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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母떠올리게 해"…배우·엄마 아닌 딸 유호정의 '그대 이름은 장미'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1-07 12:4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영화 보는 내내 울컥했어요."

드라마 이후 4년 만에, 영화로는 8년 만에 컴백한 배우 유호정(50).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유를 밝혔다.

휴먼 코미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 엠씨엠씨 제작)에서 할 말은 하고 사는 생활력 강한 엄마 홍장미를 연기한 유호정. 그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그대 이름은 장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독특한 플롯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모성애 이야기로 새해 극장가 도전장을 내민 '그대 이름은 장미'. 폭넓은 관객층에 사랑받고 있는 유호정을 주축으로 박성웅, 오정세 등이 현재의 이야기를, 그리고 '대세 배우'로 떠오른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등이 과거의 청춘을 맡으며 2인 1역 찰떡 케미스트리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그대 이름은 장미'는 유호정의 8년 만의 장편 영화 컴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동안 풍부한 감성과 단아한 외모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유호정은 '취화선'(02, 임권택 감독) '써니'(11, 강형철 감독)와 단편 '민우씨 오는 날'(14, 강제규 감독)까지 단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을 만난바,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그가 '써니' 이후 무려 8년 만에 '그대 이름은 장미'로 스크린에 컴백한 것. 유호정은 '그대 이름 장미'를 통해 생활력 강한 엄마의 모습부터 옛 연인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여인, 그리고 먹먹한 울림을 전하는 진한 모성애 연기까지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 스크린을 채웠다.

무엇보다 유호정은 앞서 1980년대 학창시절 이야기를 다뤄 극장가 레트로 신드롬을 일으킨 '써니'에서 주인공 나미(심은경)의 성인 역할을 맡아 진한 여운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 어린 홍장미를 연기한 하연수와 높은 싱크로율을, 딸 홍현아를 연기한 채수빈과 모녀(母女) 케미를 과시하며 '써니'의 신드롬을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호정은 "촬영 때는 내가 촬영한 분량만 봤고 과거 장면은 거의 못 봤는데 과거 장면이 너무 사랑스럽게 나왔더라. 마치 만화, 동화 속을 보는 느낌이었다. 과거 부분이 너무 예쁘게 그려졌다. 딸로 호흡을 맞춘 채수빈과 나의 신도 예쁘게 나온 것 같다. 특히 시나리오를 보면서 '정말 엄마 생각나게 한다'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프기도 했다. 따뜻하면서도 어둡지 않고 재미있는 신들도 많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만족하면서 영화를 봤다. 객관적으로 보였다. 내 연기를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따뜻했다. 평소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지 않는데 이번 작품은 보는 내내 객관적으로 보였다. 우리 영화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비단 흥행을 넘어 여러 관객이 보고 공감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홍장미는 싱글맘으로 혼자 모두 감당해야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모두 공감이 됐다. 나는 이 작품을 엄마로서 느낌을 가지고 연기했다기보다는 이 작품은 내 어머니를 더 생각하면서 연기하게 됐다. '우리 엄마도 참 힘들게 사셨겠구나' 싶었다. 우리 엄마도 딸 둘을 혼자 키우신 싱글맘이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과거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했다. 갱년긴가 싶을 정도로 울컥했던 작품이었다. 특히 채수빈의 대사 중 '성공해서 호강시켜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울컥했다. 극 중 홍수를 겪는 장면은 실제로 중학교 다닐 때 집에 홍수가 난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엄마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아는 분에게 나와 여동생을 잠시 맡겨두고 엄마 홀로 집안을 치우면서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그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옥상에 자는 엄마를 보면서 많이 마음 아파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 과거를 곱씹었다.


