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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동백꽃 필 무렵'이 지나간 뒤 배우 공효진(39)에게는 고민이 남았다.
드라마로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던 공효진이 '만족감' 때문인지, 취재진 앞에 섰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효진은 종영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다 "그냥 제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촬영을 하는 내내 종영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장을 한다고 '18부가 될 거다, 20부가 될 거다'라면서 얘기가 나왔는데, 연장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원래 연장 얘기가 나오면 기겁을 해야 했는데, '늘리실 만 하니 늘리시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률의 숫자 말고도, 드라마를 보고 남겨주시는 반응들을 읽을 때마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도 원래는 에너지를 다 쓰고 남는 것이 없이 탈탈 털어내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에너지를 채워서 끝이 난 것 같다. 마음이 고단하지 않았다. 신기했다. 많이들 '헛헛할 거다'라고 걱정을 해주시는데, 그렇지가 않다. 저 역시도 '동백꽃' 안에서 희망의 메시지나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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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효진의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전화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단다. 그 정도로 '동백꽃 필 무렵'이 보여준 공감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멀리 있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고루 전달됐다. 공효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우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저도 엄마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 드라마는 엄마를 생각하게 만들고, 전화하게 만드는 드라마라 특히나 더 좋았던 거 같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저희 같은 배우들에게도 세상은 종종 너무 각박하고, 벼르고 벼르는 느낌이 든다. 항상 그렇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환호를 받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너무 저희를 '두고보자'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직업이다. 이번에 작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오지랖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어려울 때 누군가를 십시일반으로 구해주는 기적 같은 일들이 저 같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줬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동요되고 마음이 빼앗기고, 또 울고 웃고 하는 것들을 보면서 '인간적 따뜻함은 통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드라마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저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벼르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동백꽃 필 무렵'이 시작하기 전 공효진에게는 숙제가 하나 더해졌었다. '또 공효진 표 로코냐'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공효진은 고민과 노력을 계속했다. 공효진은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에 대해 공수표를 날린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그때 떨면서 말하기는 했다. 찍은 게 몇 부가 되지 않았고, 확신에 차서 말을 했다기 보다는 그렇게 해내야만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것도 있었다"며 "작가님이 만들어준 캐릭터를 지켜야 하는데 시작하면서도 제 설정을 조금씩 넣었다. 초반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서로 합의를 보고 노력했다. 그동안의 저와는 다르려고 노력한 부분들은 그거였는데, 저한테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나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셨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잘된 것도 있으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냥 시원하다. 내가 사기를 친 것이 아닌 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련한 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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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동백꽃 필 무렵'은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저 개인에게는 많은 선물을 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들이 꼭 만나고 싶은 류의 역할이다. 누구나 다 '괜찮아요. 힘내'라고 할 수 있는. '착하다 예쁘다' 해주고 싶은. 그렇지만, 연기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어떻게 보면 이 안에서 정말 빛났고 고군분투했던 다른 캐릭터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동백이는 중앙부에 있는 역할이고, 반짝반짝했던 역할들은 저 외에도 많았다. 저는 하나의 축처럼 서 있었고, 그 옆에서 바람개비를 돌렸다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깨달았다기 보다는 배우들의 플레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공효진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드라마로, 옹산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진 동백의 사랑과 모성, 그리고 까불이(이규성)라는 존재가 주는 스릴러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선물같은 작품"이라는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는 공효진은 "앞으로 오래 쉴 예정"이라며 휴식기를 예고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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