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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가장 큰 경쟁작→'사제들'"…'사바하'에 담긴 장재현 감독의 소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2-18 13:0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바하'의 가장 큰 경쟁작은, 전작 '검은 사제들'이죠."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 외유내강 제작). 첫 장편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15)에 이어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사바하'로 컴백한 장재현(38)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바하'의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바하'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려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구마 사제라는 전에 없던 소재를 새로운 장르로 변주, 한국영화계 오컬트 장르의 신기원을 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오컬트 영화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촘촘하게 엮은 미스터리로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는 데 성공했다.

취재를 통해 기독교는 물론 불교와 토속신앙까지 섭렵하며 '사바하'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구축한 장재현 감독. 가짜를 쫓는 박목사(이정재),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박정민), 목사를 돕는 스님 해안(진선규)과 전도사 요셉(이다윗), 그리고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 금화·그것(이재인)까지 촘촘하게 연결된 캐릭터와 그들에게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을 '사바하'를 통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몰입감을 선사한 장재현 감독이다.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사바하'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장재현 감독이 답변도중 눈물을 흘리자 이정재가 닦아주고 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20일 개봉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2.13/
앞서 장재현 감독은 지난 시사회에서 "3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다.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면서 만든 영화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복받쳐 눈물을 쏟아내 화제를 모았다. 장재현 감독의 마음고생이 절실히 드러난 눈물이었던 것. 이와 관련해 장재현 감독은 "언론 시사회 때가 배우들이 '사바하'를 처음 보는 시간이었다. 후반 작업도 좀 오래 걸렸는데 배우들이 끝까지 나와 영화를 믿어준 것 같아서 울컥했다"며 "배우들에게 처음 보여준 자리였는데 배우들이 너무 좋아해 주더라. 아마 그래서 시사회 입장 때부터 마음이 녹아내린 것 같다. 매 작품 준비할 때부터 마음고생은 늘 한다. 특히 '사바하'는 편집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영화였고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결이 많이 바뀌는 작품이다. 여러 버전이라기보다는 누구 위주로 스토리를 끌고 갈지, 누구를 살릴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는 60여신 정도로 만든 작품인데 이번 '사바하'는 160여신에 가까울 정도로 분량도 많았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의 제작 과정에 대해 "'검은 사제들'을 준비하면서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까 무속적인 것은 불교가 많이 섞여 있더라.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더라. 그걸로 인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실제 나는 교회를 다니고 성경책을 읽으면 예수 탄생 이야기가 가장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러니지만 이런 내 마음과 불교적인 사상을 조금 섞었다. 사실상 '사바하'는 성경적 이야기가 메인 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나는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다. 신을 믿는 사람인데, 종교인의 입장으로서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 악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기력해질 때도 있다. 그런 신의 모습을 헛간에 처박힌 그것에 투영한 것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재현 감독은 "우려했듯 '사바하'는 시나리오 때부터 어려웠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호불호가 있던 작품이었다. 한마디로 덕심을 가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단순하고 명확한 걸 좋아한 사람들은 난해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도 컸던 작품이다. 관객에게 '불친절하게 가는 대신 빠르게 가느냐' 혹은 '친절하게 가는 대신 지루하게 가느냐'를 선택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개연성에 집착하는 스타일인데 그럼에도 친절하게 가는 대신 전달을 제대로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아마 '사바하'를 처음 본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혹시 기회가 돼 '사바하'를 두 번 정도 본다면 마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물론 N차 관람을 노린 것은 아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는 오컬트 영화보다는 범죄영화로 보는 게 더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 솔직하게 전작 때문에 오컬트 느낌에 대한 압박이 컸다. 오컬트적인 그런 것들이 도드라질수록 현실과 동떨어지더라. '사바하'는 최대한 현실에 맞춘 영화다. 알고보면 '사랑과 영혼'(90, 제리 주커 감독)도 오컬트 영화다. '사바하'는 오컬트 요소를 가진 범죄 영화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사바하'를 찍기 전 가장 내게 큰 충격을 준 작품이 '스포트라이트'(16, 토마스 맥카시 감독)다. 주인공이 없는데 이야기의 힘이 있더라. '스포트라이트' 필사를 할 정도로 좋았다. '사바하'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영향을 꽤 받았다. 한 사람의 이야기로 풀게 되면 내 개인적인 영화가 될 것 같고 편협한 영화가 될 것 같았다. 이야기 전체에 감정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한 캐릭터보다 이야기 전체가 주제가 되는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은 첫 장편인 '검은 사제들'에 대한 무게도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전작이 내게 가장 큰 경쟁작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전작과 너무 다른 결이라 실망할 수도 있지만 또 전작과 비슷하면 자기 복제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나를 스스로 증명할 깜냥도 안 되고 그저 '사바하'를 통해 감독으로서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며 "그렇다고 전작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무게가 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작이 도움이 많이 됐다. 전작을 보면서 관객 반응과 기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의 요구를 알게 됐다.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려 했고 덕분에 '사바하'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검은 사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하는 데 신뢰도 많이 받았다. 오히려 영화를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형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무엇보다 '검은 사제들' 흥행 이후 오컬트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내 영화가 특별히 장르를 개척했다는 생각은 없다. 전에도 이런 장르를 만든 작품이 꽤 있었지만 그때는 관심을 못 받았을 뿐이다. 오컬트 장르는 진짜처럼 보이면 정말 무서운 장르로 다가오는 장르 중 하나다. 나는 이런 장르의 장점과 현실적인 부분을 접목해 만들었고 그런 지점을 사람들이 좋아해 준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장재현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 대해 "전작에서는 김윤석과 강동원, 박소담이 있었다면 이번 '사바하'에서는 이정재와 박정민, 이재인을 캐스팅하게 됐다. 이정재 같은 경우는 누구보다 박목사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 '사바하'에 대해 시골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정재가 가진 모던함을 녹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요즘 이정재의 모습은 진중하지만 과거에는 코미디도 제법 잘 소화하는 배우였다. 그런 이정재의 코믹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출연을 제안했고 실제로 이정재에게 출연해달라 많이 졸랐다"고 웃었다.

또한 박정민에 대해 "박정민은 리얼리티가 있는 배우다. 분위기가 좋은 배우인데 그래서 나한 역으로 선택하게 됐다. 두 배우와 달리 이재인은 직접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하게 된 경우다"고 설명했다.

"전작에서 강동원의 사제복이 관객에게 큰 흥행 포인트가 됐다면 이번 '사바하'는 어떤 흥행 포인트가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진선규의 스님복이 흥행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진선규를 캐스팅할 때는 1000만 배우가 될 줄 몰랐는데 최근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으로 1000만 배우가 되면서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바하'에 진선규의 분량을 좀 더 늘릴 걸 이란 생각을 아주 잠깐 해봤다"고 농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장재현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인생의 테마가 종교적인 부분이 크고 인간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이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감독들도 정말 잘하고 있는데 나는 종교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아직 다음 영화는 준비돼있지 않지만 비슷한 화두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 겁나는 부분이 소재주의로 종교를 풀어낸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 절대 소재적으로만 종교를 풀고 싶지 않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화두를 던지는 게 나의 목표인 것 같다"고 연출론을 밝혔다.

'사바하'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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