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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센캐원했다"…유다인, '속물들'에 담은 연기 갈증(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1-25 16:39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속물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속물들'은 동료작가의 작품을 베끼다시피한 작품을 '차용미술'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미술작가 선우정(유다인)을 중심으로 각자의 속마음을 숨긴, 뻔뻔하고 이기적인 네 남녀의 속물같은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질문에 답하는 유다인의 모습. 동대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2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센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당장 촬영장에 달려가 연기하고 싶었어요!"

동료작가의 작품을 베끼다시피 한 작품을 '차용미술'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미술 작가를 중심으로 각자의 속마음을 숨긴, 뻔뻔하고 이기적인 네 남녀의 속물 같은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 '속물들'(신아가·이상철 감독, 영화사 고래 제작). 25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속물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미술계 상식을 흩트려 놓는 미술 작가이자 모태 속물 선우정 역의 유다인, 미술잡지 기자로 능력을 인정받아 특별전 큐레이터 제안까지 받는 어쩌다 보니 속물 김형중 역의 심희섭, 기업이 경영하는 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이자 의외로 속물 서진호 역의 송재림, 선우정의 20년 지기 친구이자 적인 딱 봐도 속물 탁소영 역의 옥자연, 그리고 신아가 감독이 참석했다.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뒤 '미술계의 민낯을 드러낸 탁월한 풍자극'라는 호평을 얻으며 화제를 모은 '속물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예술계 및 현실을 풍자한 '속물들'은 부조리한 예술계 밑바닥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 메시지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무엇보다 '속물들'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층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조리한 예술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속물 같은 인물들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풀어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인간의 속물근성을 예리하게 풍자, 통쾌함을 전할 '속물들'은 12월 극장가에서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속물들'은 욕망과 속내를 숨긴 모태 속물 선우정, 어쩌다 보니 속물 김형중, 의외로 속물 서진호, 딱 봐도 속물 탁소영, 그리고 속물본좌 유지현(유재명)까지 다양한 속물 캐릭터의 군상을 담아 눈길을 끈다. '올레'(16, 채두병 감독)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유다인과 심희섭, 송재림 등은 '속물들'에서 남다른 속물 케미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유다인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표절을 차용이라고 우기는 미술작가를 연기했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친구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는 여자다"며 "장면 중 내가 맡은 우정 캐릭터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지만 그 속내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감정이 담겨있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주변에서는 재능이 없다고 하지만 그만두지 못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특히 공감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선우정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잘 안보이고 이기적인 캐릭터처럼 보였다. 과거의 전사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연민이 생기고 불쌍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강렬한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았다. 표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 표절을 한 작가를 만나면서 내색은 안 하지만 떨면서 촬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그동안 내가 했던 캐릭터와 달랐고 어떻게보면 굉장히 적극적인 캐릭터였다. 막연하게 센 캐릭터를 연기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운이 좋아 신아가 감독이 제안을 받았다. 이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받자마자 촬영장으로 당장 뛰어가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신아가 감독은 "착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래서 선우정 캐릭터를 맡길 때 '담배 연기, 욕설 연기 괜찮겠나?'라며 걱정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유다인은 '나도 욕 잘할 수 있다'며 맛깔난 연기를 보여주더라. 그런 부분이 배우로서 아무래도 감당하기 힘든 지점이었을텐데 잘 소화해줘 너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심희섭은 "기존에 했던 역할들이 대부분 성실하거나 올바른 캐릭터였다. 이번 역할은 내 안의 다른 모습이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런 블랙코미디를 처음 해봤다. 인물들 사이에서 속소 속이는 게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부분은 없었다. 영화를 보는 분이 좋게 봐주길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송재림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이 다 들어있다. 질투, 욕망, 악적인 부분이 담겨있다. 그런 지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표현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내 캐릭터 역시 나쁜 속내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다만 좀 다른 지점의, 양면의 캐릭터로 비춰지길 바랐다. 그런 지점을 연기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옥자연은 "내 캐릭터는 이중적이기 보다는 직선적이었다. 내가 접근할 때 고민했던 부분은 소영과 우정의 관계였다. 우정에게 보여주는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 친구를 좋아하는 느낌이었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2007년 학력을 위조해 미술계 큰 파장을 일으킨 신정아 사건을 비롯해 지금까지 대중을 충격에 빠트린 미술계 적폐, 폐단을 영화 속에 다룬 신아가 감독은 "대학 때 실제로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 작가를 많이 알고 있다. 지인들 중 한 분이 비엔날레 조직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모티브가 돼 현재 미술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기존에 있었던 사건을 참고하는 편인데 선우정의 전사나 모든 인물의 이야기를 일상 생활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모델이 된 사람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입시 부정 같은 사건도 다뤘다. 실화를 많이 공부하고 참고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우리 배우들의 또다른 면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속물들'은 유다인, 심희섭, 송재림, 옥자연, 그리고 유재명 등이 가세했고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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