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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비지 "솔로 프로젝트 '타임머신', 해답 찾았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08-21 09:1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무대 위 카리스마 마초가 어깨에 올려놨던 짐을 내려놓고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래퍼 비지(Bizzy)의 얘기다.

비지는 무척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미국출생인 그는 뉴질랜드에서 호텔 경영학과에 다니다 음악학교 야간반을 병행하며 음악을 접했다. 그리고 2002년 양동근 '다 맨 온 더 블락(Da Man On The Block!!!)'에 참여하며 힙합신에 발을 들였다. 비지는 인상적인 정박 플로우를 바탕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순식간에 힙합신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싱글, OST를 제외하고는 2008년 EP앨범 '비저너리(Bizzonary)'만을 발표해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비지가 드디어 날개를 폈다. 12일 '타임머신(Time Machine)'을 발표, 본격적인 솔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3년 전 기흉수술을 두 번 받고 Mnet '쇼미더머니'도 있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초심을 다시 한번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가사를 쓰다 SNS에서 '낫띵 이즈 포에버(nothing is forever)'라는 캘리그래피를 봤다. 뭔가 영원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부터 피처링한 음악을 계속 찾아봤다. 작품은 영원히 남을 것 같더라. 그래서 영원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지금의 나와 어릴 때의 나. 앞으로의 나와 필굿뮤직. 음악적인 보금자리이자 울타리인 MFBTY 등 현재 내 모습과 생각,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타임머신'은 음악에 담긴 기억을 소환해 그리움에 대한 또 다른 감상을 들려주는 곡이다. 음악 외길 18년을 걸어온 비지의 진솔한 자기고백을 통해 음악으로 추억을 소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삶이란 롤러코스터 업 앤 다운(up&down). 굴곡이 시해 기쁨 다음. 절망이 오네 하지만 절망들도 다 언젠가는 기쁜 소식을 보내겠지. 내 의지에 맷집은 그리 세지 않지만 견뎌낼 수 있어. 기다린 만큼. 건져낼 수 있어 행복의 월척'이라는 서정적 가사는 소소한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 추억을 아름답게 감싸안는다.

"'타임머신'을 작업하면서 첫 번째로 후회를 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접근했다. 후회되는 것도 많지만 좋았던 기억도 아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추억으로 아름답게 포장되더라. 또 요즘 '조카바라기'가 됐는데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의 순수한 발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릴 때 사진을 모아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 넣었다. 요즘은 내 안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차트보다 하트다. 예전에는 잘 나가는 친구들과의 경쟁을 즐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그 친구들의 음악을 들으며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또 이 곡을 만들며 부모님과 소통을 많이 하게 됐다. 예전엔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에는 일한다는 핑계로, 일명 '아티스트 모드' 핑계로 미루고 했었는데 요즘은 스케줄이 끝나고 아버지 칠순 파티도 해드리고 그런다. 그러면 후회를 덜하게 될 것 같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바깥이 아닌 내 마음에서, 그리고 음악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타임머신'과 별개로 비지는 최근 솔로 프로젝트 '런치타임'도 진행 중이다. 점심시간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그렇게 차곡차곡 발표한 음악과 작업 중인 신곡을 합쳐 새 앨범을 만들고, 20년에 가까운 음악생활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팬들과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이야기와 추억을 만드는 자리를 갖는 게 비지의 목표다. 오랜시간 그만의 음악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달콤한 선물이 될 터다.

"앨범 준비는 3~4년 간 계속 했다. 그런데 생각이 계속 바뀌다 보니 앨범의 기승전결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작업기를 봤다. 상황과 생각이 계속 바뀌고 현실이라는 채널 속에서 갇혀 3년 간 앨범을 못 냈는데 자기는 아이디어도 많고 쉽게 곡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닫고 싱글을 내다 그걸 모아 앨범을 냈다고 하더라. 확실히 부담도 덜 되고 한 발짝씩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디스턴스(Distance)'였다. 일기처럼 쓴 가사를 모은 곡이다. 그러면서 음악적 갈증이 조금은 해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곡을 발표하고 다음날 페스티벌 공연을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를 바로 사람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솔로 프로젝트 점심시간을 계속 진행하며 곡을 모아서 내년 정도 오랫동안 지켜준 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려 한다. 한정판 앨범을 만들어 리스닝 파티도 하고 공연도 해서 가능하다면 다문화 가정 돕기와 같은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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