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배우들도 자신이 작품 안에서 차지하는 '분량'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갖출 수 있는지 혹은 한 장면을 등장하더라도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덕분에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악역'이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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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유경험자이자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역대급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신성록은 이번에도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악한 카리스마를 만들어내는 등 열연을 펼치는 중이다. 박기웅도 마찬가지. 박기웅은 KBS2 '각시탈'을 통해 악역을 선보인 바 있는 배우. 이번에도 역시 흡인력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봉태규는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 중. 극악무도한 악역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평도 이어지는 중. 봉태규의 악역 열연에도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이중 막내인 윤종훈 또한 마약 중독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커터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인물이다. 약에 취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어찌 보면 유약한 악역인 셈. 극중 강렬한 캐릭터를 맡은 네 사람이 바로 드라마의 키 포인트이자 중심. 이들이 '리턴'에서 더 악하고 강렬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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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이 있다면 '악녀' 또한 매력적인 배역일 것. KBS2 '흑기사'(김인영 극본, 한상우 연출)의 서지혜는 '역대급 악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200년을 넘게 산 존재이자 주인공인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의 사랑을 손 위에 올려두고 방해하고 있는 샤론으로 변신한 서지혜는 극을 이리저리 주무르며 시청자들에게 '희대의 악녀'라는 평까지 듣는 중. 이뿐만 아니라 문수호를 따라다니는 '미저리' 같은 모습이나 정해라의 얼굴을 향해 가위를 드는 무시무시한 모습들까지 보여줬고, 또 정해라와는 그 일로 인해 육탄전까지 벌이며 전에 없던 '사이다'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특히 '흑기사'는 주인공이 아닌 샤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질 정도로 악녀 샤론 위주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 그만큼 서지혜가 매력적으로 샤론을 연기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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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브라운관 속에서 악행을 펼치는 정말 매력적인 악역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중. 오는 24일 첫 방송 되는 tvN 새 수목드라마 '마더'에서는 고성희가 자신의 딸을 학대하는 엄마로 등장, 악녀로서 존재감을 뽐낼 예정이다. 또 지상파 드라마에 첫 도전하는 걸스데이 유라도 KBS2 '라디오 로맨스'에서의 악역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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