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첩보물 같은 로맨스"…박찬욱이 영화 아닌 드라마 '리틀드러머걸'을 택한 이유(종합)

기사입력 2019-03-20 17:39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TV 진출,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어서 택한 게 아니라 '리틀 드러머 걸'이라는 작품을 하기 위해 택했던 것."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은 왜 '리틀 드러머 걸'로 첫 TV 연출에 도전 했을까.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 '리틀 드러머 걸'.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무무엇보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스토커'(2013), '아가씨'(2016)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과 강렬한 미장센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첫 TV드라마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를 통해 방영된 '방송판'은 "박찬욱의 놀라운 TV데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찬란하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드라마" 등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스파이로 캐스팅된 무명 배우 찰리 역의 플로렌스 퓨와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전설이라 불리는 비밀 요원 가디 베커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모든 작전을 기획한 모사드의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를 연기하 마이클 섀넌 등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호흡으로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리틀 드러머 걸'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드디어 공개된다. 오는 3월 29일 6편 전편이 공개되는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방송판과 비교하여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음악과 색, 카메라 앵글 하나까지 박찬욱 감독의 연출 의도를 온전히 담아낸 버전이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이 한번에 공개되는 방식에 대해 "영국에서는 에피소드 하나씩 TV로 공개했고 미국에서는 두 개씩 묶에서 공개를 했다. 왓챠플레이에서는 한꺼번에 공개된다. 요즘에는 시리즈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시청 방식이 많지 않나. 만든 사람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한회가 끝날 때 다음회를 궁금해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한번에 보시는게 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만족했다.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0/
또한 감독판과 TV판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어떤 분들은 TV판과 감독판이 뭐가 다르냐 물으실 수 있다. 하지만 꼼꼼히 보신다면 같은 게 전혀 없을 만큼 디테일이 다르다"고 입이 연 박찬욱 감독. 그는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편집은 같지만 테이크가 다른 경우가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의 의견차가 있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BBC는 폭력 묘사에 대해 엄격하고 AMC는 욕설과 노출에 엄격하기 때문이다"며 "제 입장에서는 다 못하는거다. 물론 다 알고 찍었기 때문에 심하게 자극적인 폭력신이 있진 않지만 찍다보면 언뜻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두고 싶었지만 억지로 들어내야하는 것들이 있었다. 감독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TV판은 방송 날짜를 맞추기 위해 후반 작업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다. 하지만 감독판은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더 세련돼 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 편집을 고려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는 "영화로 편집하는 걸 생각해보지 않진 않았지만 이 이야기를 120분으로 줄이면 너무 작품이 훼손될 것 같았다. 애초에 영화로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때도 그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어 "TV 드라마가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한건 아니고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어서 TV라는 형식을 하게 된 거다. 원작 소설을 보시면 알겠지만 내용이 굉장히 두껍고 풍부하다. 그걸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내용을 다 쳐야되고 인물도 자르고 축소해야 됐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0/
'리틀 드러머 걸' 이전에도 원작을 둔 작품을 많이 연출해 온 박찬욱 감독. 그는 "제가 원작을 각색해서 작품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올드보이'도 일본 만화, 'JSA'도 한국 소설, '박쥐'는 테레즈 라캥의 소설의 바탕으로 했다. 또한 '아가씨'도 소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틀 드러머 걸'의 원작에 끌렸던 이유를 묻자 "이 작품에서 각색할 때 주위를 기울인 부분은 첩보 스릴러라고 하지만 이것을 읽고 가장 좋았던 건 '로맨스' 부분이었다. 저를 매료시켰던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그 요소가 다른 것에 압도돼 희석되지 않게 신경을 썼다. 총격전 등 첩보물의 자극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게 하는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소설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원작에서는 80년대 초로 돼 있는데 저는 70년대 초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극좌파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돼 유럽에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시기가 70년대이기 때문에 시대를 변경했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특히 미술감독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70년대를 다루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히피 느낌이 남아있다. 70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내려고 했다. 자동차나 전화 녹음기 도청장치 등 요즘에는 볼 수 없는 구식 아날로그 향수를 자아내는 소품들이 등장해 저로써도 참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유럽 각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대해 "로케이션은 재미있지만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바논 이스라엘 유고슬라비아 등이 작품에 등장하지만 모두 돌아다니면서 찍을 수 는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영국, 그리스, 체코 도시에서 아주 영리하게 부분부분을 잘 포착을 해서 촬영을 했다. 최소한의 이동으로 다양한 지역 색을 표현할 수 있을까가 저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만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촬영 감독만 한국분이었다. 물론 후반에는 조영욱 음악 감독이 함께 했지만 촬영할 때는 촬영 감독과 프로듀서만 한국분이었고 주로 영국인들이었다"고 입을 연 박 감독은 "하지만 영화인들은 어딜가나 다 비슷하다. 미국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생각하는게 다 거기서 거기다. 얼마나 유능한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늘 류성희 미술감독과 해와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미술 감독과 일하냐가 가장 중요했는데 이전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던 마리아 조코비치 미술감독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 처음부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했던 미술 감독을 꼭 데려달라고 요구했었다. 취향이 정말 잘맞아서 즐거웠다"며 웃었다.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0/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드라마가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느 질문에 "사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야기를 저도 잘 몰랐다. 하지만 TV나 영화가 좋은 점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된다는게 아니겠냐"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전혀 몰랐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이 소설을 읽고 알게 됐고 관심이 생기니까 뉴스를 봐도 그냥 지나쳤을 것들도 꼼꼼히 보게 됐고 다큐멘터리도 보게 됐다. 제가 겪었던 과정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 여러분드도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가 분단, 냉정, 전쟁 위험 등을 겪고 있는데,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겠냐. 그런 것처럼 우리한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이 정말 수십년 동안 되풀이 되는 악순환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3월 29일 오후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되며 같은 날 방송판이 채널A를 통해 전파를 탈 예정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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