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쉰 일곱 번째 주인공은 한식 고유의 우수성과 그 다채로운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테이스티 코리아'의 푸드디렉터 김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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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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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글로벌한 움직임에 힘입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등의 SNS를 비롯, 국내외 오프라인 한식 문화 행사를 통해 '올바른 한식문화'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푸드 디렉터가 있다. 바로 테이스티 코리아의 김유경 대표. 그녀는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해왔던 한식의 세계화를 누구보다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그것이 테이스티 코리아가 가진 강점이자 김유경 대표가 가진 힘이다. 그녀를 인터뷰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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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스티 코리아(Tasty Korea)는 제가 운영하는 1인기업 '푸드포커스'의 서비스 중 하나예요. 외국인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동영상 채널 플랫폼을 통칭하죠. 테이스티 코리아는 'Your Korean food guide' 당신의 한국 음식 가이드라는 서브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요. 그 외에도 푸드 포커스에서 진행하는 서비스로는 해외에서 한식을 홍보하는 부스 운영 및 전시 기획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등의 식탁' 이라는 다이닝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일등의 식탁의 경우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페어링하는 행사로 다이닝을 즐기는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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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의 이력이 독특하시던데요. 타이어 회사에서 기자 그리고 지금의 푸드 포커스를 설립하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해요.
▶ 사실 푸드포커스 전의 커리어는 음식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어요. 학사 전공도 경제학과였거든요.(웃음) 첫 직장은 한국 타이어의 마케팅 전략팀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전혀 관계성이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일을 하게되는 계기가 됐죠. 제가 마케팅 전략팀에서 맡았던 일은 한국타이어의 외국인 VIP 딜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투어를 기획하는 일이었는데요.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트렌디한 기획을 위해 젊은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리더의 생각 덕분에 그들을 위해 항공, 호텔, 레스토랑 등을 예약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기획했던 행사 중에 가장 큰 규모였던 행사는 외국인 딜러 80명을 초대해서 3박 4일 동안 제주도 투어를 하는 거였는데요. VIP 행사인만큼 기획, 답사, 행사 운영까지 제가 맡아서 진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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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대표님의 특별 지시도 있었거든요. 제주도에서 행사가 치뤄지는 만큼 제주도 특산품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라는 엄명이 있었죠.(웃음) 사실 제주도 하면 흑돼지, 말, 한라봉 등 다양한 재료들이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메인 재료로는 적당하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갈치가 떠올랐어요. 생선이고 갑각류도 아니고 육류도 아니고 호불호가 갈리는 향이 나는 것도 아니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한 가지 문제점은 가시가 많다는 거였어요. 젓가락이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에게 가시를 직접 발라내게 하는 것은 피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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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배운 점도 많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저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꿈 중에 아나운서가 있었거든요. 더 늦기 전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했고 조선일보에서 기자 겸 아나운서를 뽑는다기에 지원했죠. 마스터 셰프 코리아는 취미로 사람들 모아서 음식 같이 해먹던 게 계기가 됐어요. 당시에 Olive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3'(이하 마셰코) 도전자를 지원받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추천을 해줬죠. 아마추어들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니 잘 할 수 있을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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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로서 방송을 계속 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마셰코를 비롯해 한 번 '요리하는 기자'로 방송에 나가니까 그 이후에도 다양한 방송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각 지역의 특산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산지 투어를 간다거나 지방의 유명한 식당들을 찾아 다니는 코너도 했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요리하는 기자' 라는 타이틀에 갇혀서 방송국에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맛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취재가면 사실 실제로 맛없을 때도 있는데 카메라 앞이니까, 방송이니까 맛있다고 해야하는거예요. 맛있는 척을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그럴 바에야 제 채널 '테이스티 코리아' 를 살려서 진짜 맛있는 곳을 소개하고 진짜 맛있는 음식을 알려보자! 는 생각까지 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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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로 활동 하면서 음식 관련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어요. 덕분에 푸드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들을 많이 알게 됐고 일을 하면서 레스토랑 사장님들도 많이 알게 되니까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육류유통 회사가 잠실에 치킨전문점을 오픈했는데 그들의 신메뉴 론칭 기념으로 블로거 행사를 하고 싶다며 블로그로 의뢰가 온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일등의 식탁을 비롯해서 일로서 처음 음식 행사를 기획했던 거였어요. 그게 입소문을 타서 점점 의뢰가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브랜드나 행사를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블로거들을 한 명 한 명 컨택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블로거를 섭외해서 지금 푸드포커스가 부스를 운영하듯이 행사의 웰컴스피치부터 홍보하는 역할을 전부 맡아주니까 오히려 편한거죠. 그렇게 되니 제 블로그도 인기가 많아졌고요. 페이스북에서도 유명세가 생기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테이스티 코리아를 찾아주기 시작했죠.
