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싸우지 않은 두 여성+치마 벗은 공주"…'겨울왕국2'가 깨부순 고정관념(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1-25 14:19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진정한 사랑이 남 녀간의 로맨틱한 것만 있는 게 아님을, 여성 두명이 항상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 '겨울왕국2'의 기세가 상상 그 이상이다.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2014)의 속편인 '겨울왕국2'는 개봉 4일 만에 4423관객을 모으며 극장가를 씹어 삼키고 있다. 이는 흥행 불패신화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흥행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겨울왕국' 시리즈의 인기는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편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월드와이드 초히트작이며 2편 역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북미와 중국에서 역시 벌써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왕국' 시리즈가 이룩한 성과는 비단 흥행 성적뿐만이 아니다. 왕자에 기대지 않고 자기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공주 안나와 엘사 캐릭터를 통해 디즈니 공주의 정형성을 탈피하고 한층 진일보한 새로운 공주 캐릭터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런 경향은 2편을 통해 더 강화됐다. 안나와 엘사는 각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뿐만 아니라 선대의 잘못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성숙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겨울왕국2' 제작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자 크리스 벅 감독과 제니퍼 리 감독 역시 '겨울왕국' 시리즈의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 기존의 디즈니 영화가 사랑의 의미를 공주와 왕자, 즉 남녀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한정했던 것과 달리 '겨울왕국' 1편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자매인 엘사와 안나의 관계, 즉 가족 간의 사랑으로 확장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고 전했다.

크리스 벅 감독은 "진정한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그동안 디즈니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남녀간의) 로맨틱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사랑은 바로 가족의 사랑이라고 초점을 맞췄다. 그것이 처음 '겨울왕국'의 중심축이었고 우리 영화 감정선의 열쇠였다"고 설명했다.

'겨울왕국' 시리즈의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안나와 엘사의 관계에 있다. 자매인 안나와 엘사는 우애를 넘어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유대감으로 이어진 관계다. 이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전통적인 공주 동화에서 주인공 공주의 적(빌런)이 계모, 이복자매, 마녀 등으로 설정됐던 것과 전혀 다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케케묵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 제니퍼 리 감독은 "여성 둘이 등장하면 항상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자매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이 자매가 합심해서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 감독은 "엘사에 대한 전 세계적인 사랑을 통해 우리 또한 여성 캐릭터의 힘만으로 영화가 진행되어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단순하지 않고 진실 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느꼈다. 보편적인 감정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며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겨울왕국'이 여성 캐릭터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컨셉트 자체를 바꿨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 또한 시대의 변화에 맞물려 있는 거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의 클라이막스에서 엘사가 공주의 상징인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바지(레깅스)만 입은 채 온몸으로 파도에 맞서는 모습도 기존의 디즈니 공주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면. 크리스 벅은 액션 시퀀스를 위해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이번 영화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이 거친 숲으로 들어가고 액션 시퀀스도 있었다. 안나와 엘사 둘다 드레스를 입은 상태였고 갈아입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치마를 벗어던지고 레깅스를 드러내는 것) 설정한 것"이라며 "모험을 떠나야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레깅스 같이 편안한 걸 입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해야 하는 인물들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겨울왕국2'가 디즈니 특유의 색깔과 정서에 모조리 반기를 드는 작품은 결코 아니다. 1편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로 인해 다소 어린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이었던 것에 반해 2편이 더욱 묵직하고 싶으며, 어두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바로 어찌 보면 동화를 밝게만 다루지 않으려는 디즈니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 크리스 벅은 "스튜디오에 옛날부터 저의 멘토였던 분이 계신데 그분 맡에서 수련하면서 월트 디즈니가 '엔터테이먼트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늘 배웠다. 그때 배운 것들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분들이 다룬 피노키오, 백설공주 등의 작품들은 동화이지만 어느 순간 어둡게 가는 경우도 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가다가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그런 부분을 '겨울왕국'으로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니퍼 리 감독 역시 "어렸을 때 봤던 동화 중에서는 어두운 이야기가 많았다. 피노키오, 밤비, 덤보의 이야기들이 그렇다"며 "아이들은 영감을 주는 것들을 존경하고,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존재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깨닫고 배울 수 있다. '겨울왕국2'의 캐릭터들은 1편 보다 성숙해졌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도 성숙에 관한 것이기 하다. 안나와 엘사처럼 관객들 역시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다뤘다면 2편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다. 악당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의 삶과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스 벅 감독, 이현민 슈퍼바이저, 제니퍼 리 감독, 피터 벨 베초 프로듀서, 연합뉴스
한편, '겨울왕국2'는 크리스티 벨,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 조나단 그로프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21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중.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