이어 "우리 영화는 효도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엄마한테 잘해야지'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그대 이름은 장미'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 어머니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하지 않나? 이럴 때 우리 영화를 보면서 엄마 생각하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이런 가족 영화를 통해 새해를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호정은 '그대 이름은 장미'와 '써니'도 비교했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캐릭터 인지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받고 읽으면서 '써니'랑 '그대 이름은 장미'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비교되는 부분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써니'에 출연했던 내가 맡으면서 '그대 이름은 장미'가 더 방해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생겼다. 그 부분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이 걸린 대목이다. '써니'는 친구를 만나면서 나의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라면 우리 영화는 홍장미라는 여자의 일대기다. 그런 지점이 차이가 있다면 있는 것 같다. 또 첫사랑의 감정도 있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다 접을 만큼 엄마에 대한 이야기지 않나. 스토리 자체는 너무 달랐다. 내가 연기하는 것도 다를 수 있었고 그런 모성애를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물론 비교될 수 있겠다 걱정도 있지만 비교되더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비슷한 걸 한다는 우려는 없었다. 역할이나 스토리 자체 감정선이 너무 달랐다. 그 부분은 촬영하면서 없어졌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서 종종 영화 제의가 들어왔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학대당하는 아이의 부모, 혹은 아이를 잃어버리는 엄마 등 주로 센 수위의 영화들이 제의가 들어왔다. 그런데 연기 욕심보다는 그런 스토리의 설정 자체를 내가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았다. 연기하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울 것 같아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대 이름은 장미'를 만나게 됐고 '써니'와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분명한 차별점이 있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유호정은 오랜만에 컴백에 대해 "사실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작품을 쉬게 됐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많이 할 수 없었다. 1년에 한 편이 전부였다. 작품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빈자리가 늘 보여서 미안했다. 아이들이 내가 없으면서 생활습관도 망가져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없는 게 싫다'고 말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그대 이름은 장미'를 촬영한 뒤 한동안 작품을 쉬려고 했다. 영화 찍으면서도 엄마로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대 이름은 장미'를 촬영하면서 '아이들이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촬영 이후 실제 둘째 딸에게 '너에게 난 어떤 엄마이니'라며 묻기도 했다. 15세 딸은 '나랑 가장 친한 베스트프렌드다'라고 하더라. 엄마한테는 비밀이 없다고 하더라. 친구 같은 엄마라는 말이 정말 좋더라. 딸에게 '사춘기 때도 이 말을 꼭 유지해줘'라고 약속을 받기도 했다. 현재 딸은 사춘기가 살짝 온 것 같다. 첫째인 아들이 18세다. 아들은 내가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할 것 같다. 사춘기라는 게 그렇더라. 자신이 독립적으로 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더라. 내가 보호해야 할 아이라고 생각하고 잡으려고 하니까 답답할 수 있겠더라. 아들이 더 그랬다. 아들과는 사춘기 시간을 울며불며 보냈지만 나름 건강하게 잘 지냈다. 요즘 아들은 뜬금없이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더라. 아들도 엄마를 느끼기엔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자기편 정도는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아이들이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아기 때는 엄마, 아빠가 배우라는 걸 잘 몰랐다. 집에 놀러 온 이모, 삼촌들이 다 TV 나오니까 그 느낌을 더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가 일하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더라. 심지어 일을 많이 하라고 하더라. 엄마가 일하는 모습이 좋다고 한다. 나 역시 예전처럼 아이들을 혼자 놔두고 일을 한다는 것에 마음 아픈 건 없으니까 좀 더 편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유호정은 "아들은 아빠를 너무 닮았고 딸은 어렸을 때 나를 좀 닮은 것 같다. 아이들이 아빠와도 친하다. 아빠가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했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몸으로 놀아주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 남편 이재룡은 tvN 예능 '나의 영어사춘기 100시간'에 아이들 때문에 출연하게 됐는데 실제로 영어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남편이 영어가 정말 많이 늘어서 나도 빨리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엄마로서 10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은데 아직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다 주고 싶은데 그게 꼭 사랑은 아니더라.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잘 살면서 나와 관계도 나빠지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나와 남편은 물론 타인들을 향해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물리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됐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내가 가진 기대보다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는 지점이다. 장, 단점이 있겠지만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호정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 가장 그리운 지점은 엄마의 맛, 엄마의 음식이다. 하루는 엄마가 해준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더이상 먹을 수 없더라. 이런 현실이 너무 서운해서 그날 이후로 엄마의 레시피로 직접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그랬듯 아이들도 훗날 엄마의 맛을 기억하고 추억할 것 같아 아이들에게 최대한 음식을 해주려고 한다. 매일 아침과 저녁 새 밥을 지어 아이들과 남편의 밥상을 차리고 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게 또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엄마의 밥을 차려주려고 한다"며 "당분간은 작품보다 가정, 그리고 아이들과 시간을 더 가지려고 한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그대 이름은 장미'는 지금은 평범한 엄마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감추고 싶던 과거를 강제 소환하며 펼쳐지는 반전 과거 추적 코미디다.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채수빈,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등이 가세했고 조석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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