- 많은 음식 장르 중에 한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사실 어렸을 때 저는 한식보다 양식을 더 좋아했었는데요.(웃음) 외국인 친구들 덕분에 한국 음식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고 사랑하게 됐어요. 한국에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한국음식을 자신있게 소개하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맛있는 식당을 찾아 한국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제 페이스북은 거의 푸드 페이스북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한국음식들을 소개해왔는데 덕분에 외국인들이 친구신청을 하면서 한국에 여행을 가는 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한국에 여행가는데, 너랑 같이 다니면서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고요. 그렇게 만난 친구들은 모로코, 이탈리아, 태국 ,일본, 브라질 등등 국적도 다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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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찜과 간장새우? (웃음) 계란찜은 음식점에서 파는 화산계란찜 있잖아요. 그렇게 조리한 계란은 처음이라며 너무 신기해하고 맛있어하더라고요. 레시피를 적어갈 정도로요. 귀국해서도 꼭 잊지 않겠다며 직접 해먹은 인증샷을 보내오기도 했어요. 간장새우는 정말 의외의 반응이었어요.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가장 익스트림한 한식을 추천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간장새우를 추천해줬어요. 사실 외국에서는 해산물을 날로는 잘 먹지 않기도 하고 직접 테이블 위에서 비닐장갑을 끼고 먹는 불편함(?)도 있으니 걱정 반 설렘 반 추천해줬죠. 그런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간장새우는 물론이고 그 간장의 감칠맛을 잊지 못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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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글로벌 푸드 트렌드와도 잘 부합하는 음식이에요. 건강한 음식(Healthy Food)인데다 전통 오방색을 써서 요리하니 보는 즐거움도 있죠. 발효, 숙성을 통한 장으로 내는 깊은 맛은 물론이고요. 발효음식이 전세계적으로 트렌드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은 장을 꼽을 수 있어요. '셰프의 테이블' (Chef's Table)이라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에서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이 소개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어요. 사찰음식이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을 활용한 건강한 조리법이 사용되니 글로벌 트렌드에 너무나 잘 맞는 음식인거예요. 덴마크, 미국, 호주 등 다양한 국적의 글로벌한 셰프들이 발효를 배우려고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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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회로 시작하게 됐는데 서로 신뢰가 쌓이니까 지속적으로 관련 일을 맡을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한국관광공사 등의 정부 기관에서는 한식에 관심이 많고 한식을 좋아하는 나라에서 열리는 행사에 한국음식문화 관련 부스를 만들고 홍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요리사를 초빙해 부스에서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식을 소개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영어로 한국음식을 소개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처음에 통역하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죠. 그렇게 신뢰가 쌓이다보니 계속 인연이 닿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1인 기업으로서 국가기관의 일을 의뢰받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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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에 미국 아틀란타에서 진행했던 모던 코리안 갈라 디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 가슴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행사 전까지 테이스티 코리아가 진행했던 해외행사는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전시박람회장의 한식부스를 운영하는 일이 주를 이뤘어요. 부스 내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들, 불고기, 김치, 김밥, 잡채 등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주로 했었다면 그 갈라디너는 한식의 새로운 매력을 소개할 수 있었던 뜻깊었던 자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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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한식이라는 장르가 조금은 생소한데요.
▶행사를 주최했던 한식 세계화 협의회 회장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미국 내 한식은 인지도 면에서 이미 성장을 많이 했다'며 새로운 한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하셨죠. '모던'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한정식 디너가 됐을 수도 있었어요. '모던 코리안 갈라 디너'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만큼 색다른 한식의 매력을 전할 수 있었어요. '모던 한식'은 우리나라 레스토랑 정식당이나 밍글스, 도사 바이 백승욱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통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스타일을 뜻하거든요. 한 상에 펼쳐진 음식들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코스로 음식들이 서빙되는 한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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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각 분야의 트렌드 세터들을 초청하는 자리에 한식을 선보이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었어요. 150명 인원의 규모로 한식 다이닝을 준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미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음식을 맛있게 잘 소개할 수 있는 셰프팀을 꾸리고 함께 기획하면 가능할거라는 확신이있었어요. 도사 바이 백승욱의 셰프팀과 전통주 브랜드 국순당을 섭외해 진행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가 테이스티 코리아를 운영하며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녹여냈죠. 국순당의 전통주와 페어링을 한 것 역시 테이스티 코리아 영상콘텐츠를 만들면서 인연이 닿아 행사까지 연결 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디쉬까지 서빙이 되고 행사가 딱 끝났을 때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치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너무 기뻤어요. 각 행사마다 제가 준비된 음식을 소개하는 스피치를 준비하는데 사실 한국말로 한식을 설명하는 게 아니고 타국에서 그들의 언어로 한식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두근두근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의미가 그들에게도 잘 닿았던 것 같아 기뻤어요. 앞으로도 한국의 음식을 세계에 잘 알릴 수 있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한식문화를 세계화 하는 데에 이바지 하고 싶어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푸드시장에도 트렌드가 있을텐데 김유경 대표가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모바일 콘텐츠로 트렌드가 넘어왔고 이제는 콘텐츠가 글+사진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시각,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영상 콘텐츠가 푸드 콘텐츠에서도 트렌드예요 테이스티 코리아도 그런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중의 하나고요. 올해는 더 나아가서 비디오 커머스를 구상중에 있어요. 우리는 이제 SNS로 일상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구매를 하기 시작했어요. 테이스티 코리아에서도 영상을 통해 미식, 다이닝관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김유경이라는 사람이 직접 써보고 소개하고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한식을 알리고자 하는 목표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의 '먹는 즐거움'을 더 배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거예요.
ha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