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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방송인 겸 웹툰 작가 김풍(41)이 5년간 함께 해온 '냉장고를 부탁해' 종영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한도전'도 종영한지 벌써 한참 됐는데, '냉부해'도 영원할순 없겠죠. 첫 출연 때 제 나이가 36세예요. 청춘의 끝무렵이고, 인생의 여름이었죠. 5년이 지난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했던 청춘이 끝나고 인생 2막이 열리는 셈이죠."
'냉부해' 초창기 김풍은 자취 요리 전문가로 소개됐다. 2012년 '올리브쇼'부터 시작된 김풍의 요리 방송 경험은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신메뉴도 있고, 현직 카페 오너이기도 하다. 하지만 '셰프'는 여전히 버거운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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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중식 셰프 이연복은 김풍이 '사부'라고 부를 만큼 진한 사제 관계로 맺어졌다. 이연복은 앞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풍에 대해 "요리에 열심인 모습이 보기 좋고 기특해서 내 칼(중식도) 하나 주고 제자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풍은 "사부님의 가르침대로 양파를 매일 2개씩 채썰었더니, 어느 순간 칼이 손에 익어 있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사실 처음엔 방송 컨셉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겐 진짜 인생의 사부님이 됐어요. 성품이 좋으셔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걸 좋아하시는데, '냉부해'에선 제가 딱 그런 존재였던 거죠. 칼질 속도부터 비교가 안되잖아요. 머랭(meringue,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낸 것)이 기본인 요리를 하는데 그 머랭을 제때 치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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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단한 사람들 상대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 전 항상 조미료 많이 쓰고,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 국물을 적극적으로 추구했고…무엇보다 거침없는 '모방'이죠. 셰프들은 요리로 따지면 대학교수들이잖아요. 저야 요리에 무슨 자존심이 있겠어요? 현장에서 일대일로 배우고, 요리책, 유튜브, 요리방송 레시피 따라 하다가 궁금한거 전화해서 물어보고…천국 같은 방송이었어요. 뭐 5년쯤 되니까 사부도 파스타를 만들고, 샘킴도 탕수육을 하던데, 셰프들도 서로 많이 배웠지만, '냉부해'에서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은 단연코 저죠. 인생의 카테고리에 '요리'가 더해졌으니까."
김풍은 자신이 '냉부해'에서 선보인 요리들 중 '애벌레 밥'을 첫손에 꼽았다. 당시 자우림 김윤아의 아내 김형규는 "진짜 애벌레 느낌"이라면서도 김풍의 승리를 선언했다. 김풍 카페의 대표 식사 메뉴이자 '풍밥'이란 이름으로 모 항공사 기내식 컬래버까지 이뤄진 히트작이다. 이밖에도 이연희 출연 때 선보인 프리타타, 이제훈 편의 문어빵, 인피니트 성규 편의 토마토 계란탕 등이 김풍의 유명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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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은 지난 3월 직접 카페를 열었다. 처음엔 작가 김풍을 위한 작업실에 커피도 마실 겸 카페를 곁들인 공간이었다. 이름을 굳이 '김풍 카페'로 짓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느덧 카페의 비중이 커지고, 애벌레밥, 질풍 샌드위치 등 '냉부해' 메뉴들도 추가됐다. 종영하는 '냉부해'가 그에게 준 선물인 셈이다.
"시작은 끝을 내포하는 단어고, 언젠가 올 일이었지만…허하긴 하네요. 학교를 졸업하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동창생들은 다른 방송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겠죠?"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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